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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3주 동안의 한국 방문에서 느낀 점들

doomoo | 2022.12.04 14:59:1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일단 제 개인적인 경험을 쓴것이고 오로지 제 생각이니 고작 3주간 갔다왔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느냐 라는 말씀은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4년만에 P2와 둘이서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11월에 한국으로 가보는 건 미국으로 온 이후 처음으로 21년만인데 어머니 팔순도 겸하고 항상 가던 여름보다는 더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죠. 어제 복귀했는데 예상대로 초저녁에 잠이 들어 새벽 1시에 깨서 이걸 쓰고 있습니다. 다녀와서 느낀 몇 가지 점들을 사안별로 말씀드려 볼께요.

 

1. 미국에서 출발하는 날

 P2가 한참 전부터 짐을 쌌기 때문에 큰 문제나 빠뜨린 것 없이 Budget 렌트카를 이용해서 LAX까지 갔습니다. 밤 10시 40분 비행기였는데 8시쯤 도착했으니 시간도 충분했구요. 체크인 카운터에 가서 여권 두개를 들이밀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영주권자라서 문제없지만 시민권자인 P2는 K-ETA를 발급받아야 된다고... 그 때가 수속마감 한시간 정도 남았을 시점인데 직원 말이 일단 앱을 다운받아 신청을 하고 기다리라는데 자기들이 곧 철수할 거라서 확신이 없답니다. P2는 정작 딸아이 여름에 혼자 한국 보낼때 그걸 미리 준비해서 보내줬는데 자기는 깜빡했다고 자책하고... 일단 제가 앱을 받아서 신청하는데 중간에 물어보는 것도 많더군요. 작은 전화기 화면에다 초조한 마음 때문에 입력도 잘 안되고... 어찌어찌 마쳐서 신청은 했는데 그때가 한국시간으로 일요일이라 신청처리 안하겠거니 마음으로는 포기하고 직원한테 물어보니까 다음날 비행기는 자리가 있으니 알아봐 주겠다고 해서, 오늘밤은 또 어디서 보내야 되나... 24시간 안에 발급이 안되면 또 언제까지로 비행기를 미뤄야 하나...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와중에 수속 마감시간 끝날 무렵 갑자기 대한항공 직원이 조회해보니 허가가 났다는 겁니다. 통보해 주기로한 저한테는 아직 메일이 안왔는데요. 겨우겨우 짐부치고 비행기 탔습니다. 이런 일이 다 있더군요. 누군지 모르지만 그때 통과시켜준 법무부 직원 복받으시길... 직원 말로는 K-ETA 발급 안받고 오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니 시민권자들은 꼭 잊지 마세요.

 

2. 비행기

항공기 모델은 잘 모르겠고, 좌석이 3-3-3 배치인데 (예전에는 대부분이 3-4-3이었던 걸로 기억히는데 바뀌었나봐요?) 지난 5월에 마일리지로 예약했던 거였고, 출발 이틀전에 온라인 체크인으로 겨우 붙어있는 자리 두개 잡았네요. 이것도 미리미리 안하면 둘이서 떨어져 가야 할판. 13시간 비행은 정말 힘들더군요. 도착해서 내리면서 둘째아이 대학 졸업해서 등록금 걱정 없어지면 비즈니스 타고 다니자고 다짐했어요.

 

3. 입국수속

통관절차 정말 빠릅니다. 세관신고도 미리 앱으로 작성해 놓으면 그냥 통과구요.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서 아 내가 한국에 왔구나 라고 느낀 것이, 심사 과정중에 제가 처음 줄을 선 곳이 세관원이 없는 무인 시스템이었어요. 여권을 스캔했는데 저는 그 시스템으로 안된다고 세관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수속을 하라는 메세지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왼편에 세관원이 있는 곳으로 옮기려다보니 열명 가량의 줄이 있어서 뒤에 가서 섰습니다.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꽤 되더군요.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니 오른편 무인창구에서 거절 당하고 이쪽으로 오는데 세번의 새치기가 있었어요. 미국여권을 가진 노부부, 할머니와 어린 손자, 강아지를 데리고 온 젊은 여자.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원래 줄의 제일 앞사람 옆에 서더군요. 줄 가운데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4. 심카드

제 폰은 회사폰이라 자동 로밍이 됐지만 P2를 위해 알아보다가 마모에서 검색 후 친구모바일로 선택했습니다. 2만원과 4만원 짜리의 데이타 속도 차이에 따른 옵션이 있었는데 혹시나 불만이 생길 경우를 차단하고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 4만원 짜리로 선택했습니다. 만족합니다. 한가지 문제는 심카드 픽업을 공항내 서점에서 했는데 오픈 시간이 7시라 비행기가 5시 10분에 도착하고 나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아침에 도착하실 분들은 집으로 택배를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짜피 액티베이션 가능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입니다. 한국에서 사용할 심카드에 대해 궁금한 분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 그냥 이거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렴하고. 솔직히 처음엔 2만원 짜리 사서 그걸로 버틸만 한지 해보고 올리려고 했는데 후한이 두려워...

