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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인생의 목적.

참울타리 | 2022.04.06 21:30:2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예전에 오랜만에 은사님 한 분을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메가스터디 회장 손주은 선생님입니다. 예전에 학원 강의를 하실 때, 제가 수능 성적에 좌절했을 때, 그 바쁜 와중에도 제게 설렁탕 한 그릇 사주시면서 다독여 주셨던 선생님이십니다. 지금껏 직접 하는 강의만큼 큰 행복이 없었다는 선생님은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사는 제자에게 문득 질문 하나를 던지십니다.

 

"너는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니?"

 

글쎄요... 질문은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딱히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어 말씀하십니다.

 

"인생이란 결국 잘 죽기 위해 살아가는 거야. 멋진 마무리를 위한 긴 여정이지..."

 

 P2 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제게 참 충격과 같은 말씀이었습니다. 그 이후 10년간 의학을 프랙티스 하며 여러 번 그 의미를 곱씹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육십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허리 통증으로 오셨습니다. 5년 전에 암 수술을 받고 제대로 경과 관찰이나 치료를 받지 않으신 분입니다. 허리에는 기존의 암이 전이된 듯한 병변이 관찰되었고 아주머니의 몸 곳곳에는 전이된 암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병식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맑진 않으셨지만 타주에 살고 있다는 자녀들의 전화번호는 끝끝내 알려주시지 않습니다.

 

아주머니 : "애들 바쁜데 뭐하러 전화하려고 해?"

나 : "아주머니 상태가 좀 안 좋으셔서 가족분들하고 꼭 이야기 하야 해요."

아주머니 : "됐어... 연락하지마."

 

 5년 동안 아주머니를 돌보섰다는 간병인과 통화합니다. 지난 5년간 가족들과 어떠한 형태의 교류가 없었고 코비드가 창궐하면서 바깥 활동이 정지되면서 아주머니 정신 상태가 계속 안 좋아졌다고 하십니다.

 

 가족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할 아주머니의 파일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머리 속에 아주머니의 마지막이 그려집니다. 이국 땅에서 어떤 사연인지... 남편분도 없으시고 자식들에게 버림 받고 결국은 어느 이름 모를 널싱홈에서 돌아가실 듯한 미래가요.

 

 5년 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제 의대 친구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아직도 따뜻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친구와의 기억들이... 생각하면 그립다는 마음이 떠오릅니다. 

 

 

 10년 전... 손 선생님의 말씀을 깊이 있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지금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또 선생님의 대답도 조금은 이해가 될 거 같습니다.

 

 

 어떤 일인지... 이 아주머니가 예전에 다른 가족들에게 인간적으로 용서 받을 일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일은 저지르셨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주머니의 마지막은 가족들과 서로 용서하고 떠나는 장면이었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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