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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하는데 고민입니다.

참울타리 | 2020.07.03 13:43:1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제가 일하는 병원은 한인 인구과 인디언 또 히스패닉 등의 마이너 인종 인구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 하는 카운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번 달부터 코비드 환자를 보는데 거의 대부분 히스패닉 환자분들입니다. 방호복 입고 벗고 거기다가 아이패드 통역 기계까지 주렁주렁 달고 들어가서 이야기 하다보면 일반 환자보다 시간이 배는 걸립니다. 거기다가 코비드 혈장 치료/Remdesivir 치료 동의서까지 영어/스패니쉬 버전으로 받아서 시작하려면 시간은 배로 걸립니다. 둘다 환자를 리서치에 등록해서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답게 서류가 주렁주렁 달립니다. 같은 수의 환자라도 훨씬 힘듭니다. 히스패닉 인구가 아무래도 서비스 직종이나 건설 등등 위험도가 높거나 마스크를 쓰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탓인지 많이 걸려옵니다.

 

 같이 일하는 백인 NP 하나는 자기 다음 주면 손자보는데 환자보다는 코비드 걸리기 싫다고 보험이 없어 병원 응급실에서 투석 치료부터 받는 히스패닉 환자가 오니 코비드 검사부터 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인종차별적인 내용 같아서 지적하고 싶었지만 참습니다. 병원에 오는 모두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으니 모두 검사하겠다고 이야기 했으면 저도 동의하고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었던 내용을... 히스패닉이라 더 위험(?)하기 때문에 검사를 더 한다라는 내용은 제가 생각하기엔 너무 위험한 발언인데 전혀 개의치 않고 이야기 하더군요.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뷰포드 쪽에 다인종 상품을 파는 마켓으로 유명한 곳에 갔습니다. 생선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멀찍이 떨어져서 기다리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히스패닉 가족이 다가옵니다. 최대한 떨어지려고 거의 도망(?)가 봅니다. 순간... Racial profiling을 했던 NP가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나는 그렇게 행동했던 그 분의 행동을 안 좋게 생각하고서는 나 또한 racial profiling을 하고 있지 않나 반성했습니다.

 

 살다보면 어디까지가 편견이고 선입관이고 어디까지가 경험에 의한 본능적인 몸사리기인지 참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 거 같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인 이태석 신부님이 울지마 톤즈에서 보여주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흑인 아이의 찢어진 두피를 꼬매주시면서 까매서 잘 안 보인다고 타박(?)하시는 모습에서 저는 그 분에게 진정한 인간다움을 느꼈습니다. Suture를 할 때 노안이 왔을 이 신부님이 참 제대로 꼬매기가 어려웠을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완전 천사표마냥 너 아프지 내가 빨리 안 아프게 꼬매줄께 하는 비현실적인 내용보다. 현실적인 고난(?)을 그냥 인정하고 그래도 끝까지 그 아이를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참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짧았지만... 이 신부님의 사람을 생각하는 자세를 조금 느낀 거 같다는 생각이 든 거 같았어요. 신부님의 짧은 말씀 속에서 사실 어떤 인종적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본 거 같기도 합니다.

 

 

 

 몇 일 전 암환자인데 패혈증으로 위험했다가 많이 좋아진 환자분이 자기 퇴원 안 시켜준다고 저랑 argument를 합니다. 저는 랩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가며 열심히 설명해 줍니다. 내가 어떤 검사를 기다리고 있고 어떤 수치가 좋아져야 하는지... 소용 없었습니다. 자기는 이런 fucking hospital의 죄수가 된 기분이랍니다. 그러면서 제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고 그게 제 launguage barrier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쏘아 붙입니다. 이 모든 건... 옆에 서 있던 원어민! 간호사가 다 보았구요. 전 이태석 신부님 같이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어떻게 f워드를 쓰고 나에 대한 개인적 모욕을 할 수 있느냐 이야기 하고 감정 식히러 병실 밖을 잠시 나갔다가 들어왔습니다. 그 분 말이 이어나가고 자기가 미안하긴 한데 내 나이가 몇 인데 f워드도 못 쓰냐 그러고 또 따지십니다. 더 이상 말 섞어봤자 좋지 않을 거 같아 제가 내일까지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란 것은 의사로서 드리는 조언이고 그게 맘에 안 드시거나 동의하지 않으시면 그냥 against medical advice로 떠나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나와서 분을 삭이며 원어민! 간호사랑 이야기 합니다. 자기한테도 어제부터 그랬답니다. 의사들은 가끔은 간호사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상상도 못할 거라 이야기합니다. 참... 간호사 선생님들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 다른 간호사 샘 대동하고 회진 돕니다. 이러 저래 설명하고 수치 등등 다 좋아졌으니 이제 퇴원해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도 어제 일에 꼬였는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제 환자분이 제 language barrier 때문에 못 알아듣는다고 하셨으니 여기 이 간호사 선생님은 원어민이고 제 말을 다 알아들으시니 필요하시면 간호사 선생님이 부연 설명해 주실 거라고 설명합니다.

 

 네... 저도 뒷끝작렬한 거 압니다. 저도 사람인데 참 때로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태석 신부님만치 훌륭하신 분이 될 순 없지만 참 흉내는 내고 살아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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