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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자원봉사 후기

동쪽기러기 | 2013.03.09 19:54:5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가입인사 올린 김에 글 또 올립니다. (사실은 일하기 싫어서....죠)


아시는 분은 또 다 아시겠지만, 마일모아에 올라오는 여행기에 많은 도움 및 영감을 받고 있는지라, 이런 것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올립니다.


골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한테는 괜찮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작년 8월에 열렸던 LPGA Jamie Farr Toledo Classic에서 standard bearer를 했던 이야기 입니다.


한 줄로 요약을 드리면, LPGA경기를 할 때 관중들은 카트길 근처에서 멀직이 보고 있을 때 5m옆에서 관전한 이야기지요.



LPGA.com을 보시면 (남자 경기에 관심이 있으시면 PGA.com이겠죠?) 1년동안의 경기 스케쥴이 예고 되어 있습니다.

근데 작년 초에 보니 제가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40분 떨어진 Toledo, OH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항상 잘 해 왔던 LPGA대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러고선 그 대회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자원봉사자를 모집할꺼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자원봉사라는 말이 좀 문제가 있는게, 돈을 내고 하는 자원봉사입니다.

하지만 내는 돈이 (제 경우에는 50불 남짓) 프로암 대회 포함해서 1주일동안 열리는 대회 입장료와 비슷했던데다가 자원봉사자 주차장 퍼밋, 티 한장, 모자 하나, 클럽하우스 입장권(선수들 있는 곳은 안되요), 자원봉사자 텐트에서 간식제공이 포함된 가격이니 그 자체로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하냐인데요


자원봉사라는 말에 걸맞게 온갖 힘써야 하는 일들이 다 있습니다. 의자 놓고 치우기, 자원봉사자 텐트에서 서빙하기, 코스에서 한 곳에 계속 있으면서 관중들 조용히 시키기 등등요.

하지만 두 가지 좋은 포지션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walking scorer이고 다른 하나는 standard bearer입니다. (제가 참가한 대회는 이 포지션은 신청할 때 정해지면 바뀌지 않더라고요)

Walking scorer는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PDA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며 그 선수가 driver는 몇 야드를 쳤고 fairway에 안착을 했는지, green에는 몇 번만에 왔고 퍼팅은 몇 번했고, bunker save는 했는지, 그리고 그 홀의 점수가 얼마인지 적는 역할이고요

standard bearer는 역시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그 선수의 현재 점수를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판떼기(standard)를 들고 다니는 겁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골프 규칙을 완전히는 모르니 walking scorer는 괜히 겁이 나서 standard bearer를 신청했습니다.


그 후 대회가 몇 주 안남았을 때 자원봉사 사전모임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요, 깜짝 놀란것이....

제가 신청한 standard bearer는 대부분 동네 꼬맹이부터 동네 고등학생 정도더라고요. 정확히 확인은 못했지만 앞에 안내하시는 분이 "자원봉사로 인정이 된다"라면서 강조하는 것을 보면 뭔가 학생들한테 도움이 되는 건가봅니다.

몇 몇 분들은 아버지는 walking scorer, 아들 딸은 standard bearer로 신청해서 같은 조에 편성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어쨌든 그래서.... 저는 4라운드 경기가 열리기 직전에 있었던 pro-am대회 날과, 2,3,4라운드에 하겠다고 신청을 했습니다. (꼭 이렇게 많이 할 필요는 없었는데 조금 오바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원하는 선수를 정해서 조가 될 수는 없다하고, 다만 많이 나온 사람이면 마지막 라운드때 배정할 때 배려를 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대회측에서 정한 예외는, 선수가 전화해서 짝지어 달라고 하면 해 준다고 합니다. 몇 해 전에 Paula Creamer가 전화해서 누구랑 같이 조 편성 해달라길래 해줬다더군요. 하지만 저한테는 해당사항이 없으니 패스)


프로암 대회 날, 자기가 배정된 조가 시작하기 30분 전에는 자원봉사 텐트에 출석하라고 해서 45분 먼저 갔더니, 지금 곧 나가야 하는 조가 있는데 배정된 사람이 안왔다고 매우 난감해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선수의 조에 배정이 되어 살짝 실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행하시는 분이 "너 혹시 Na Yeon Choi 선수랑 지금 나갈래?"라고 묻더군요.

"누구?"

"Na Yeon Choi. Do you know who she is?"

브라보.


누구긴요, 그 대회 저번 우승자 (2011년에는 대회가 안열렸거든요) 최나연 선수죠.

"어 그래 뭐 그럼 그러지 뭐"라며 쿨한척 해 줬습니다.


