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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우주왕복선 (Space Shuttle) 이야기

awkmaster | 2020.02.23 15:41:3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작년 (2019년) 11월말 경에 아내의 친구가족이 DC로 놀러와서 Chantily, VA에 있는 Smithsonia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Steven F. Udvar-Hazy Center)을 처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DC National Mall쪽에 있는 Air and Space Museum은 몇 번 가봤지만 이전부터 Dulles 공항 근처에 있다는 분점(?)을 가고 싶었는데, 정말 좋은 기회였죠. 소감을 물으신다면 한마디로  “꼭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Space Shuttle (우주왕복선)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문 당시 다행히 미러리스 카메라를 잊지않고 가져가서 제가 받은 감동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사진을 담아 왔습니다.

 

[사진1] Space Shuttle 전시관을 들어설 때 딱 이런 느낌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기도 전에 이미 그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SS1.jpeg

 

[사진2] 살짝 측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검은색 타일의 디테일이 잘 보입니다. Discovery라는 이름도 보이는데, 요거에 관해서는 아래 글에 이어서 씁니다.

SS2.jpeg

 

[사진3] Space Shuttle에 달린 RS-25라 불리는 메인 엔진 3개와 자세조정을 위한 보조엔진 2개의 모습을 잘 보여주네요.

SS3.jpeg

 

 

[사진4] Space Shuttle의 전시를 위해 비행창고 하나를 통째로 개조하여 별관을 만들어 놨습니다. 주변에는 Space Shuttle 말고도 다른 위성/우주선도 전시해 놨지만, 역시 주인공은 Space Shuttle!

SS4.jpeg

 

Air and Space Museum에 전시되어 있는 우주왕복선은 Discovery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디스커버리호” 라고 하면 아마도 이름이 좀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주요 연구기기로 사용하는 허블우주망원경 (Hubble Space Telescope)을 궤도에 올린 우주선이기 때문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합니다. 디스커버리호는 허블우주망원경을 설치한 것 외에도 같은 망원경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두 번 왕복비행을 하는 등 1984년부터 2011년까지 39번의 round-trip을 성공적으로 완수합니다. 마일관련 내용을 뺄 순 없죠? 디스커버리호가 39번의 미션 동안 총 1억5천만 마일 (150 mil. miles)을 비행했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누구보다도 더 많은 마일리지를 쌓았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럼, 우주왕복선은 뭐고 왜 디스커버리호 라는 이름이 따로 있는 걸까요? 사실 NASA는 총 여섯대의 우주왕복선을 만들었습니다: Enterprise, Challenger, Columbia, Discovery, Atlantis, Endeavour. 그 중 Enterprise를 제외하고는 모두 17~20세기에 지어진 배 이름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Columbia, Challenger, Discovery, Atlantis, Endeavour호의 가족사진입니다. 다 똑같이 생겼죠? 우주왕복선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 합니다.

SpaceShuttleFamily.jpg

 

  • 1972년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Enterprise(엔터프라이즈)호의 원래 이름은 Constitution(컨스티튜션)호이었는데, 재미있게도 Star Trek의 광팬들 수만명이 당시 Ford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서 드라마에 나오는 우주선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민원을 넣어 “엔터프라이즈”로 정식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초기 모델이었기 때문에 실제 엔진을 탑재하지는 않았고 보잉747에 업은채로 하늘에서 떨어뜨려 안정되기 날 수 있는지 등의 시험을 하는데 주로 사용했습니다. 직접 우주로 비행을 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엔터프라이즈호를 토대로 나머지 5대의 비행선들이 제작되었으니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겠죠? 은퇴한 엔터프라이즈호는 현재 항공모함을 개조해서 만든 뉴욕의 Intrepid Sea, Air & Space Museum에 전시돼 있다고 합니다. 
     
