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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회복탄력성과 바둑판 이야기

단아 | 2023.04.28 21:54:0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보통 물건에 흠이나 상처가 있으면 그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냥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면서도 이따금씩,

이토록 흠이 많고 서투르며 부족한 내가 못 견디게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민자로서 외국에 정착하는 입장에서는, 감히 말로 다 못 담을 고충들이 너무나 많기도 하구요..

 

그럴때마다 제가 자신을 다잡으며 마음속에 간직하던 글이 하나 있는데, 문득 마모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

 

김소운 님의 '특급품'이라는 수필인데, 글이 좀 길어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만 뽑아왔습니다.

 

 

'비자의 생명은 유연성이란 특질에 있다. 한번 균열이 생겼다가 제 힘으로 도로 유착, 결합했다는 것은 그 유연성이란 특질을 실지로 증명해 보인, 이를테면 졸업 증서이다. 하마터면 목침같이 될 뻔했던 불구 병신이, 그 치명적인 시련을 이겨내면 되레 한 급이 올라 특급품이 되어 버린다.'

 

'"선생님도 저를 경멸하시지요. 못된 년이라고...."하고 고개를 숙이는 그 부인 앞에서 내가 한 이야기가 바로 이 비자목 바둑판의 예화이다. 

과실은 예찬할 것이 아니요, 장려할 노릇도 못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과실이 인생의 '올 마이너스'일 까닭도 없다.

과실로 해서 더 커 가고 깊어 가는 인격이 있다.

과실로 해서 더 정화되는 굳세어지는 사랑이 있다.

생활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느 과실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 과실, 제 상처를 제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비자반'의 탄력 - 그 탄력만이 과실을 효용한다.

인생이 바둑판만도 못 하다고 해서야 될 말인가.'

 

 

요컨대, 깨지고 갈라지는 상처를 입어 흉터가 있는 바둑판이 오히려 '특급품'으로 인정받아 '값이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비싸진다는 데 진진한 묘미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고등학생 때 공부하면서 읽었던 글이 십년 넘게 마음에 남아서 저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 단어도 회복탄력성을 뜻하는 'resilience'입니다. :)

 

음.. 사실은.. 지금 당장 너무 힘들고 초라하고 슬프고 고통스럽더라도, 꿋꿋하게 버티며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특급품'이 되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란 말씀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제 자신에게...ㅎㅎ)

물론! 이곳엔 이미 특급품이 되신 분들도 너무나 많이 계십니다. :)

 

미국에서 그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너무나 훌륭하게 뿌리를 내리고, 더 나아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분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시는

존경하는 마모님들의 마음에도 이 글이 남아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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