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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제가 미국에 대해 정말 많이 모르고 살았구나 싶네요

shine | 2020.03.23 10:40:4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솔직히 스스로 너무 나이브했죠. 2월말 한국이 코로나 확진자 "세계2위"가 됐다며 조선일보가 거의 풍악을 올리면서 정부를 깔때만 해도, 미국확진자가 채 100명이 안된건 다 중국발 비행기를 통제한 미국정부의 정책이라고 막 우기는 사람들의 논리에 쉽게 반박이 안되는 스스로를 발견했죠. 

 

그리고 약 2주뒤, 제가 좋아하는 NBA가 불과 2-3시간만에 잔여경기 서스펜디드를 선언하고 다음날 사실상 시즌엔딩을 발표하자, 20대초반 선수들이 자신의 연봉을 잔여경기 농구장에서 일하는 스탭들 못받는 연봉을 보존하겠다고 기부할때, 살짝 한국의 경기장 일용직 노동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자본주의의 낭만은 딱 여기까지죠.

 

Passion님이 잘 지적했듯이 정말 제대로 위기가 터지자, 이놈의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을 강요하네요. 몇가지 모습만 나누죠.

 

1. 미국생활 십몇년만에 TV에서 공익광고 비스무리한 게 나옵니다. 그것도 광고단가 와방 비싼 오전 프라임타임에. 근데 사실 공익광고도 아니에요. 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에서 만든 광고인데, "Social Distancing"을 강조하면서 "If you feel sick, call YOUR doctor."라고 합니다. 그거 보고 갑자기 멍해집니다. '내 의사?" 그게 누구지?  그럼 거짐 10년만에 family doctor한테 전화하면 그 사람이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광고는 해당병원 customer service phone number를 큼지막하게 보여주고 끝납니다. 뭘 어쩌라는 건지. 즉 사태가 터진지 2주가 지났는데도 지역주민들이 만일 코로나 의심증상이 나타나도 어디 연락할 주내 핫라인조차도 없다는 거죠. 이건 확진자분포를 보면 더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제가 사는 주의 확진자의 70%이상은 private lab에서 테스트를 받은 케이스들입니다. 그럼 누가 어떻게 private lab에 갈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한 용자 의사가 동네 사람들 15명을 드라이브 쓰루형식으로 검진해주고 검진당 60불을 받았다는게 지역신문에 미담으로 나옵니다. 근데요... 당장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그 60불마저도 쉽게 쓸수 없을 겁니다. 그돈이면 거짐 1주일치 장을 볼수 있기에. 

 

의료구조가 이런데 이제와서 한국식코로나 대응모델을 따르겠다? 개가 웃을 이야기죠. 

 

 

2. PASSION님이 아마존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남겨주셨는데 (120% 동의합니다). 평소에 Hallway에 예수님 사랑과 성경구절를 벽벽마다 걸어놓던 preschool은 이번 사태가 터지자 갑자기 "우린 비지니스야. 몰랐니?"라고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2주치 online learning이라면서 캔슬된 프리스쿨을 "니가 직접해"라며 20장짜리 PDF하나 보내주고 부모들이 이미 낸 튜이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합니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청와대 국민청원뿐만아니라,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나서도 나설 일이었겠죠. 근데 여기는 미국자본주의거든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근데 과연 "나 프리스쿨 캔슬될 동안 돈 못내겠다"라고 선언할 용감한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대학도 마찬가지죠. 동영상 강의던 온라인이건 수업이야 어찌어찌 진행되지만 학생들이 낸 튜이션은 단순히 수업료를 크레딧으로 곱한 총액만은 아니죠. 학교시설이용과, 도서관.. 등등 이 다 포함되어 있는데, 그냥 학교에서 안주면 땡인거고 각자 알아서 참거나 해결해야 합니다. 

 

모든 나라 자본주의가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요즘이지만 미국자본주의는 정말 각자도생의 분야에서는 끝판왕입니다. 사재기가 일어나는게 너무나 당연한 사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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