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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인생 계획에도 없었던 좌충우돌 미국에서의 20년 삶 4

용벅 | 2023.07.16 18:18:1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가끔 일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별이 반짝이던 밤하늘을 보며 버스를 기다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리고, 항상은 아니었지만 퇴근후 버스정류장까지 나를 데려다주던 그 친구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집이 반대방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피부색도 다르고 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호의를 배풀어준 그 친구, 때론 손님들에게 너무나 잘해주었고, 아는 손님이 왔는데 그 손님이 돈이 조금 모자라거나 지갑을 놓고 오면 대신 돈도 계산해주던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일을 배우고, 적응을 잘 해 나가고 있었다. 아마 그 동네에 나에 대한 소문이 났었는지, (어린 동양남자가 자기네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으니 신기하고 귀엽다고 생각한듯 하다.) 자꾸 내 또래 여자들이나 그 위에 누나또래들이 와서 귀엽다고 하면서 내 이름을 묻고 가곤 했다. 덕분에 약간의 매상이 오르기까지 했으니 사장님은 나를 잘 뽑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물론 항상 즐겁고 좋은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게시판의 달라스 초이님의 글을 읽어본 분이셨거나, 이쪽 계통에서 일하시는 분은 충분히 이해할 듯한 일들이 거의 매일(?) 일상다반사처럼 일어난다. 문화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정말 대수롭지 않게 그런 행동을 한다. 

 

당시가 2005년이었으니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손님중 절반정도 또는 그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엘에이는 날씨가 일년내내 따뜻한 편이었기에 당시에 동네손님들이 입는 옷은 거의 대부분 Sweatpants 스타일이었다. 긴바지를 입던 반바지를 입던 양말은 종아리까지 올려서 신고 다닌다. 꾸깃꾸깃한 돈을 양말속에서 꺼내어 계산대에 던지는 사람도 있고, 정사각형으로 몇번이고 접었다 다시 피는 사람, 여자들은 브래지어안에서 돈을 꺼내어 주곤 햇엇다. 

 

그리고 티셔츠는 거의 대부분 AAA 반팔티셔츠. 흰색 아니면 검은색, 더운날은 그냥 T Shirt 따위는 입고 다니지를 않는다. 헤어스타일은 Afro, Conrow, 아님 Durag Cap 을 쓰고 있고, 대머리인 분도 있었다. 그나마 멋쟁이인 어르신들은 중절모에 펑퍼짐한 양복 위아래로 깔맞춤 하고 다니시는 분도 있었다. 당시에는 Pink라는 브랜드와 Von Dutch, Diesel 이라는 브랜드 등이 유행이었으므로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분들은 이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꽤 있었고, 운동화나 신발을 좋아하는 Sneakerhead 손님들은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조던은 기본적으로 몇 켤레씩은 다들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가진건 없어도 폼생폼사로 살아가는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가끔 커다란 붐박스를 어깨에 걸치고 음악을 크게 튼 상태로 쇼핑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럴때면 그 커다란 붐박스에서 나오는 음악에 취해 가게안에 있던 모든 손님들이 고개를 까닥이며 리듬을 타며 흥을 표현하고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당시에 가게 안에서 주로 듣던 음악은 말할것도 없이 2pac, NWA, Ice Cube, Dr. Dre, Snoop Dogg 등등 웨스트코스트를 대표하던 아티스트들의 음악이었다. 

 

가게에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들 (Regular) 은 그나마 나이스 한 편이었다. 그 사람들은 정말 매일 왔고, 항상 똑같은 물건만 사갔다. 대부분의 인기아이템은 (담배 : 뉴포트, 말보로 등 맥주한캔: 24oz / 40oz (211/Old English/Highlife/Cold 45 등, Hard Liquor : 위스키, 진, 꼬냑, 데낄라 등), 약을 팔거나 돈을 많이 버는 친구들은 주말에는 항상 Cognac (Remy Martin, Henessy VSOP, Courvoisier 등) 또는 줄여서 "Yak"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Airplane Bottle(100ml), 아니면 위스키나 브랜디같은 종류를 많이 사갔던 걸로 기억하고, 한창 잘나가거나 여자친구나 애인을 같이 데리고 왔던 젊은 남자손님들은 한껏 가진걸 뽐내야 하니 무조건 제일 비싼 술로 사갔던 걸로 기억하며 우리에게 주문할때도 온갖 스웩을 다 부리면서 "Let Me get a fifh bottle of XO/Jonny Blue my nixxx" 라고 하곤 했다. 사실이었다. 나와 regular 들은 서로 nixxx라고 부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렇게 일을 하곤 했었다. Gang 멤버인 친구들이 간혹 있었지만 자기네 Territory 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웃사촌들 그리고 자기들이 항상 가는 단골가게의 상인등등 에게는 절대 해꼬지 같은걸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리를 더 지켜준다(?) 는 느낌이 들어서 아무리 Gang 멤버라고 했었어도 위험하다거나 피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당시에 또 인기인었던 술이 "hypnotic" 이라고 Color가 예쁜 술이 있었는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물론 "Patron"이라는 데낄라와 함께... 혹시 Bottle Size 를 모르는 분들이 계실수고 있으니, "Fifth = 750ml , Pint = 473ml, Half Pint = 200ml" 라고 표현한다. 더 많은 표현들이나 제가 틀렸을수도 있을수 있으니 아시는분은 고쳐주시거나 댓글에 남겨주세요.  

 

항상 오는 Regular 들은 나이스하고 친절하게 상대해 주었지만, 또 그렇지 않는 손님들도 있었다. 내가 6개월동안 일하면서 처음 봤는데 여기 매일 온다고 내  Tab이 있으니 외상을 달아달라는 손님, 내가 새로 왔다고 무시하고 담배나 다른 물건 먼저주면 집에가서 혹은 차에 다시가서 돈 가지고 와서 계산해 주겠다던 손님, 나는 일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니 얼굴을 아직 모른다고 ID 보여달라고 했더니 쌍욕을 하던 손님, Regular 인데도 가게 앞에서 손님들 상대로 약 팔던 손님, 처음보는 여자인데 자기 여기 단골이라고 몇시에 끝냐나고 물으며 자기가 끝날때 맞춰서 나를 데리러 오겠다던 여자 손님, 아침에 출근중 버스가 늦게와서 5분늦게 가게 오픈했는데 나한테 소리소리 질르면서 오픈시간도 못맞추고 손님을 밖에서 기다리게 만드냐고 고함을 지르던 손님,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며 자기는 물건은 사고싶지 않고 화장실만 쓰고 싶다며 안된다고 하니 가게 Entrance 문 옆에서 소변을 보던 손님, 99c 24oz Iced Tea 사고 1cent 짜리 99개를 가져와서 하나씩 세며 계산하던 손님등등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상식적이고 이해가 안되었던 상황이 거의 매일매일 빅 이벤트 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고 있엇다. 여기서 일했던 2년정도의 시간이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어떤 상황보다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었으며, 한국에서 했었던 2년 6개월간의 군생활은 정말 아무것도 아님이란걸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 어려보이는 청소년(?) 같은 젊은 친구가 들어와서 아주 거만한 태도로 "Let me get a pack of Newport fagxxx"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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