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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코비드 환자 수가 심상치 않네요. (감사합니다.)

참울타리 | 2020.07.18 16:58:1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업데이트) 감사합니다. 각각의 댓글에 답글을 달고 싶었지만 제 글이 자꾸 토우되는 것도 안 될 거 같아서, 오늘도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남깁니다. 각자 자기자리에서 수고하시는 동료들과 댓글 응원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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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는 락다운을 일찍 푼 효과를 지금 체험하고 있네요. 하루에 3,000명이 넘는 확진자 숫자입니다. 병원은 포화입니다. 코비드 병동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갑니다. 이런 추세로는 조만간 elective surgery는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대는 확실히 젊어졌습니다. 제가 오늘 본 환자만 해도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가볍게 넘어간다지만 여기 병원에서 코비드를 앓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하루 하루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누군가의 방종을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운 현실입니다.

 

 혈장 치료가 그래도 가장 부작용이 덜하고 환자들이 기관 삽관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가능성을 높이는 치료인데... 이 치료가 Mayo에서 등록된 연구의 일부라서 리서치 동의서까지 받고 환자를 리서치에 등록시켜야 하는 지리한 서류 작업을 해야 합니다.

 

 40대 아주머니. 자기는 혈장치료 안 받겠답니다... 자기 몸에 코비드가 많은데 다른 사람 코비드까지 수혈로 받기 싫답니다. (이 이야기 듣고 묘하게? 설득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붙잡고 설명합니다. 코비드 바이러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회복된 환자의 항체가 들어있는 혈청은 준다고 설명합니다. 말이 어려운 거 같아서... 네 몸의 항체가 지금 코비드랑 싸우는데 도움을 줄라고 다른 사람 항체를 더 보태서 같이 싸우게 한다고 즉, 6.25때 남한군이 북한군한테 밀릴 때 유엔군이 참전해서 같이 싸운 거라 같다고 설명합니다. 그래도 싫답니다... 그러고 한 네 시간 있다가 혈장 치료고 뭐고 안 받으니 퇴원시켜 달랍니다. 지금 받고 있는 스테로이드와 산소/항생제는 치료란 생각이 안 드시나 봅니다. 예... 우리 이런 분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나가면 자기 나름(?)의 격리를 하면서 열심히 퍼뜨릴만한 분들이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다른 40대 흑인 아주머니의 혈장 치료에 대한 질문은... 인종에 따라 효과가 차이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인종별로 정리된 데이터가 나오기엔 이르지만 혈장치료의 특성상 인종별로 크게 차이가 나타날 팩터가 별로 없습니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아직도 흑인 인구 가운데 의료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터스키기 매독 연구와 같은 일이 그리 먼 옛날이 아니니 그럴만 하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60대 아주머니. 요즘 환자가 크게 늘어 빨리 rapid screening 하는 진단킷이 부족해서 아직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분인데. 임상적으로는 코비드가 확실한 분입니다.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혈장치료는 시작할 수 없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 빨리 혈장을 드리기 위해 먼저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이 아주머니는 의료진의 치료에 감사하시면서 이거 받고서 자기 다 나으면 자신의 혈장 공여가 제게 가능한지 물으셨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 원래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라는 생각.

 

 70대 러시아 할머니. 자기 코비드 양성랍니다. 임상적으로도 확실한데... 병원에서 한 테스트 두 번은 다 음성 나왔습니다. 고민이 시작됩니다. 벌써 음전이 일어난 건가... 아니면 처음 것이 위양성 아니면 가능성이 적지만 두 개다 위음성. 시기적으로 임상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 코비드 양성일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아직 산소포화도를 유지하는데 꽤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가슴 사진의 음영이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이 할머니를 혈장치료 등록시키기 위해 탐정 놀이를 시작합니다.

 

(러시아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여)

 

나 : 할머니, 양성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할머니 : 근처에서 검사 받았어.

나 : 어디예요? CVS? 어느 기관인지 알면 양성 받은 서류 좀 요구하게요.

할머니 : 모르겠어...

나 : -.-;; 그럼 결과는 어떻게 확인하셨어요?

할머니 : 이멜로 왔어.

나 : 그럼 그거 스크린 캡처해서 저한테 문자로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할머니 : 할 줄 몰라.

나 : 저한테 폰 좀 빌려주세요. 제가 해 볼께요.

 

 할머니 러시아로 된 아마도 생년월일 입력하라는데서 자꾸 틀리십니다. 제가 시행착오 끝에 결과 페이지에 다달았습니다. 근데... 양성 음성이 러시아어입니다. 어... 이거 리서치 코디네이터한테 구글 번역기 써서 양성이라고 나온 거 보여주면 될까?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이것저것 눌러서 그 결과가 영어로 출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리서치 코디네이터한테 그 스크린 캡쳐한 페이지 주고 결국 할머니 오늘 혈장 치료 받게 되었습니다. 전 쉬프트 의사는 통역 서비스 이용해서 할머니 보고 결과 가지고 오라고 이야기만 했지... 이런 식으로까지 달려들어서 하진 않아서 지금껏 혈장 치료 해당 사항이 없었는데 제가 할머니를 위해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한 거 같아 가장 뿌듯하더라구요.

 

 적어도 동남부에서는 지금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보면 병원 기능 마비가 눈에 보입니다. 락다운으로 가서 다시 숨통 트이기를 하고 풀던지... 오늘은 혈장까지 모자라서 오늘 등록한 환자 일부는 혈장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마모님들 중 혹 확진 받으셨다가 회복하신 분들은 혈장 치료를 위해 헌혈 부탁드립니다. 뚜렷한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 그나마 가장 확실하고 부작용 적은 치료법이라 코비드 회복한 사람들의 혈청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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