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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역사와 지리로 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엣셋트라 | 2022.02.27 07:20:4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유튜브와 나무위키로 지리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찌질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고 드는 생각을 공부라 생각하며 적어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 추천도 겸하고 있습니다.

 

1. 유럽의 지형

 
일단 지도를 보시죠.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유럽의 중심지는 프랑스-독일-폴란드-러시아로 이어지는 북유럽 대평원에 걸쳐있습니다. 이 평원은 북쪽으로는 북해에 접하고, 스페인과는 피레네 산맥으로, 이탈리아와는 알프스 산맥으로, 발칸반도와는 카르파티아 산맥으로 구분이되죠.
 
역사를 생각해보면 유럽에서의 전쟁은 해전이 아니면 북유럽 평원에서 주로 일어나요. 유목민이 밀려들어오는 경로도 북유럽 평원이고, 100년전쟁, 30년전쟁, 나폴레옹전쟁, 보오전쟁, 보불전쟁, 양차대전의 주요 전쟁은 모두 북유럽 평원에서 일어났죠. 그 이유를 유럽의 지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너 진짜 똑똑하다"라는 채널에서 게임으로 설명해주는 유럽 지리와 그로 인해 역사적으로 그치지 않는 유럽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험준한 지형이 있다면 거점을 지키면 되지만, 북유럽과 같은 평지에서는 수비하려면 라인을 길게 만들어야 했고 반대로 공격은 한점 돌파가 가능했구요. (독일-프랑스 쪽 전선) 아니면 아예 완전 후퇴해버려서 공격측이 병참선을 길게 만드는 것을 유도하는 청야 전술로 싸웠죠. (독일-러시아 쪽 전선) 이렇게 방어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유럽은 항상 세력의 균형을 맞춰가려는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가요. 
 
이런 흐름을 프랑스의 리슐리외,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 3명의 명재상의 외교정책으로 요약해 설명해주는 인상깊은 영상이 있습니다. "건들건들"이라는 밀리터리 덕후 채널인데 극한의 덕후는 덕질을 통해 세상 만물을 다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역사를 돌이켜보면 유럽의 힘의 균형이 지금 깨져있는 상태죠.
 
독일은 과거의 죄로 인해 군축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프랑스는 구지 군비에 돈을 쓸 이유가 없고, 러시아는 군사력과 천연 자원 말고는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데,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신재생 에너지가 보편화되면 군사력도 유지가 안 될테니 지금 최대한 뽑아놔야죠. 유럽의 균형은 독일과 영국에 주둔하는 미군이랑 불쌍한 폴란드가 지켜주는 상황이죠.
 
러시아 정치 체제가 가까운 미래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으니, 과연 유럽의 재무장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라 봅니다.
무장을 하여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가 vs 미국이 해주겠지+국방비 아껴서 꿀이나 빨자+독일이 재무장하는건 눈뜨고 볼 수 없다
 
 
2. 각서는 백장도 쓸 수 있다.
 
1994년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 미국, 영국에게 안전을 보장받는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를 받습니다.
 
그리고 20년 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하고, 각서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구속력이 없다는 핑계로 미국과 영국은 미적지근하게 반응을 합니다. 그리고 또 8년 후, 이번에는 돈바스 지역을 병합하려 하고, 아직도 서방 국가들은 입만 열심히 털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모습을 우리는 역사에서 본 적이 있죠. 바로 나치 독일이 확장을 시작할 때 영국과 프랑스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유럽사 박사과정에 계신 분이 운영하시는 "함께하는 세계사"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요약을 하자면
 
(1) 나치는 베르사유 조약을 깨고 1936년 프랑스와의 국경 라인란트 지역에 무장을 시작했습니다.
(2) 1938년 4월 오스트리아를 병합합니다. 명분은 우드로 윌슨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였습니다.
(3) 같은해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지방도 병합하려 합니다.
(4)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는 주데텐란트는 독일이 병합하는 대신 체코슬로바키아의 안전과 독립을 보장하는 이상한 협정을 맺어버립니다. 이것이 1938년 9월의 뮌헨 협정입니다.
(5)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1939년 3월 체코슬로바키아를 병합합니다.
(6) 1939년 8월 독소불가침 조약 체결
(7)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하고 본격 2차 대전이 시작됩니다.
 
역사가들은 라인란트 무장할 때 영프가 강하게 나갔다면 독일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거라 예상을 합니다. 당시의 영국과 프랑스가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1차대전 후 반전 여론, (나) 식민지 상실과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 침체, (다) 전쟁 준비 미비
 
이 세 가지 모두 최근 모습과 매우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가) 미국고립주의 여론과 아프간 철수의 아픈 기억, (나) 코비드로 인한 경제 침체와 탄소규제로 인한 천연가스 수요증가, (다) 서유럽의 군축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2014년에 힘들더라도 러시아 석유랑 가스 끊어내고 경제 제재를 확실히 했어야했는데
지금 제재하려니 그때보다 훨씬 큰 피해를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죠.
 
 
 
3. 크림 공화국, 도네츠크 공화국, 루간스크 공화국
 
2014년 크림반도 사태, 2022년 돈바스 사태는 굉장히 비슷한 시나리오로 흘러갑니다.
 
(1) 우크라이나 X지역에 러시아인이 많이 산다. (X=크림 or 돈바스)
(2) 우크라이나에서 친러vs반러 갈등이 깊어지고, X지역은 독립을 주장한다. (크림 공화국; 도네츠크 공화국, 루간스크 공화국)
(3) X지역의 독립국은 러시아에 군사적 도움을 요청한다.
(4) 러시아는 X지역으로 군대를 몰고 들어간다.
(5) X의 독립국은 스스로 러시아에게 합병된다.
 
결과를 보면 굉장히 양아치스러운데, 각각의 과정에서 내세운 명분은 뭔가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가 아주 완벽하게 성공한 예시가 이미 역사에 있습니다.
 
바로 미국이 텍사스를 멕시코에서 뺐어올 때 했던 과정이죠. 당시엔 미국이 저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이행한건 아니었겠지만, 이런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나쁜 예시가 되었죠. (이런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힘으로 뺐긴 했겠지만요.)
 
아래 영상은 목소리와 말투가 아주 중독적인 "효기심" 채널의 텍사스 역사 설명입니다. 이 분 말빨이 너무 찰져서 5시간짜리 러시아 역사를 다 들었습니다....
 
 
힘이 쎄면 약소국 합병 쯤이야 그냥 뻔뻔하게 버티면서 시간 지나면 장땡이라는게 슬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4. 결론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의 저항이 만만지 않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저 결기를 보고 서방 국가의 정상과 시민들도 결의를 가지고 전쟁 범죄에 대응하는 대오를 형성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중국도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있다는게 제일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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