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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정치적 성향에 대하여

코기토 | 2020.04.20 12:47:3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총선이 끝나고, 페북 소모임에 썼던글인데 한번 옮겨봅니다. 많은분들이 읽으시기에 불편하시다면 삭제하도록하겠습니다.
 
1. 작년겨울 오랫만에 광화문에 나갔다가, 태극기부대를 처음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에돌아와서, 그분들의 기력넘치심을 가지고 어머니한테 농을쳤다가 혼났습니다. 아 저희 어머니도 태극기부대셨습니다.
2. 저희 어머니가 태극기부대에 동원되신건 동네 성당을 통해서였습니다. 성당 다니시는 할머니중에 한분이 태극기부대 단톡방 멤버신데, 이분이 집회 일시를 알아다가 미사뒤에 정치성향이비슷해보이는 할머니들에게 선동을합니다.
중간에서 누군가가 슈킹하시는건진 모르겠는데, 어머니는 한사코 우린 아무런 대가도 받지않고 (점심도 각자 싸간답니다), 국가를위하는 마음으로 집회에 나가신다고합니다.
3. 제가 여쭤봤습니다. 황교안이 잘한게 뭐가있냐. 박근혜대통령때 제일 책임이 많은사람인데 (저희어머니도 박근혜는 실수였음을 인정합니다), 아무런 사과하지않았다.
저희 어머니가 답하십니다. "야 그래도 우리 늙은이들 생각해 주는건 그양반밖에없어." 뭔가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4. 집회나가고싶으시면 계속 나가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어머니랑 같이 집회나가시는 성당 할머니들은, 저도 뵌적있는데 좋은 이웃들입니다. 몸이 안좋으신 저희 어머니가 식사 거르진않을까 반찬 해다주시고, 나물 캐면 항상 나눠드십니다.
해외나가서 얼굴도 잘 안비추는 저보다, 저희어머니에겐 훨씬 필요한 존재인것같습니다. 근데 정치적 성향 (혹은 미감)이 다르다고해서, 그 커뮤니티에서 차마 나오시라고 할수가없었습니다.
5. 저는 딴지일보라는 곳에다가 글을씁니다.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있고, 때론 정치적 올바름을 얘기하기도합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올바르기보다 훨씬 어려운건, 좋은 자식, 좋은 부모, 좋은 남편, 그리고 좋은 사회 구성원으로써 행동하는것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저희 어머니가 저에게 해준것처럼, 부모노릇을 잘하고있는것같지도않고, 어머니 주변 태극기 할머니들보다 좋은 이웃인것 같지도않습니다. 그분들보다 더 나은 인간인건 더더욱 아닙니다.
6. 정치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신념의 문제니까요. 다만, 살아가면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만나게됩니다. 정치성향은 마치 지뢰밭과 같아요.
제 직장상사는 트럼프 지지자고, 저희 장인어른은 중국공산당원입니다. 내기준에서는 순전히 웃기기때문에, 트럼프나 중국얘길했는데, 이분들은 모욕으로 받아들일수있습니다. 반대로, 제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빠질수도있죠.
이럴때마다, 지뢰의 폭발을 방지해주는건, 서로에 대한 신뢰인것같습니다. 왜냐하면, "저사람이 저딴 생각을 갖고있다니, 화가난다!!!"보다 훨씬 중요한건 저사람이 나한테 어떤 사람인가이기때문입니다. 모두가 정치적생각을 일치시킬순없지만 (그랬다간 북한되지요),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의 생각정도는 존중해줄수있으니까요.
6. 매우 보수적인 성향에 어머니이지만, 2012년 대선때는 주변분들몰래 문재인을 뽑으셨답니다.
"그래도 니 누나가 배운사람이데... 박근혜는 절대안된다고해서" 어쩌면 저희 어머니가 작은누나 말을 들은이유는, 누나가 어머니에게 가장 잘했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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