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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진짜) 빠다코코넛 역이민 3탄 -한국직장 vs 미국직장

빠다코코넛 | 2020.06.10 07:28:5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세요! 게시판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네요 ㅎㅎ 빠다코코넛의 역이민 3탄이 올라와서 놀라고 내용이 궁금해서 눌렀다가 제가 올린글이 아닌 걸 보고 깜놀했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정신없어서 저혼자 내가 벌써 올렸나? 하고 착각했네요. 어떨가용? 님 센스가 넘치십니다.! 덕분에 글을 빨리 올라고자 일부러 잘안쓰는 맥으로 로그인했습니다. 

첫 두 시리즈는 띄어쓰기도 엉망이고 맞춤법도 멋대로라 읽을 때마다 낯이 뜨겁더군요.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놈은 트니트니 춤추느라 정신없고 전 아들놈 놀이방에서 장난감 쓰레기에 둘러싸여 컴터를 켰으니 이번엔 제대로 된 긴 글을 쓸 수 있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저번 2008년 공황이 온 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볼께요. 인턴쉽한 곳을 (업계 1위) 용감하게 나온후 정규직을 지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는 망상에 가까운 자신감으로 열심히 가을 신입채용에 지원했습니다. 미국은 주로 가을에 졸업생들을 뽑고 보통 여름 즘에 시작하는 흐름이더군요. 한 70곳은 넘게 지원한 것 같은데, 한국말로 서류 광탈이라고 하나요? 폰인터뷰 3개 정도 말고는 인터뷰한 곳이 거의 전무해집니다. 그나마 대면 인터뷰한 곳은 갑자기 채용 freeze했다며 인터뷰도 취소하고.. 갑자기 냉정한 현실을 자각합니다. 아 이대로 짐싸서 가야하는걸까.. 고민도 무지 많이 하고 좌절의 연속을 경험하다가 결국은 한 학기만 버티자고 맘먹고 한 학기 (봄학기) 를 연장했습니다. 봄학기가 거의 끝나갈 즈음 어느 조그마한 시골에서 폰인터뷰가 오고 영혼을 갈아넣어 준비한 곳에 감사하게 정규직에 채용되었죠. 정말 눈물나는 순간이였습니다. 세상은 절실한 자를 버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절 채용한 분께 왜 절 뽑았는지 여쭤본 적이 있었는데, 저와 미국인 두명이서 놓고 고민을 했고 저를 뽑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그 회사의 ceo 이름을 물었는데 전 대답을 맞췄고 나머지 한 명은 모른다고 했다구 하더군요. 아.. 이유가 너무 심플해서 실망이네요 ㅎㅎ

 

어디를 가든 첫 직장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제가 일한 곳은 인구가 12만명인 작은 소도시에 주도 였습니다. 아무래도 인구가 많지 않다보니 직장 내분들이

되게 어떻게든 다 엮어있는 가족같은 곳이였죠. 그래도 회사 전체직원이 1400명의 규모가 있었고 나름 체계가 잘 잡혀있는 곳이였어요. 모든 프로세스가 문서화 되어있고

cross-functional team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잘 흘러가는 곳이였죠. 제 직장 상사분은 젊지만 당차고 꼼꼼한 여자상사였습니다. 그녀는 늘 늦게까지 일하고 신규직원들을

잘 챙겨줘서 회사내에서도 평판이 좋았습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던 상사였고 절대로 뒷통수를 치지 않아서 지금도 감사하네요. 앞 회차에서 제 커뮤니케이션을 문제삼았던 분에게 큰 트라우마가 남아서 회사내에 Toastmaster (발표훈련 연습 프로그램)에 참여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사람들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배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네요. 지금도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하루는 자기 소개하는 세션이 있었죠. 전 제가 어떻게 하다 이 곳에 취직하게 되었는지 그런 시시한 내용을 준비해서 발표했는데 미국 동료중 여러명이 자신의 슬프가족사를 이야기해줬습니다. 5명 중에 3명은 대부분 이혼한 편부모와 재혼한 배우자의 가족들과 합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했었는데요. 미국인들도 부모의 이혼과 재혼이 힘든 일이라는 걸 

통감했습니다.. 한 동료는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형제 5명이 있는 분과 재혼을 하면서 이복 형제들이 자신을 못살게 굴어 불우한 유년기를 이야기하였고

