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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어느 의사의 죽음.

참울타리 | 2020.04.03 19:18:5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작년에 은퇴한 동료 의사.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참을성 있고 인자한 분이셨고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그분과 일터에서 그리 오래 같이 하진 않았지만 은퇴를 앞두고 들뜬 기분과 기대를 가끔은 표현할 줄 알았던 분이셨습니다. 한국 가느라고 은퇴 파티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그가 그룹에 보내온 벙거지 모자를 쓰고 트랙터 안에 앉아 예의 그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은, 그가 은퇴 생활을 얼마나 기다려 왔을까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작은 질투심까지 불러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Dr. Xxx, are you going to miss practicing medicine?"

 

 "I think I have been doing this enough. I don't think so. I have a lot of things to do other than practicing medicine after my retirement."

 

 작년 4월에 은퇴해서 지금이 딱 일년이 되는 때입니다. 오늘 그룹에 소식이 하나 발표되더군요. 4월 1일 그가 코비드로 사망했다고... 늦둥이 아들 때문에 은퇴를 미뤄가며 정렬적으로 일했던 그가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코비드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 사람들이 모이는 장례 절차는 없을 거 같습니다. 사람들 얼굴에서 충격과 공포를 봅니다. 이 죽음 또한 closure를 제대로 못한 관계로 가족들과 동료들의 가슴에 한으로 남을 듯 합니다.

 

 평생을 다른 사람을 치료하고 돌보며 살았던 그가... 은퇴 일년만에 이렇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거 같습니다. 항상 느끼듯이 오늘 하루가 내 인생에서 마지막일 수 있다는 사실. 망각하지만... 먼저 떠난 사람들은 이렇게 또 우리를 일깨워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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