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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썩은 동아줄

남쪽 | 2021.12.23 18:57:3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2021년이 이렇게 끝나네요. 오늘이 회사에 마지막 날인데, 내년에는 이직 합니다. 9년 만에 옮기는 직장이고, 팬데믹에 옮기는 거라서, 떨리네요. (같은 직종에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팀을 꾸립니다. 연봉도 인상, 베너핏도 더 좋고, 100% 리모트 입니다)

 

꼭 예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첫 취직 했을때 생각 나네요. 그때는 정말 모르는게 약 이라고, 정말 열심히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 보스가 절 보고,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라는 말에 충격 받고서, 지금도 가끔씩 새로 들어 오는 애들 한테 해 주곤 합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라고.

 

예전에 마일 모아에다가 쓴 댓글이 하나 있어요, https://www.milemoa.com/bbs/board/6386833#comment_6401824 그 동안 느낀 점으로 회사에서 일 하는패턴을 적어 놓은건데, 신기하게도 항상 비슷 합니다.

 

1년차: 주 70+ 시간, 일 퀄러티는 above average, 이때는 그냥 바쁘게 실적 낼 수 있는 거 위주로 일 합니다.

2년차: 주 50+ 시간, 조금 요령이 생기기 시작 해서, 일 퀄러티를 compromise 안 해도, 퀄러티가 유지가 되기 시작 됩니다. 이때는 1년차때 하던일이 실적이 나오기 시작할 때라서, 그걸 바탕으로 조금더 재미 있는 일로 판을 짭니다. 이러면서 회사에 enemies 도 생기고, allies 들도 생기기 시작 합니다.

3/4년차: 주 40+ 시간, 요령도 생기고, 이때 부턴 제 캘린더 관리가 가능해 지면서, 일 자체가 굉장히 flexible 해 집니다. 2년차 부터 시작 했던 재미 있었던 일들에 실적이 나오면서, 일 퀄러티는 above average 에서 excellent 까지 무난하게 왔다 갔다 합니다. 보통 이맘때 되면, 조직 개편을 할때 뭔가 일이 더 생깁니다. 다른 팀 업무를 더 맡게되면 다시 1년차로 돌아 가서, repeat 입니다.

5년차+: 주 50+ 시간, 이때 부턴 scheldule 이 flexible 하긴 한데, 아군과 적군사이에서 다녀야 할 미팅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동안 해 온 일들은 무난이 잘 마무리 되고, 자연 스럽게 조직 확장에 들어 갑니다. 이때쯤 되면, 적이던 아군 이던 같이 일 해 본 사람들이 서서히 리더쉽 위치로 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적과 아군의 관계가 다시 한번 이해 관계에 의해서, 바뀌더군요. 그러면서 잴 중요한건 썩은 동아줄 인지, 아닌지 구별 하는거가 힘듭니다.

 

9년 동안 같은 직장에 있으면서, 3번정도 타이틀이 바뀌고, 일도 늘어 났는데, 2020년 후반 부터, 분위기가 쎄~ 하더라고요 (실적은 정말 좋은데). 적의 숫자는 늘어 나는데, 아군이라고 생각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중립을 선언 합니다 (우크라이나?) 정치질을 재택 근무 zoom 으로 하니깐, 집에서 혈압만 올라가고요.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늘어 나는 적의 숫자를 보면서, 예전 부터 필요하면 쓰라던 빨간색 전화기를 돌리는데, 아무도 안 받습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한건지, 여러 생각이 납니다.

 

이러는 와중에 올 여름에 친하게 지내던 리쿠리터가 연락이 옵니다. 항상 여러군데에 관심은 있지만, 애들 때문에 (와이프 때문에), 이사가는건 별로 라서, 이런 콜이 진행이 잘 된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100% 리모트 라네요. 미국 50개주 안 에서만 일하면 된 답니다. 오케이 하고 가을 내내 인터뷰 하는데, 이 바닥이 또 좁아서, 중립을 지키던 분들이 난리가 납니다, 가면 안 된다고 (SOS 할때 도와주지), 이 와중에 늘어나는 적들의 수장이 제 직속 보스라는걸 알아 버립니다. k-drama

 

이렇게 10월, 11월은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이때 부턴 여러 동아줄이 내려 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기다리던 것들인데, 막장 내려 오니깐, 선택 장애가 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전부다 썩은 동아줄 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12월 초에 보스 (적의 수장) 한테 통보를 합니다, 마지막 날이 언제고, 어디로 갈꺼 라고.

 

보스 한테 얘기 하자 마자, 중립을 지키던 사람들 한테, 전화 돌립니다. 그 동안 감사 했다고 (잘먹고 잘 살아).

 

이번 드리마는 이렇게 끝나나 싶은데, 갑자기 새롭게 EVP가 내년 2월 짜로 임명 됩니다. 보스와 그 사람은 서로 엄청난 적 이라서, 보스는 난리 납니다. EVP-elect 는 제 멘토 중 하나고요. 쿨 하게, 동아줄은 안 내려 줬지만, exit interview 는 자기랑 직접 하잡니다. 1월 3일에 이거 합니다. (to be continued)

 

결론은 WFH 이라도 손 놓지 말고, 사내정치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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