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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올 여름 한국에 약 한달 있으면서 느꼈던 점들 (소득과 소비에 대해서)

shine | 2022.07.27 15:15:5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올때 갈때 "무사히" 캔슬 딜레이 하나도 안되고 한국행을 마친것만으로도 일단 감사할 일이죠. 게다가 5인가족이 마일리지로 다녀왔으니 마일모아 아니었으면 아마 이번 여름에 한국에 나가지 못했을거라 생각이 드네요.

 

저는 처가가 있는 서울 강동구에 한 아파트에서 한달 좀 안되게 한국생활을 했네요. 때문에 제가 본것과 느낀것은 서울 "강동"의 풍경에 많은 영향을 받은거라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이것저것 쓸 건 아니고, 제가 관찰 혹은 느낀 점중 가장 커다랗게 남은 건, 서울 기준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생활수준과 소득과의 어마어마한 미스매치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4년전과 확연히 시각적으로 달랐던 점은 이 강동구 아파트 주차장에 수많은 유럽산 럭셔리차동차/테슬라/그리고 제네시스 그렌져등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4년동안 아파트 가격은 거의 2.5배가 뛰었으니 그럴만도 한데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내 가처분 소득이 동시에 오른건 아니니 이건 좀 신기했습니다. 더 놀라운건 십몇억씩 하는 아파트 주차장 뿐만이 아니라 동네 골목길에 새로 들어선 4-5층 원룸건물 주차장에도 유럽산 럭셔리 자동차는 즐비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가던간에 육안으로 연식 십년넘는 자동차는 열대중에 한대 많아야 2대꼴이었습니다. 뭐 그럴수도 있죠 아주 괜찮은 소득을 누리면서 십몇억짜리 아파트를 사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된 어떤 독신청년이 여윳돈으로 그런 차를 살 수도 있고, 솔직히 내가 내돈으로 차를 산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찾아보니 2021년 한국내수시장에서 팔린 자동차중 최소 5천만원 이상의 자동차가 대략 40만대는 되는것 같습니다. 그렌져가 무려 1위고 제네시스 모델2개가 상위 10위안에 들어갑니다. 한국의 1억이상 연봉생활자가 약 70만명정도로 추산되는데 6-8천만원짜리 차를 1년에 40만대를 파는건 마케팅의 승리가 아니라면 무언가 집단적 소비패턴이 있지 않고서는 잘 설명이 되지는 않네요. 참고로 한국의 4인가족 중위소득은 연 512만원인데, 여기서 세금을 빼면 대략 달에 420-30만원 연 5천만원수준이라는 거죠. 512만원을 단순히 열두달을 곱해도 6천만원이니 4인가족 소득이 4만6천달러 정도겠네요.  이건 미국의 아주 작은 도시의 median income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불과 한달이었지만 생활수준 먹거리에서 차이가 확연하게 날 정도의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는 있지도 않은 각종 맛집과 먹거리등이 즐비한게 서울이었고 누가 그러더군요. 이제 웬만한 서울의 카페 커피맛은 전부 맛나서 사람들이 커피맛이 아니라 view나 분위기를 찾으면서 카페를 찾는다고. 다른 도시에서 한국체류를 했던 미국 선배형도 그러더라구요. 솔직히 여기 동네 커피숍에서 쓰는 커피머신이 한국의 아메리카노 천오백원짜리 샵(가령 메가커피)의 그것보다 후져보인다고. 

 

 

 

베이커리의 빵의 가격과 맛도 아주 수준급이었고, 시작할때는 서울강남을 중심으로 고객이 생기던 마켓컬리는 이제 전국 대부분의 큰도시를 커버하면서 새벽배송이나 다음날 배송으로 프리미엄급 음식을 현관문 앞에 가져다 줍니다. 처형이 미국에서 온 아이들 먹어보라며 무슨 식빵을 대신 주문해줬는데 크로거나 코스트코 빵만 주로 먹던 애들에게는 신세계급 경험이었을 겁니다. 무슨 "쿄토(일본회사 아니랍니다)"로 시작하는 식빵이었어요. 그새 영화관 관람표는 만오천원이 되었고 고속터미널역주변 파미에 스테이션의 대부분의 식당 점심값도 만오천원정도였습니다. 

 

 

궁금한건 저정도의 소비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소득이 있어야 할텐데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지표는 한국의 소득수준은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 있으면서 종로에서 밤 12시에 택시를 못잡아 한 3시간 종로에 묶여있으면서 현타가 쎄게 왔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이 택시문제가 이미 사회문제가 되었더라구요. 이유는 그겁니다. 영업용 택시를 해서는 수도권에서 서바이벌조차 할수 없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거죠. 그러니 이분들이 대거 플랫폼노동으로 이직을 해서 수도권 영업용 택시(오렌지색)중 60%가 차고에서 서 있다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거죠. 그렇다고 배달을 하면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는가? 그것도 아니라는 거..

 

 

이런 이야기들을 가족을 비롯하여 서울에 거주하는 친구나 지인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제 사람들이 저축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젊은층에서 그런 경향이 아주 심하다네요. 어차피 노동소득으로는 집장만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목돈을 모아야할 동기가 사라졌다고. 이들은 좋은 조건을 주는 직장을 옮겨다니면서 사고싶은 것을 소비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는게 그들의 말이었습니다. 

 

 

제 쌍팔년도 상식은 미국이야말로 paycheck to paycheck으로 살면서 신용카드 revolving을 이용해서 사실상 빚을 내고 소비생활을 하는 국가였는데, 이제는 한국이 그래보이네요. 2022년 한국 서울은 지금껏 다녀왔을때하고는 정말 많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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