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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은퇴와 유랑민 살이 계획 -5부 1장. 소소한 근황 업데이트

유랑 | 2023.07.08 01:15:3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매주 돌아오는 목요일 오후엔 골프를 치고 그 다음날도 골프치거나 놀고, 또 그 다음날도 골프치거나 놀고, 그리고 그 다음날도 역시 골프치거나 노는 긴 주말인데다,

내일부터는 삼일간 비가 오락 가락 한다해서 며칠간 골프는 치러 나가기 힘들어 보여서,

한국가서 두시간 레슨받고 달라진 스윙을 붙잡으려는 간절한 마음과 열정 그리고 노력으로 부서져버린 아픈 팔을 부여잡고, 오늘도 아침 라운딩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한국 원정 전지훈련의(꼴랑 두시간) 기적과 같은 효과 덕분에, 이제는 드라이버도 남들 만큼 나가고, 숏게임도 점점 날카로워 지고 있는 관계로,

오늘도 파를 밥먹듯이(겨우 세개? 가 아니라 전반 세개 후반 세개는 기본인), 그리고 버디도 꼭하는 그런 이상적인 라운딩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쿼터 은퇴만 했는데도 역시 우리는 천국에 살고 있는 거야 라는 헛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습니다.

 

마눌님도 어느정도 눈치를 까고 계실거지만, 사실 골프를 실컷 치고 싶어서 은퇴가 하고 싶었던 저는,

은퇴하면 매주 4~5회  라운딩 할 줄 알았지만, 3번 채우기도 힘드네요. 아직까지는 그 이상은 체력 고갈로 쓰러져 골골 앓기 시작하곤 합니다.

연습도 하루에 서너시간씩 해서 싱글도 가끔씩 하는 고수의 반열에 들어보겠다는 욕망도, 하루 한시간 연습만으로 여기 저기 고장나는 중고품임을 깨닫고 멀찌감치 물러나 있습니다.

돈, 열정, 시간 이 모든걸 드디어 다 갖추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중요한 젊음이란 놈이 어느새 달아나 버리고 없네요.

하지만 평일에 만나는 동반자들은 나도 젊을때는 말이야를 남발하시며 저의 젊음을 부러워 하니 세상은 요지경이 맞습니다.

 

쿼터 은퇴지만 체감상 삼일 일하는 느낌인데, 가끔 연휴가 끼어들거나 휴가라도 내서 하루 재끼면 일하는 날들 사이 간격이 너무 광활해져서 다음 일하는 평일이 언제 돌아오나 날짜를 세고 있는 제 모습에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나 일중독은 아닌거지? 하는 우려가 가끔씩 들곤 합니다.)

주 30시간 이내로 줄이면 일이 너무 없어서 심심하거나 불안해질것만 같아 두렵기까지 합니다. (일중독 맞는듯)

 

회사는 몇달 열심히 새 직원을 뽑는 노력을 해 보더니 요즘은 거의 포기한듯 보여집니다.

 

얼른 집팔고 세계로 따나자! 라고 흥분에 들끓던 마음과 계획은,

보복 여행으로 넘쳐나는 관광객들과 터무니 없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에어비엔비 가격을 보면서 한두해 기다려 봐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합니다.

한국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역시 서울은 공해로 살기에 적합한 동네는 아닌가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복수국적자님의 한국에서 월 650만원이면  준재벌이 된것같은 느낌으로 살아간다는 말에 혹해서,

야 우리도 한국가면 준재벌이래, 그런데 여기서 뭐하는 거지 하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구요.

한국은 여전히 저의 은퇴 계획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제주에서 몇달 살아봐야 할 것 같아요. 자연환경은 제일 좋을것 같은데, 편의성이 얼마나 떨어질지 체험이 필요합니다.

의료비용은 한국은 의료보험 없이 실비로 내도 미국에서 보험 드는것보다 반값 이하에 방어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냥 여행자 보험이나 들고 한국에서 실비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웬만한 진료는 미국에서 보험이 있어도 내라는 코페이 정도면 되더라구요.

 

마침 7월이 연봉 조정기간인지라,

혹 연봉을 올려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봉도 올려주고 보너스도 계속 주면 한 이삼년은 그냥 이곳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거야 라고, 마눌님한테 허풍도 떨고 마눌님은 그래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하고 화답을 해 주고 있습니다.

대신 가끔씩 미국내 한달살기 여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두집 살림할 재력이 안돼서 그렇지, 요즘 같으면 까짓거 가끔 두집 살림도 안될거 없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렇게 여유있는 마음으로 보스턴이나 퀘백 혹은 플로리다나 시애틀(잭울보스키님 긴장하시죠?)에 가서 한달씩 살다 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러다가도 야 우리 김치국 너무 많이 마시고 있는거 아니야?

회사에서 언제 짤릴지도 모르는데 하고 웃고 맙니다.

 

저희 동네에 먹을만한 냉면집이 있어서 손님들이 오면 꼭 들리는 코스였는데, 코비드를 겪고 주인이 바뀌고, 이제는 입에서 넘쳐나는 강려크한 다시다 맛에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까지 추락한지라, 다른 냉면집을 공략해 봤는데, 역시 이곳도 맛도 없고 가격만 허얼하는 수준, 결국 냉면 육수 자체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사태를 두팩정도 사서, (혹은 사태 한팩, 양지 한팩)

한시간 정도 가끔씩 물을 갈아주며 핏물을 뺀후 살짝 끓여낸후,

사태 한팩이나 양지를 청주에 30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양파하나,대파 서너뿌리,마늘 대여섯쪽, 생강 엄지손가락 만한거 한쪽, 통후추 반숫가락, 올리브잎 다섯장, 황기 한뿌리(집에 있어서 그냥 집어넣음)를 넣고 3~40분 삶다가 청주를 안먹인 사태는 건져내서 얇게 썰어두고, 나머지는 설탕 아주 조금 뿌려주고(거짓말), 간장 한숫가락 붓고 10분 정도 더 끓여서 식히고 기름기를 걷어 내면, 육수와 고명 편육 완성.

그리고 세일할때 사다가 냉동고에 넣어둔 모란각 물냉면을 꺼내 면을 삶고, 물냉면에 따라온 동치미 육수와 자체 재작한 육수를 1:1로 섞어주면 웬만한 냉면집 뺨을 때릴 정도로 맛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좀 더 자세히 설명 하자면, 모란각 동치미 육수는 얼음 덩어리 그대로, 직접 끓인 육수에 넣어서 1/3정도 녹았을때 먹기 시작해서 반절 녹았을때 쯤 다 먹으니, 모란각 육수를 냉장고에서 녹여서 섞을때는 반만 섞어야 할것 같네요. 자백하자면 저는 먹어 가봐면서 비율을 조정합니다. 입맛은 그날 그날 다를 수 있으니까.)

 

한참 이렇게 근황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결국 걸려온 회사 전화,

한국가서 20시간 일하는건 세금 문제가 있어서 안된다고 운을 띄운뒤.

결론은 연봉 만불 인상 해 주기로 함.

걱정이 현실로?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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