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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그리고 신장결석

달라스초이, 2023-05-05 04:35:44

조회 수
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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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찐빵님의 완쾌를 기원하며

 

훈련소 마치고 자대배치 받은지 4개월

하늘같은 고참이 그득한 내무반에서 나는 아직도 신병이었다.

새로 신병은 파견부대로 배치받아 나가고, 이제 오나 저제 오나 신병을 기다리고 있을쯤

내가 먼저 다가온것은 지독한 감기몸살이었다.

 

긴장한 탓이 클게다.

아침부터 몸이 욱씬욱씬 땀이 비오듯 흐르는 가운데서, 내무반 일이며,

소속 부서에서 시킨 일을 하느라….

저녁이 되면서 고열이 올랐다. 얼굴도 상기됐다.

하는수 없이 내무반장님께 말씀을 드렸고, 저녁점호 준비 청소를 빼주었다.

 

누워있으라고 내무반장님이 말해줬지만, 옆에서 점호청소를 하는 일병, 상병

고참들의 눈초리에 엉거주춤 매트리스에 겨우 엉덩이만 붙여 각을 잡고 앉았다.

 

총원 30 TT 1, 외근 1, 환자 1 현재인원 27  이상 저녁점호 준비

당직사관에 대한 내부반장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당직사관은

환자가 누군가?” “ 000 이병입니다.”

어디가 아파?”

애써 괜찮습니다! 라고 크게 외쳤지만 이마는 100도가  넘었고, 땀은 비오듯 흘렀다.

당직사관은 전염병이나 기타 질병일지 모르니 오늘밤은 옆방에서 재우라고 내무반장에게 일렀다.

 

 

.

방은 30여명이 들어가는 내무반 옆에 붙어있는 조그만 방으로

주로 신던 전투화나 기타물품들을 보관하는 정말 작은 창고였다.

나는 방에 삼단 접이 매트리스를 깔고, 모포 두장을 덮고 누웠다.

전투화에서 흘러나온 발냄새와 땀냄새가 이마에 열기를 더했다.

 

칠흙같은 조그만 창고에 누워 있는데 오른쪽 눈동자가 왼쪽 눈동자에게

눈물을 흘려보냈다.

꺼이꺼이 입을 막은채 숨죽여 우는데 눈물이 배개를 적혔다.

그건 아파서 우는 눈물이 아니라 서러워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낯선 객지,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 아파도 놓고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다가 아무도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서러움에 꺼이꺼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

지인이 신장결석으로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카톡에서 전해오는 아픔에 공포가 느껴진다.

신장결석으로 갑자기 다가오는 아픔의 공포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증상을 알면서도 한동안 속으로 끙끙댔을 그를 대하며 군대시절 몸살을 떠올린다.

 

내가 그랬던것처럼 혹시 그가

낯선 객지,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

아파도 놓고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한국병원 아닌 미국병원 응급실에서 쾌유보다는 ER 비용을 걱정하며

서러워 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그건 아파서 우는것 보다 훨씬 서러운 울음이다.

 

찐빵님.

맘으로 나마 멀리서 응원을 보내요.

얼마전 면접도 보셨던데..

몸도 맘도 빨리 건강해지셔서 좋은 직장에서

찐빵님의 뜻을 펴시길 기원드려요.

그리고 서러워 마세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17 댓글

재마이

2023-05-05 04:56:02

정말 몇십년도 지난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시는 걸 보면 군대라는게 엄청난 괴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ㅎㅎ 갑자기 떠오르는 추억의 만화 한편 보고 가세요~

army.jpg

 

달라스초이

2023-05-05 05:13:07

하하하... 재마이님..ㅋㅋ

쌤킴

2023-05-05 05:54:54

제가 이해를 잘 못했으요.. 마지막에 아내분이 왜 그러나요?

daddyryu

2023-05-05 06:09:06

아버지신듯합니다

쌤킴

2023-05-05 06:16:22

아하! 답변 감솨함다!! ㅎㅎㅎ

보처

2023-05-05 05:05:33

이렇게 감동있는 글을 써주시는 지인도 계신 찐빵님 부럽습니다 인복이 있으시네요. 그나마 다행이구요 얼른 완쾌하시길 기원합니다 빠샤!!!

