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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덕질 소개2) 책을내보자

코기토 | 2021.06.28 19:50:2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오늘 소개할 덕질은 바로 책 출판입니다. 이 세상에는 책을 출판해서 생활을 꾸려나가시는 프로 작가님들도 많이 계십니다만... 저 같은 경우 그정도의 소득은 전혀 내지 못하고있습니다. 소득얘기가 나온김에 돈얘기를 먼저 해보죠. 

 

제 책은 한국에서 1만7천원에 판매되고있습니다. 이중 제가 가져가는 인세는 10% 수준입니다 (사실 인세 비율은, 출판사의 선의에 기대어 잘받은편입니다. 출판시장 불황으로인해 요즘은 8%정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할인전 가격으로 기준으로, 책한권당 천700원이 제몫으로 떨어집니다. 저가 쓴책은 회계 입문서인데요, 이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가 지난 7년간 8만부정도 팔렸다고 알고있습니다. 1년에 1만정도 팔았으니, 인세로 연간 1-2천만원을 버셨겠네요 (인기 작가님이시라 인세율이 더 높을수도있지만요). 부업으로치면 괜찮은수준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을때 받을수있는 상한선이구요 ;;; 출판된 책 절대다수가 1쇄 (요즘은 3천부도 안찍는경우가 허다합니다)도 안팔립니다. 다시말해, 책을 써서 벌수있는 현실적인 기대값은 1쇄 3천부 x 1700원 = 500만원정도인것같습니다. 

 

Output을 알아봤으니, Input도 알아봐야겠죠. 아무리 속필이라고, 책한권 원고를 내기위해서는 최소 100시간은 투자해야합니다. 저같은경우에는 작업기간이 2년을 넘겨버렸기때문에 ;; 시간을 카운트하는게 무의미할정도로 많은 시간을 집어넣었습니다. CFA level 1,2,3 공부하는데 쓴시간 이상을 책작업에 투입한것같네요. 저는 입문서를 썼는데, 글에서 힘을 빼는데만 1년정도 시간이걸렸고 (저도 못읽을정도로 가독성이떨어지고, 노잼에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초고가 나와버렸습니다 ;;), 이걸 다시 고치고, 수정하고, 가다듬는데 다시 1년이상을 썼습니다. 궁극적으로 책이라는건 자기 만족이기때문에 작가가 원하면, 얼마든지 자기자신을 갈아바칠수도있는 아주 위험한 덕질입니다 ;;; 

 

(부연설명 1. 회계책시장 베스트셀러가 7-8만부라는거지, 다른 분야에서는 파이가 훨씬 클수있습니다. 해리포터같은책 판매량을보면 ... 

부연 설명2. 책을쓴다니까 제가 긴장을해서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탓이큽니다. 실제 작업시간은 천차 만별입니다.

부연 설명3. 저는 이글을 비롯, 온라인 이곳저곳에 긴글을 올리고있습니다만, 분량대비 책의 작업속도가 압도적으로 더뎠습니다. 짧은 요약글을 내는것과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가지고 긴글을 쓰는건 프로세스가 전혀 다르다는걸 배웠습니다) 

 

자 그럼 책을 왜쓰나요?

 

제가 건너들은 테크트리는 책 -> 강연 -> 방송-> 사업입니다. 책을 내면 강연이 잡히고, 강연시장에서 인기를 기반으로 방송 진출하시려는 분들이또 많다합니다. 다시 방송에서 얻은 인기를 기반으로 자기비지니스를 키우면 궁극적으로 본업과 부업간에 시너지가 발생하는... 대표적으로 위에 언급한 모 베스트셀러작가님은 강연료로만 프로야구선수 연봉을 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분의 사례를 일반화할순없겠지만, 수입의 파이자체는 방송 (회당 출연료가 압도적)> 강연 (책보다는 시간대비 수익이 압도적)> 책순이 맞는것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미국에있다보니 한국에서 강연을할수있는것도아니고 (외모나 말주변이 딸린다는건 둘째 치고도 말이죠 ;;), 방송할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안될거에요 아마...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해외에 거주하면서 한국에서 책을낸다라는건 경제적으로 매우 가성비가 떨어지는 부업인것같습니다. 

 

왜 그런데도 책을냈느냐 하고 물어보신다면, 그냥 책 쓰는게 재밌어서라고밖에 대답할수가없습니다 ;; 대학생때 History 강사질을했던것부터 비롯, P2님만으로는 채워지지않는 설명충의 본능을 잠재우는데 글을쓰는것만큼 좋은 취미가 없기때문이죠. 하루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머리를 싸매는게 괴롭지만, 뭔가 그럴듯한 문장이 나왔다는 생각이들면 또 왜그렇게 기쁜지. 책이라는 매체를 원래 좋아하기도했거니와, 남에게 설명하는걸 좋아하는 본성탓에 고생을 사서하게되었습니다. 

 

원래는 인터넷에서 글을 기고해왔는데, 그짓을 몇년 꾸준히 하다보니 출판사에서 회계 입문서를 써보지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예전글에서 반응이온걸로보아, 뭐든 꾸준히하다보면 얻어걸리기도하는것같습니다. 존버는 역시 진리입니다. 그래서 덥썩 출판계약을 맺었고, 선인세를 받은이후로는 원고가 늦어진다 = Deliverable이 늦어진다 (회계사들이 가장 겁내는 상황) = 부채감에 잠을못자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렇게 두아이를 재워놓고 밤에는 책을쓰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초기소설은 식당 영업끝낸후 식탁에앉아 썼다는데서 위로를받아 "나는 지금 뻘짓을 하는게 아니다... 내가 쓴글은 쓰레기가 아니다... 일단 지우지말고 아침에 고치자..." 라며 정신승리를한끝에 마침내 책을 낼수있었습니다.

 

출판사는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분들은 말그대로 프로이기때문에 책의 방향이나 편집등에대해서 아주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는 규모가 그리크지않은 출판사와 계약을맺었는데요, 저에게는 이것이 아주 잘맞았습니다. 출판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일부 대형 출판사에서는 신인작가의경우 다양한 책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내자 (복권을 여러장사자)라는 생각으로, 편집과정에서 오탈자만 잡는다고 들었는데요 ;;; 제가 계약한 출판사분들은 여러명이 원고를 전부 인쇄해서 돌려보고, 빨간펜, 형관펜으로 교정과 수정사항을 빼곡히 적는 FM 편집과정을 여러차례 반복했습니다. 제 쓰레기같은 원고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써주신다니 그저 황송할 따름이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출판사에서 최종 OK 사인을 보내면 책이 인쇄소로 가고... 저자증정본의 형태로 책을 받아보게되었습니다 (20권인데, 미국집에는 2권만 왔고 나머지는 어머니댁에 ;;). 책이라는게 하드카피가 존재하는 옛매체다보니까, 솔직히 쫌 기뻤습니다. 저 혼자 책을 낸거라면 망해도 별상관없을텐데, 출판사 및 주변 지인비롯 여러명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다보니 아주 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되었습니다. 

 

이상으로 두서없는 출판과정 소개를 마칩니다. 혹시 궁금하신점이있으시거나 정보를 얻고싶은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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