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또 이렇게 가을입니다.
가을이 오면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들이 생각이 나실텐데요. 저는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 이라는 시를 노래한 곡들이 생각이 많이 납니다. 가사 자체가 워낙 세련되고 특히 “ 내 서늘한 가슴” 이라는 표현이 너무 좋아서요.
세월이 가면 - 박 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어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아마도 수사반장 최 불암씨의 모친이 운영하시던 서울 명동 ‘은성’의 1956년의 밤이 이랬을까요.
“이진섭과 박인환이 막걸리를 마시며 함께 자리한 가수 나애심에게 노래를 한 곡 청했다. 나애심이 “여기서 부를 마땅한 노래가 없다”고 꽁무니를 빼자 박인환이 즉석에서 쓱쓱 시를 써내려 갔고 여기에 이진섭이 즉흥으로 곡을 붙였다. ‘명동 샹송’으로 불린 ‘세월이 가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명동의 터줏대감이자 ‘명동 백작’으로 불린 이봉구와 성악가 임만섭이 합류했다. 나애심에 이어 임만섭도 노래를 불렀다. 대폿집은 곧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약 일주일 후인 3월 20일 박인환이 심장마비로 사망(31세) 했으니 ‘세월이 가면’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는다 - <명동백작 (EBS 2004.9.5~ 12.6) 中>”
이런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원곡은 구하기 힘들었고 그래서인지 대중적으로는 박 인희씨의 노래를 기억하시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가면 – 박인희 (1976)
https://www.youtube.com/watch?v=25oXoRon05o&feature=youtu.be
근데 사실, 박 인희씨 뿐만 아니라 기라성 같은 가수 분들이 이 노래를 많이 부르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리의 뒷골목에서 들을 법한 샹송 같기도 해서 현미씨 version 을 제일 좋아라 하고 조용필씨가 부른 곡도 좋아 합니다.
세월이 가면 – 현미
https://www.youtube.com/watch?v=ZlteR9kCONk
세월이 가면 – 조용필
https://www.youtube.com/watch?v=XggtAAwe5MU
그런데..
드디어 2015년 <세월이 가면> 최초 음반이 발견됐습니다. 박인환 시인 사망 2개월 뒤인 1956년 5월 신신 레코드가 제작한 나애심의 유성기 음반이 그것인데요.
세월이 가면 – 나 애심(1956)
https://www.youtube.com/watch?v=39QaJDSRQqM
이 가을, 세월이 가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이사라면, 유성기 잡음이 가득한 그때 그 명동의 은성주점을 한번 느껴 보시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Update>
그 시대의 디바였던 정 훈희 씨의 버젼이 추가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8hsJ22jG0g
자려고 드러누웠다가 다시 배를 깔고 누웠습니다. 박인환의 시야 진즉부터 아름다웠지만 쿠드롱님의 소개글도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연배가 있는 작가들의 자전소설들을 읽다보면 나오는 명동의 문인들 예술가들 이야기들은 정말 전설같아소 늘 매료됩니다. 저는 박인희의 LP 판을 가지고 있는데 목소리가 너무 곱고 얼굴과 잘 어울려서 그집 머슴이라도 살고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도미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분 이야기도 추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추석 달을 보니 언뜻 생각이나서 몇자 적은 별 솜씨도 없는 글인데, 이렇게 과찬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아 명동백작이란 프로그램에서 나애심이란분이 주점에서 불렀던 장면이 생각나는데 이분이 최초로 앨범을 낸것은 몰랐었네요. 감사합니다.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