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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인생 계획에도 없었던 좌충우돌 미국에서의 20년 삶 8

용벅 | 2023.07.18 00:07:4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태어나 처음으로 중형 세단을 구입했던 나는 과거의 나와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차 없는 같은 반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면 흔쾌히 롸이드를 해주었고, 내가 구입했을 당시 마일리지가 12만 마일을 넘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재밌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느때와 같이 아침에 학교를 갈려고 이그니션을 돌렸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꼼짝도 하지 않는다. 일단 같은반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픽업을 부탁하고, 학교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뭐부터 봐야할지도 모르는 차의 후드를 열어본다. 무언가 열심히 찾으려고 차 바닥도 본다. 아무 흔적도 없다. 시동을 다시 한번 걸어보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테스트 드라이브 하러 타코마까지 내려가서 운전하던 날이 갑자기 뇌리에 스쳐갔다. 빨간 신호등에 서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차가 떨리는걸 느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바보같이 그냥 바로 사버린게 화근이었다. 

 

정확히 무엇을 바꾸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Alternator를 바꾸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이 문제 말고도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켜서 타는 동안 아주 골치아픈 차였다. Rack and Pinion도 바꾼적이 있었고, Windshield 도 바꾸었으며 등등 문제가 많은 차였다. 이 차를 사고 수리하느라 모아놓은 돈을 많이 썼기에 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겨울방학이 다가오는 시기였는데, 방학기간이 약 4-5주 정도여서 예전 엘에이에서 마지막으로 일하던 곳 매니져형한테 전화를 해본다. 전화기 너머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결론은 차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기름값과 비행기값 비교해 본결과 직접 운전해서 내려가는게 약간 더 싼걸로 결론을 내렸고, 비행기를 타고가면 또 렌트를 해야했기에 내차를 직접 타고 내려가서 한달간 있다가 오기로 결심했다. 

 

학교가 끝난후 오후에 출발하기로 결심하고, 비가 오지 않던 12월 오후 5시정도에 이른 저녁을 먹고 출발을 한다. 당시에 내 차에는 CD Player 가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직접 담은 모음집(?) 을 들으면서 엘에이까지 내려갔기에, 무사히 안전하게 잘 도착하여 첫끼를 한밭설렁탕에서 먹었던게 기억이 난다. 중간에 모텔이나 숙소에서 잠은 청하지 않았으나 운전하다가 졸리면 Rest Area 에서 간간히 쉬면서 휴식을 청하며 내려갔었다. 24시간정도 걸렸던 기억이 ㅎㅎㅎ 지금 하라면 절대불가일듯하다.  그렇게 빠르게 한달이 흘러갔고, 새해가 오기전에 우리 레스토랑 멤버들은 빅베어에 가서 단합대회(?)를 하기로 하고 차 4대정도가 필요했었는데, 자랑스럽게 내차도 포함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한 생각이었다. 게다가 내차는 후륜구동.....

 

일 마감후 밤 12시쯤에 출발했는데, 가는 도중 눈이 너무나 많이 와서 중간에 스노우 체인을 하고나서야 무사히 도착을 한다. 엘에이 코리아타운에서 출발해서 6시간정도 걸린것 같았다. 2박3일간 멤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엘에이로 내려오는길에 정말 말도 안되는 트래픽에 걸려서, 내려오는날이 우리가 가게 오픈하는 날이었는데, 약속시간보다 몇시간후에 도착을 해 점심 장사는 말아먹고만다. 당시 관리하시던 분이 사장님 + 회장님(?)도 계셨었는데, 그 사건때문에 우리 모두 집합하여 혼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한달간의 즐거운 알바 생활을 마치고 다시 시애틀로 올라오는데, 이게 왠일인가 시애틀에 몇십년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서 올라오는데 30시간이 넘게 걸리고 만다.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집에 도착하였고, 기록적인 폭설때문에 운이 좋게 학교가 일주일동안 휴학을 하였고, 지인들과 함께 또 다시 즐거운 휴가같은 일주일을 보낸다. 

 

그렇게 시애틀에서의 첫해를 보낸후에 또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인을 통해 이번에는 주유소에서 일을 시작하지만, 예전 엘에이에서 일할때만큼 재밌지는 않았고, 사건사고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며, Register 앞에 방탄유리도 그리고 우리를 지켜줄 총도 없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거라곤 야구방망이 하나 뿐이었다. 손님들은 엘에이나 그곳이나 비스했다. 항상 팔리는 맥주, 항상 팔리는 담배, 작은 그로서리들 등등 별로 다를 바는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나말고 다른 한국인 몇분이 일했었는데, 어느날 영어 수업을 듣던중 같이 일하는 형님한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수업시간이라 무시하고 받지 않았는데, 원래 전화도 잘 하지 않는형이 갑자기 전화를 두세통 이어서 하니 무슨일인가 하고 수업시간 도중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XX야, 우리 이제 끝났다. Insternational Student Office Advisor 가 너랑 나랑 내일 오피스로 오전 10시까지 오래. 여권, I-20, 비자, 학생증, 운전면허증 다 가지고 오래." 라면서 형이 울먹이며 말했다. 그말을 들은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고, 머리가 핑~~ 하고 돌면서 미국 입국후 그동안의 시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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