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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아재 로망을 건드리는 성시경 먹방 "먹을텐데"

엣셋트라 | 2022.06.10 18:18:1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성시경 유튜브 채널의 "먹을텐데"라는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본격 가수에서 먹방유튜버로 정체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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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스무번 남짓 했는데 조회수가 100만이 훌쩍 넘는 영상이 수두룩합니다. 

오늘 올라온 충무로 필동면옥에서 평양냉면 먹는 영상을 보며 나는 왜 이걸 재밌게 보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컨텐츠가 특별하진 않아요.

약수순대국, 화목순대국, 어머니 대성집 등등 유구한 역사와 두터운 단골층을 보유한 맛집에 가서

국밥이랑 고기에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 뿐입니다.

 

맛집 소개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유명한 식당이고,

먹방이라고 하기엔 먹는 장면이 큰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토크가 아주 썩 재밌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정보가 들어있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래서 내린 저의 결론은 "아재의 로망을 저격하는" 컨텐츠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30대-40대 아저씨가 대중문화에서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젊어서 성공한 기업가나 가정에 헌신하는 가장의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저런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안 팔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요즘 아저씨의 로망은 회사나 가정에서의 누군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을 추구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신랑 잘만나서 팔자고치는 신데렐라보다 스스로 멋진 여성상이 더 어필하는 시대가 온 것과 비슷하다고 봐요.

 

아래 만화에서 이 느낌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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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의 먹방의 매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누가봐도 아저씨고, 수수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성시경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공을 거뒀다는걸 알고있죠.

다른 아저씨들도 공감할지 모르지만 이게 아저씨들이 공유하는 감정의 근저에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많이 먹긴 하지만 나도 맛있는거 오랜만에 먹으면 저 정도는 먹을거야 하는 수준으로만 먹습니다.

구지 묘기를 보이듯이 많이 먹을 필요가 없어요.

 

성시경 술 많이 마시는거 누구나 알고있는데 엄청 많이 마시는게 아니라 그냥 소주 한병 정도예요.

알딸딸하게 기분이 좋을 정도이지만 먹고 출근할 수는 없는 그 정도.

 

국밥 떠먹고 "으아~ 시원하다"를 외치고 소주 한잔 꺾고 "캬~"가 자동적으로 나와요.

그러고나서 아저씨처럼 이런거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합니다. 아저씨라면 이 맘이 뭔지 알죠.

 

먹으면서 하는 토크는 세가지 정도의 주제가 있는데,

하나는 음식에 대한 쓸데없는 지식, 둘째는 개똥철학 훈화말씀, 셋째는 젊은 시절 라떼는 토크.

제가 약간 부정적인 어투로 썼지만, 솔직히 제가 주변 사람에게 하는 말도 이 세 가지 중 하나예요.

생각해보면 저희 아버지도 그랬고 할아버지도 그랬어요. 

 

이제 드디어 이게 컨텐츠가 되는 시절이 왔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이것과 비슷한 취향의 컨텐츠를 예전에 본 기억이 하나 더 떠올랐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터지기 직전에 나영석 PD와 이서진이 했던 "뉴욕뉴욕"입니다.

중학교때 뉴욕으로 이민와서 NYU를 나온 이서진이 나영석 PD를 데리고 "라떼는말이야" 뉴욕 여행하는 예능입니다.

그때도 이걸 재밌게 보면서도 이게 왜 재밌는지 모르겠다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제 생각해보니 공식이 정확히 똑같아요.

뉴욕에 가서 제일 먼저 먹는 식사는 차이나타운.

투덜대며 가지만 막상 즐겁게 하는 아저씨.

옛날 영화에 대한 놀랍도록 쓸데없는 이서진의 지식.

추억의 장소에서 펼쳐지는 라떼는 말이야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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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아재의 쓸데없는 주저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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