  • 1986년 1월 28일은 미국의, 아니 전세계의 우주개발의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로 기억되고 있고, 아마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주왕복선 Challenger(챌린저)호가 발사 후 정확히 73초를 날아가는 순간 폭발하여 공중분해 되었고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승무원 중에는 NASA가 야심차게 진행했던 ‘Teacher in Space’ 프로그램에서 1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여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이걸 계기로 하필 미국 대부분의 공립학교에서 교육의 일환으로 생중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큰 충격에 빠졌고,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약 2년 8개월간 전면중단되는 결과까지 낳았습니다. 폭발의 원인은 엔진쪽의 외부와 내부 사이를 밀봉하는 재료(o-ring)가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디지 못해 (발사하는 날 당시 기온이 유난히 낮았다고 합니다) 틈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혀졌습니다. 또한, 수년 동안 이어진 조사에 의하면 조종실 잔해는 비교적 멀쩡했기에 폭발 후에도 승무원들은 일정 시간동안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컸으나 고도 20km 높이에서 바다로 추락했기 때문에 육체가 그 높은 가속의 변화(보통 간략히 “g”라고 하죠)를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주선을 하나 띄우려면 얼마나 많은 시험과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지,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위험은 도사리고 있고, 또 사고가 났을 때는 얼마나 끔찍하게 일어나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모든 우주왕복선 중에 실제 지구 대기권 밖에서 처음 비행을 한 것은 콜롬비아(Columbia)호였습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시험결과를 토대로 제작된 콜롬비아호는 1981년 첫 우주비행을 마친 후 27번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챌린저호와 함께 콜롬비아호도 끔찍한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28번째 미션에서 16일간의 과학실험을 마치고 2003년 2월1일 지구로 귀환하다가 대기권 진입 중에 불행하게도 왼쪽 날개가 부러지면서 동체가 완전히 분해되어 7명의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발사 당시 외부탱크(위 사진에서 커다란 주황색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단열재 조각이 왼쪽 날개를 때리면서 이미 날개를 어느정도 손상시켰다고 밝혀졌는데, 대기권 진입시에 우주왕복선의 속도가 마하 25(!), 즉 시속 17,500 마일에 이르는 데다가 대기의 마찰열로 인해 표면온도가 섭씨 1,700도까지 올라가는 걸 감안하면 외부의 아주 사소한 생채기 하나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게 무섭죠. 콜롬비아호의 사고 이후 2년 넘게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고, 이후 우주왕복선의 안전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Discovery, Atlantis, Endeavour호 모두 2011년 비행을 마지막으로 무사히 은퇴했습니다. 이들 우주왕복선이 대표적으로 한 일은 허블우주망원경의 설치 및 수리, 여러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린 일, International Space Station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인과 장비를 실어나르는 일 등입니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유는 너무 오래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매번 비행마다 정비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는 점, 다음 우주인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저 위의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왕복선 하나를 올리기 위해 우주선보다 큰 연료탱크 하나와 부스터 두개를 쓰는게 좀 오래된 기술이긴 하죠. 은퇴한 3대의 우주왕복선은 현재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 각각 디스커버리호 - Steven F. Udvar-Hazy Center (버지니아), 아틀란티스호 - Kennedy Space Center (플로리다), 엔데버호 - California Space Center (캘리포니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 이렇게 우주왕복선은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총 135번의 발사를 거친 나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우주선으로 오래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우주의 꿈(?)을 키워주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계속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준 아주 고마운 존재입니다 (돌아보니 학위과정부터 거의 모든 논문이 직간접적으로 허블우주망원경 자료를 사용했네요). 허블우주망원경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이 나면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이를 차세대 프로그램으로는 Constellation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도 개발비용 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취소됐습니다. 현재는 NASA가 예산상의 이유로 private sector에 기대는 중인데, SpaceX의 Dragon이라는 우주선과 Beoing사의 CST-100 (Starliner)라는 우주선 2개를 2017년에 차세대 유인우주선으로 선정했습니다. Dragon은 이미 2012년부터 운행해 왔고, Starliner도 작년(2019) 12월 20일 시험운행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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