저의 상사여자분 은 (위에 언급한) 쌍둥이 자매와 언니랑 함께 형제 3명이 있는 계부와 함께 재혼하면서 부모님이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러 학비가 무료인 곳으로 대학을 선택했고 나중에 크면 자기는 아이의 대학 등록금은 직접 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3년 일한 후에 큰 도시로 옮겨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합니다. (너무 진행이 빠른 가요? ) 새로 취직했던 곳은 시카고였습니다. 미국에 많은 이들이 꼭 한번은 방문하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건축의 도시! 개인적으로 이곳 직장에서 굉장히 힘들게 일한 ( 그치만 그만큼 성장했던 )곳이라 꼭 구경만 하고 가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지금도 기억나는 에프소드들:

A. 새 회사에 취업한지 두 달도 안된 시점이였죠. 타부서 vp가  모두를 큰 회의실에 부릅니다. 저희는 타부서라 그냥 미팅에 참가만 했고 그곳에 20명 가량의 직원들이 앉아있었죠.

갑자기 vp가 준비해온 메모 종이를 읽기 시작합니다. "지난 몇 년간 저희 회사 수익이 저조하였고 여러 노력이 있었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었기에 이사회에서 xxx buz를 closed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블라블라 (그 담부터는 귀에 안들어옴) 직원들의 표정이 갑자기 안좋아지기 시작했던 것만 기억나네요. 그리고 이어 가기를 남은 인력은 부서 이동이나 레이오프를 순차적으로 감행한다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온지 두달도 안된 곳에서 20명이 대량 해고 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하니 그 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B. 그 후 2년 뒤. 같은 팀 동료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축의금도 걷어서 결혼 축하한다고 기뻐해줬죠. 오후 식사 후에 일과 관련하여 면담이 있다며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나서 갑자기 부서 전체 회의가 잡혔습니다. 저희 팀 vp가 dry한 tone으로 오늘 동료가 해고 되었다고 통보하며 앞으로 충원없이 잘 일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합니다. 솔직히 너무 충격적이었죠. 이전의 해고는 부서의 이익이 창출되지 않아 납득이 가지만 결혼을 한 지 얼마 안된 동료를 하루 아침에 해고하는 건 너무 비인간적으로 보였거든요. 

 

C. 그 일이 있은 후부터, 팀의 사기가 매우 떨어지고 경쟁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심지어 제가 하던 업무를 자기가 더 하겠다고 하는 채가는 얍실한 동료부터, 편을 가르고 절 따돌리는 직원도 생겼죠. 굳건히 버틴 후, 401k vested period가 끝난 후 바로 bye 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회사는  다국적 기업. 포춘 기업이라며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데 왠지 모든 프로세스가 포춘같지 않은 그곳으로 두번째 이직을 하게됩니다. 이 곳은 '다국적' 기업답게

세계전역에 비지니스를 하는 곳이었고, 참 특이하게도 제 주어진 업무는 비한국업무였습니다. 응? 나 한국말 잘해 라고 계속 어필했는데 이상하게 한국업무를 할당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됩니다. 그러던 중 배우자가 한국으로 갑작스런 취직이 돼죠. 하아. 여러 상의 끝에 배우자의 상황을 상사에게 용기내어 말했습니다. 상사가 갑자기 좋아하면서 (?) 한국으로 이직하면 계속 일할 수 있는 거지?라고 물어봅니다.  전 엉겁결에 그럼 그럼 이라고 말하며 결국 본사에서 한국으로 이직하게 됩니다.

 

 자.. 지금부터 제가 겪은 한국직장에서 경험은 모두 21세기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제 한국동료는 지금도 가끔 한국판 오피스라고 하며 우스게 농담을 합니다. 참고로 이 직장은 제가 한국으로 두번째  역이민을 한 후 취업한 한국의 첫.직.장! 당연히 모든 프로세스가 생소합니다. 제가 첫 출근 날 한 질문은:

 - 이 회사의 observed holiday는 언제죠? - 다들 뭥미와 같은 반응에 친절히 한 분이 답변해줍니다. 네이버에 찾으시면 달력에 빨간날 나오죠? 그 거 보세요. 헐.. 

 - 그러면 휴가일 수는요? - 신규직원은 무조건 15일이에요. 한국 노동법이 그래요. 그래도 빠다코코넛님은 럭키하네요. 내년부터 개정되서 한 달을 꼬박 기다리지 않아도 돼잖아요. 두번째 헐..

- 혹시 안쓴 휴가는 몇일 정도 roll over가능하죠?- 네? 아 한국은 근로자에게 휴가 촉진법이라고 해서 고용주가 피고용주에게 휴가를 서면으로 권고하면 안쓴 휴가는 cash 보상할 의무가 없어요. 안쓰면 없어져요. 그니깐 다 쓰세요.- 세번째 헐..

