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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아이들에게 극단적인 교육 방식의 강요와 관련하여 (한국 문화 정체성 관련)

GG | 2020.10.06 18:11:1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글을 몇 시간 전에 작성했는데 제가 좀 오해한 부분도 있고, 밑에 원글에 적힌대로 "경악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말을 좀 경솔히 공격적으로 한 감이 있습니다. 원댓글 쓰신 분에게 사과드립니다. 그 글에서 댓글로 대화를 했는데 저랑 생각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짧게 생각하신 것은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위에 한국식 정서 및 문화를 아이들에게 강요하여 한인 부모와 연을 끊거나 또는 부모와 사이가 매우 안 좋은 한인 2세들의 사례를 많이 봐온 것 때문에 제가 좀 강하게 글을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세뇌시키려고 하지 않는지 돌아보는 선에서만 한 번 생각해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 문제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 및 아이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보다 닫힌 마음으로 무언가를 강요하려고 할 때 생기니까요. 일단 그러한 가상의 부모가 있다고 상정하고 토론해보는 것은 좋을 것 같아서 원글은 남기겠습니다.

 

(혹시 원댓글 분이 원하시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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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글을 보다가 경악할 만한 교육방식을 (제가 볼 때는 학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몇몇 분들이 보여 글을 남겨 봅니다. 자신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게 하려 일부러 김치 등의 냄새가 나는 음식을 저학년 아이들의 도시락에 싸주고 그걸 감내하는 게 교육이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더라고요.

 

전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밑에 댓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심지어 김치에 익숙한 일본인들조차도 나무로 만든 여관 등에서는 김치 냄새가 나무집에 배어들어 나무 여관에서는 김치 꺼내는 걸 금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김치 냄새나 심한 젓갈 냄새 등은 외국에서는 그 냄새가 혐오 그 자체입니다. 우리 문화를 자랑스러워하고 내세우는 것은 좋죠. 하지만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타문화권 사람들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배려에 관한 이슈는 사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죠. 저 또한 삭힌 홍어를 정말 좋아하고 삼합이 인생 음식 중에 하나이지만, 솔직히 저도 스무 살 넘어서야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토할 것 같아서 썩은 홍어 냄새조차 못 맡았어요. 한국에서도 애들 학교 갈 때 일부러 삭힌 홍어를 싸주지는 않잖아요? 아마 서울권에서 그러한 음식을 싸가면 한국 사람들도 민폐라고 생각할 겁니다. 김치야 한국 전체의 대표적인 문화라고 괜찮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외국 사람들에게는 김치 냄새나 썩은 홍어 냄새나 피차일반이에요. 한국에서 썩은 홍어 냄새난다고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면 그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인정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냄새가 심한 음식은 타인들이 있는 곳을 피해서 먹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고 타문화권을 배려하는 행동이죠. 그러다가 타문화권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한테 천천히 음식을 전도해가는 그런 방법을 써야죠. 종교도 자신이 믿는 종교를 막 내세우면 거부감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믿는 종교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죠..

 

그리고 본인들이야 어른들이고 가치관이 정립되었으니 자신의 문화권에 자부심을 가지고 내세우는 것도 좋겠고 타인들이 뭐라고 해도 그걸 방어할 만한 정신력이 있겠지만, 애들한테까지 왜 굳이 그러한 가치관을 강요해야 하나요? 처음 보는 사람들의 혐오감이 덜한 음식들 위주로 싸주면서 천천히 융화시키는 전략을 쓰면 몰라도 일부러 냄새 팍팍 나는 음식들을 싸준다는 건, 애들 일부러 따돌림당하라고 조장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애들은 의외로 아무 것도 아닌 것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 그런 것이 큰 트라우마가 되는 아이들도 많아요. 어느 정도 정신적인 방어력이 생겼을 때 대항하라고 하는 것과, 7살 혹은 8살도 되지 않은 애들한테 남들이 거부감을 가질 만큼 냄새나는 음식을 내보이거나 영어 자체가 딸려서 또래문화권에서 뒤쳐지게 하는 것은 정말 심한 정신적 충격을 주는 것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 이민 와서 어느 정도 대항할 능력이 있어도 애들 사이에서 도태되거나 어른이 되어서까지 극복 못할 정도로 피해의식과 정신적 충격에서 못 헤어나는 사람들도 정말 많습니다. (이건 1.5세대 이민자 분들 많이 공감들하실 겁니다.) 

 

제 이야기는 이러한 피해의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지 말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하고 거기에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에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교육방식이 너무 극단적이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엄연히 미국에 살고 있는데 영어를 가르치지 않고 한국말만 가르친다든가.. 이건 또래들 사이에서 아예 어울리지 말고 도태되라는 거죠. 이거 미국에서는 아동학대급 사태입니다 사실. 부모가 영어를 못하거나, 1세대 이민자 집안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 가능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그 문화권에서 쓰는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일입니다. 일단 타인과 소통은 되게 하셔야죠.

 

대부분 부모의 문제는 자신들이 살아온 단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이 절대적 진리라고 믿는 데에서 생깁니다. 본인들의 교육 방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애들한테 가르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본인들의 가치관 및 교육 방식에 너무 큰 확신을 가지고 극단적으로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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