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해 동안 한국에 3번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레 건강이 안 좋아지신 아버지를 모셔와 3개월 가까이 미국에서 지내고 돌아가는 길에 모셔다 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에서 사시는게 편할 것 같아 일산의 아파트로 이사를 해드리러 다녀왔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불효를 한다고만 생각했지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닥치니 쉽지 않더군요.
이래저래 P2와 번갈아 왔다가다하며 챙겨드렸습니다만 여전히 마음은 편치 못하네요.
바쁜 일과 코로나 핑계로 자주 뵙지를 못했는데 이제부터라도 매년 한번 이상은 부모님을 뵈러 한국에 다녀오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자식으로서 가까이서 챙겨드리면 좋겠지만, 대신 건강보험 관리공단에서 제공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했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인정 받으면 여러가지 급여 혜택을 저렴한 본인부담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요양보호사 분이 집으로 와서 하루 3~4시간 청소, 식사준비, 운동 등을 도와주시는 방문요양 재가급여 서비스를 받으셨었구요.
지금은 주간 보호센터를 다니고 계십니다. 집에만 계시는 것보다는 나가셔서 사회생활을 하시는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 외에 15퍼센트의 본인 부담금을 지불하고 보행 보조장치 등 여러가지 복지 용품을 구입했습니다.
안전하게 생활하시는데 필요한 여러가지를 설치해 드렸습니다.
비데는 복지용품은 아니지만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품목이라 아버지도 쓰시라고 설치를 해드렸습니다. 한국은 가격이 엄청 저렴하더군요.
거실에도 소파에서 일어날 때 도움이 될만한 봉도 설치를 했습니다.
가격이 무려 20만원 정도, 정부 지원이 되니 부담없이 구입을 할 수 있었지만 합리적인 가격인지는 조금...
부모님께서는 평소 건강보험료가 비싸다고 불평을 좀 하셨는데, 돌려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장기요양보험 혜택은 신청 후 등급 인정이 된 후에나 가능합니다.
복지용구는 업체와 협의해서 필요한 시점에 구입한 후 등급을 인정받으면 계약서를 소급해서 작성하고 본인부담금 외에는 환불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방문요양이나 주간보호 등의 서비스는 일자별로 혜택을 받는 부분이라 등급 인정 후에나 가능합니다. 장기요양등급 신청 후 판정까지 길게는 한달정도 걸릴 수 있다고 하니 그동안은 전액 본인이 지불해야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단,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에 절차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위와 같은 단서가 하나 붙어있습니다.
https://www.longtermcare.or.kr/npbs/e/b/202/npeb202m01.web?menuId=npe0000000120&prevPath=/npbs/e/b/201/selectDodEduCpetMdcAdminList
돌볼 가족이 없는 경우 등은 신청서를 제출한 날부터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처럼 자식이 미국에 살고 있는 경우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업체에 문의를 해도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당장 필요한 사항이라 100% 본인 부담을 하고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하고, 부모님께는 부담을 가지실까봐 15%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송파지사에 방문하여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면서 직원분께 문의를 해보니 전혀 모르고 있더군요. 이 제도가 생긴지 오래되었을텐데 여지껏 한번도 이런 예외 신청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믿기지 않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휴대폰으로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내용을 보여주고, 이 문구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서로간 연구(?)를 한 후 그제서야 내용을 찾아보고 양식도 출력을 해주셨습니다. 내용을 모르고 계셨다는 사실 외에는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이런것 보면 한국 참 살기 좋습니다. ㅎㅎ
모르고 계셨던 요양보호업체 담당자분께서도 이런 사실을 처음 안다고 놀라워 했었는데 제가 미국으로 돌아와 없는 동안 아래의 장기요양급여 제공시기 예외 적용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예외 인정 승인이 난 후에는 소급하여 정산을 해주셨습니다. 직원분이 얼마나 친절하시던지...
참고로, 예외 적용 신청은 등급 판정이후에 가능합니다. 위의 양식 6번에 장기요양인정 번호를 적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의 경우는 제가 알아보고 신청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경우, 이런 사실을 몰라 그만큼 혜택을 받기 어려운 맹점이 있네요. 건강보험 공단 직원분께서 선제적으로 물어보고 예외 신청까지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아니면 요양보호 업체에서라도 사실을 알고 신청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한국이 나이들어서 살기에 더좋아진것 같아요. ^^
저도 이번에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안좋아지셔서 한국에 다녀왔는데요. 거동이 불가하여 침대생활만 하셔야하고(이미 5개월째 요양병원과 대학병원을 오가는 생활중) 가끔 섬망까지 보이는 상태인데도 제가보기에는 합당한 등급판정을 받기가 쉽지 않더군요. 원글님께서는 합당한 등급판정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오하이오 님께서 올려주신 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두분 감사드립니다^^
저도 합당한 등급 판정 받기가 쉽지 않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요양 계획을 수립하시는 분들 께서는 이 점도 감안하셔야 할 것 같아요. 게다가 국가 정책 자체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받기 힘든 쪽으로 흐름이 바뀌는 것 같긴해요. 내년 판정 통계를 한번 보고 제 느낌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대충이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긴하네요.
저도 어머니가 뇌졸증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였는데 장기요양 판정이 도움 받을 만큼은 안되어서 이런 좋은 혜택은 못 받고 있지만 등급이 되시는 분들께는 정말 좋은 제도 같습니다. 정리도 정말 잘 하셨네요.
등급이 안되는 경우는 이런 비슷한 서비스는 찾기가 쉽지 않아서 애를 먹게 되더라구요.
소급 적용이 가능하군요. 미처 생각 못한 정책이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서울시민이라면 '돌봄 SOS'를 신청하시면 60시간 요양보호사를 통한 무료 요양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짐작컨데 유사한 복지 혜택이 지자체 마다 있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하루 3시간 일주일 3번 이용하면 5~6주, 주5일이면 한달이라, 요양등급 신청 후 등급 심사가 만료되는 기간 동안 무료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방법이 다르긴 합니다만 혹시 등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라도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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