암므느

2023-05-05 05:12:48

그 지인 분께 수 많은 공포가 스쳤을 것 같고, 또 그게 제 얘기 인 것 도 같아서 오늘따라 달라스초이님 글이 너무 강하게 다가오네요. 초이님도 위로 잘 해주시고, 위로 받으시는 분도 금방 나으시길요! 찐빵님 화링요!!

프리

2023-05-05 05:22:48

찐빵님 얼른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복숭아

2023-05-05 05:42:49

군대에서 엄청 서러우셨겠어요 달라스초이님 ㅠㅠ

찐빵님 쾌유를 빌어요..

저도 (보험이 있는데도) 빌 무서워서 병원을 못가요..

저번에 아기가 아파서 er 갔다가 900불 냈어요.. ㅋㅋ 물론 아기 아픈거라면 얼마를 내든 er로 바로 갈거지만,

솔직히 er 가야겠다 결정하고는 바로 든 생각이 "돈 얼마 나오지?" 였던게 참 슬프더라고요..

그저 항상 아프지않고 건강하기만 바랍니다ㅜㅠ 

달라스초이

2023-05-05 06:10:45

아마 미국사는 많은 분들이 복숭아님처럼 아프거나 다쳐서 ER 갈 상황이 생기면 "돈 걱정" 때문에 주저주저한 경험 있으실꺼예요. 참 서러운거죠. 몸 아픈것도 서러운데.... 아이들 아프지 않고 잘 커준것만해도 부모에게 큰 효도한거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ㅎㅎ

daddyryu

2023-05-05 06:14:04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군생활을 안해봤지만 달라스초이님께서 어떤마음이셨는지 너무나 절절하네요. 지인님/찐빵님의 쾌유를 빕니다

단아

2023-05-05 07:42:21

읽으면서.. 저 처음에 미국와서 독감 심하게 앓았을 때가 생각나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ㅠㅠ 열이 펄펄 끓어서 부들부들 있었는데 느끼한 미국음식은 삼킬수도 없어갖구요.. 그때 덜덜덜 혼자 한국 라면 끓여먹는데 너무 눈물이 났거든요ㅠㅠ

이때 아파서 고통스러웠다기보다는 엄마아빠가 옆에 없어서 너무 서러웠던것 같아요.

찐빵님도 얼마나 한국의 부모님들이 사무치게 그리우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집니다ㅠㅠ 모쪼록 얼른 나으시길 빕니다.

달라스초이

2023-05-05 20:30:55

찐빵님에게 단아님의 소중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alculus

2023-05-05 21:15:51

글 항상 감사합니다!

외로운물개

2023-05-05 21:28:25

달라스 초이님의 따뜻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져 오네요..

찐방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오하이오

2023-05-05 23:18:23

엄마 없으면 아플때 언제 어디서나 서러웠던 것 같습니다. 크건 작건 엄마 만큼 신경 써주는 사람은 없네요. 가깝다는 자식이나 처도 거기에 비할 바는 못되니 무심하다가도 섭섭할 때가 생기더라고요. 비록 군대서 딱히 아픈 적은 없지만 막 입대해서는 저도 감성 지수가 엄청 올라서 더욱 더 서러웠을 것 같고요. 그래도 신경 써주고 위로라도 해주면 엄마 없는 빈자리가 조금은 매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달라스초이님 위로 받은 진빵님께서 조금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저도 찐빵님 얼른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비건e

2023-05-05 23:37:13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신장결석 걸려서 자리에 누우신적이 있어요. 그니까 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내새끼내새끼하시더라고요. 그 때 아무리 나이들어도 아버지는 할머니 애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ㅋㅋ

찐빵님과 다른 아프신 분들 쾌유하시고.. 혹시나 지역병원에서 병원비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Uninsured거나 underinsured 사람들에게 sliding scale로 병원비 지원해주는 병원이 근처에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제 근처 지원해주는 병원은 OSF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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