최나연 선수와 Jamie Farr Toledo Classic의 Jamie Farr아저씨 4시간 넘게 따라다녔습니다. 물론 선수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Jamie Farr할아저씨가 최나연 선수한테 "세리는 남자친구랑 여전히 잘 만나니?" 이런 대화 하는 걸 옆에서 듣고 있었죠.

그래도 프로암 대회여서 분위기가 편한 분위기라 나중에 "최나연 선수 싸인 좀 해주세요~"(저) "아~ 한국 분이셨구나"(최나연 선수) 이 정도는 했습니다.

그리고 프로암 대회여서 분위기가 편한지라

Resize_IMG_0352 - Copy.JPG

이런 것도 했고요 (프로암 대회가 스크래치 방식이었어서 점수가 좀 낮게 나와있습니다)


그러고 2라운드 날

3인 1조인데, 두 선수는 제가 잘 모르는 외국 선수들이더군요. 하지만 다른 한 선수가 류소연 선수.


3라운드 날,

2인 1조에 한 선수는 재미교포이신 Jennie Lee, 다른 선수는 대만 선수 캔디 쿵 (이 선수가 매우 무뚝뚝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하이 아임 캔디"라고 하던게 귀에서 떠나지를 않네요. 이름만 들으면 되게 명랑하실 것 같은데....)


그리고 4라운드 날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른 자원봉사자보다 제가 많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챔피언조에 가깝게 배정을 해 줄지 알았는데, walking scorer의 조 배정을 하는 젊은 청년이 제가 열심히 일해서 (쓸데없이) 고마웠나봅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Natalie Gulbis선수 조에 배정을 해 버리더군요. 사실 제가 따라하기에는 좀 독특한 스윙을 하시는 분이라....

그리고 Natalie Gulbis선수의 캐디가 Ohio State University의 팬이신가 보던지 제가 쓰고 있는 저희 학교 모자를 매우매우 싫어하면서 자꾸 농담조로 갈궈대더군요.


그러고 4라운드 저희 조 경기가 끝나고 보니 류소연 선수가 챔피언 조에서 6연속 버디를 하고 오시고 계시더라고요. 그러고선 가볍게 우승.

어이쿠 이런, 경기 다 끝나고 사람들 싸인 받는 인파 속에서 모자를 내밀었더니 류소연 선수가 "아 저번에 감사드려요"라고 알아봐 주시더군요. 훗~

(쫌 더 아는척 해 보려다가 생각해보니 4라운드 중에 저랑 같이 다녔던 날 제일 스코어가 안좋게 나와서 조용히 인사만 드렸습니다 ^^;)


각설하고.... 가장 큰 수확은 세상에서 골프 제일 잘 치신다는 분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관전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저 멀리 30야드 밖에서 보는게 아니라, 살짝 앞-뒤 쪽에서 관전한다는거죠.

여자 선수들의 아이언 비거리가 남자 아마추어랑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대단히 부드러운 스윙에 깜짝깜짝 놀라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첫 날 저랑 같은 조에 계셨던 walking scorer분께서는 "남자 대회보다는 여자 대회가 스윙 공부하는데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표력하시더군요.

트러블샷도 보고 배우고 싶었는데.... 선수들이 트러블을 안만드니 볼 기회가 없다는게 함정이죠.

(한 번은 외국 선수가 티샷을 치고 저도 겨우 들릴정도로 나즈막히 f뭐시기 이러더니만 가봤더니 250야드 친 티샷이 러프쪽에 살짝 걸쳐있더군요. 한 1야드 정도 살짝....)


올해에 또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 번 쯤은 해 볼만한 괜찮은 경험인 것 같았습니다.

판떼기가 생각보다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요. 걸어 다닐 때 외에는 바닥에 내려놓아도 된다고 한데다가, 들고 다닐 때에도 받칠 수 있는 하얀 끈 같은 것을 줘서 팔과 목, 어깨로 힘이 나눠지는 지라 체력적으로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대회 시작 직전 연습 그린만 봐도 참 입이 쩍 벌어집니다.

아니면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면 (한 10m 떨어진 곳에서 봐야 하긴 하지만) 선수들이 어떻게 연습하고 있는지도 구경할 수 있고요.





p.s.1) 아래는 2라운드 끝나고 신지애선수, 쳉야니선수, Sandra Gal선수한테 싸인받은 모자입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보내드렸죠. 우승자 류소연 선수의 싸인볼도 있습니다. Walking scorer나 standard bearer아니면 공에는 싸인 안 해주는 선수들이 꽤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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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Daylight saving이 시작되었군요. 해가 길어졌네요. 시즌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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