 

5. 공항버스

도착시: 이것도 여기에 질문을 올렸던 내용인데 고민하다가 목적지가 뱅뱅사거리와 매우 가까워서 경유지가 뱅뱅사거리인 공항 리무진 6009번을 가방 5개를 들고 탔습니다, 근데 뱅뱅사거리를 지나 한참을 양재 방향으로 가서 내리더군요. 차라리 한 정거장 전에 내리는 편이 나을 듯 했습니다. 둘이서 울퉁불퉁한 길바닥을 가방 다섯개 끌고 가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동하라고 해도 이걸 타서 한 정거장 전에 내릴 것 같습니다. 타는 동안에는 싸고 편했습니다. 기사님도 아주 친절하시고. 팁을 안드리는게 미안할 정도로 말이죠. 그 뒤로 그 거리를 지나가는데 저와 똑같은 루트로 가방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 보이더군요. ㅎㅎ

출발시: 청담콜밴이라는 곳을 이용했습니다. 안양에서 인천 2공항까지 8만원(강남 출발은 9만원이라고 합니다) 인데 역시 쾌적하고 기사님 친절하셨습니다.

 

6. 호텔

머무른 3주 동안 1주는 신라 스테이 서초, 1주는 삼성 호텔 페이토에 숙박했습니다.

둘다 교통이나 상권에 대한 접근성면에서는 아주 좋습니다. 근데 너무 좁아요. 침대도 괜찮고 책상, 냉장고가 있는 반면에 가방이나 잡동사니 물건을 놓을 데가 마땅치가 않습니다. 혼자 여행시에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7. 전동 킥보드

시내 중심가에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더군요. 연령층도 다양하구요. 제가 의외였던 건 그걸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눈길도 안주는걸 보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근데 너무 위험해보여요. 강남역의 복잡한 횡단보도를 헬멧도 없이 가로질러 건너 다니더군요.

 

8. 지역(?) 이기주의

어머니가 살고계신 아파트의 얘기지만 그곳만의 한정된 사고방식은 아닐 것 같구요. 우리 아파트, 우리 동네, 우리 교인(?)... 이런 의식이 여전했습니다. 제가 머물던 호텔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고등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하루종일 아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흔적이 없어서 물어보니 원래 예술학교가 될뻔했는데 실제로 얼마간 운영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이 동네에 날라리들이 들어오면 안된다는 이유로. 또 요샌 같은 아파트 단지내의 강아지 목에 인식키를 달아서 그게 없으면 단지내로 못들어 오게 한다네요. 제가 입주민이 아니라 타 애완견들이 들어와서 끼치는 배설물에 대한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뭐라고 할수가 없네요. 그걸 제대로 안치우는 견주들도 문제가 있을테니까요.

 

9. 극존칭

많은 분들이 이미 느끼시겠지만, 한국에서 식당이나 매장을 방문했을 때 극존칭 사용은 너무 잘 느껴집니다. 음식에 대한 존경심은 정말 대단합니다. 항상 "만들어지셔서 나오실 때까지" 경건하게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10. 대학입시

시기가 마침 수능을 볼때라서 그 당사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좀 오래됐기는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당장 수능날이 지나더라도 일주일 가량은 더 지원한 학교에 다니면서 논술을 치뤄야 하기 때문에 수험생 집에는 전후 3주 정도는 아무 연락을 안하는게 관례라고. 또 제가 궁금했던 점이 수험생 감소로 대학 진학이 더 수월해지지 않았을까 했는데 지방대학의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져 웬만하면 지방에서도 서울내 대학을 진학하려는 분위기로 인해 그 안에서의 경쟁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추세랄까... 상대적으로 단시일내에 준비해서 입학하기 어려운 미국보다 일본으로의 유학을 많이 진행중이고 계획하더군요. 제가 아는 가정만 네 집.

 

당장 이 정도가 생각이 나네요. 당장 내일부터 회사 또 나갈 생각을 하니 급우울해 지지만 연말이라서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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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서 한가지 더 씁니다.

 

11. 다이소 최고

일본 업체는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번에 다이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꽤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기가 쉬웠고 잊고 가지고 가지 못했던 물품들을 아주 싼 가격에 살수 있었습니다. 호텔이 건조했는데 5천원 짜리 가습기를 사서 잘 사용했구요(체크아웃때 그냥 두고 나왔습니다) 1000원 짜리 손톱깎이도 꽤 괜찮았습니다. 휴대폰용 케이블이나 어댑터도 샀구요. 단, 미국용 110v를 220v으로 바꿔주는 어댑터는 안팝니다. 호텔에는 여러가지 타입을 다 꽂을 수가 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일반 가정에 머무르신다면 미리 가져 가시거나 다이소에서 usb 어댑터를 사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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