 

그리고 한국 지사장님의 주간회의에  얼떨결에 불려갑니다.. 상무이상 급의 부서 모든 직원들이 모인 회의에 갑자기 들어가서 좀 정신이 없었죠.  갑자기 절 직원들에게 소개하십니다.

- 자 미국본사에서 이번에 오신 빠다코코넛씨 입니다.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질의가 있으면 직접 이야기하시면 될거 같구요. 한국말 잘 하시죠?

- (빠다코코넛) 네

- 회사에 처음으로 오신 분들은 꼭 해야하는 통과 의례가 있는데

- (빠다코코넛) 음. 새로 전달받은 게 본사에 없는데, 혹시 local code of conduct training 인가?

- 통과 의례는 모두 있는 곳에서 노래를 한 곡 부르셔야 돼요.

- (빠다코코넛)......

 

너무 충격에 빠지 제가 말을 잇지 못하자 타부서 상무님이 재빨리 주제를 돌리며 화제를 전환합니다.. 주간 회의의 충격에서 빠진 지 얼마 돼지 않았는데 갑자기 본사팀의 회의 (타 업무와 관련하여) 에 불려갑니다. 오고가는 대화가 험악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세 한국어로 "아니 상품의 기본적인 이해도 안되는데 무슨 회의를 맨날 하는 거야 " 라는 말도 듣습니다. 미국분들이 한국어를 못알아들음에 참으로 감사한 순간이었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문화에 회식을 하면서 회사의 짦은 연혁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이해하게 됩니다. 짧게 요약하면, 한국 벤처기업이 사업확장으로 자본금이 더 필요하자 외자본을 끌고오면서 경영권이 이원화되기 시작한거죠. 본사는 투자한 자본금만큼  분명 이사회에  대등한 결정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을 이해하지 못해 프로세스가 늦어지고  한국 지사장은 자신이 키운 회사라는 남다른 (?) 애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지니스를 경영하는 바람에 계속 본사의 신뢰를 잃는 내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거죠. 여튼 이 지사장분들께서 (사실은 두명이서 경영권을 가지고 계셨는데 한명은 실무를 다른 한 분은 회사 전반적인 경영을 맡으셨습니다.) 계속 내분을 일으킵니다. 그 사이에서 전 태어나 처음으로 가스라이팅이라는 걸 경험합니다..

 

- 주간회의에서 인사부 직원이 실수를 합니다.

-(한국지사장) 아니 돈받고 이런일 하는 건데 실수를 하면 어쩌자는 거지? 

-- 그 분은 한 달 후에 퇴사하십니다.

 

-주간회의에세 본사가 정해준 프로세스를 지켜서 진행하는 직원이 못마땅한 지사장님이 그 분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다르게 던집니다.(소위 깐다고 하죠) 질의에 대해 일일히 설명을 차분히 하는 그 분 모습에 존경심이 일어납니다.

-- 그러나 그 분도 삼개월 후에 퇴사합니다.

 

이제 제 차례가 됩니다.

(한국지사장) 빠다코코넛씨가 한국 시장흐름을 이해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모든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자 보세요. 이 표만 봐도 경쟁사에 비해  뒤쳐지는게 보이죠?

(모든 참석한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끄덕 -

(빠다코코넛) 한국 시장이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본사에서 원하는 프로세스는 x team팀이 별도 정한 것을 따르도록 되어있고..

(한국지사장) 참 되게 말 못알아들으시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은 납득을 할려고 질문을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종용하는 거라는 것을. 가끔은 회유도 하곤 했죠.

 

(한국지사장) 빠다코코넛이도 아시다시피 저도 아주 힘들어죽겠어요. 클라이언트는 계속 쪼지 아휴. 이것만 그냥 본사에서 넘어가면 되는데..

(빠다코코넛) 죄송하지만 제가 결정할 권한이 없어서..

(한국지사장) 그냥 빠다코코넛씨가 잘 이야기해주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데 벌써 두달을 넘게 끌고 있으니..

 

나중에 본사 보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자 뒤로 자빠지십니다. 그리고 이야기해주십니다. 이래서 한국업무를 넘겨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상황이 진전이 없고 계속 지지부진하자 어느 날에 제가 앉던 책상을 뺍니다. 그리고 저 먼 구석으로 친절히 옮겨주십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어리둥절하자 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하고자 자리 위치를 옮긴다고 합니다.(에휴...) 이게 말로만 듣던 책상빼기라는 거구나 하고 이제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고, 보스에게 퇴사하겠다고 통보합니다...

 

 

아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다음 마지막 편은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서 한국과 미국에 두번 살면서 제가 느낀 점들을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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