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의 미래가 밝기만 할까

처가집 어른들이 이런 문제로 작년에 역이민 가셨습니다.

팬더믹 때 처할머님이 미국병원에 입원했다가 큰 고초를 겪으셨거든요.

이것 역시 진리의 케바케인듯 합니다... 두 곳의 장단점 모두 경험해보았거든요. 특히 저는 한국에서 크게 아픈 적이 있었는데, 1분컷 전문의 진료 3번 모두 오진을 하는 바람에 크게 고생을 했습니다. 결국 세브란스에 꽤 있었는데 한국 최고의 전문의라는 분도 회진/외래 1분컷이었고 질문에 답도 안해주더군요 (심지어 말해도 모른다고 의대 오면 알려주겠다고 함). 병실도 6인실이고 (내내 소리지르는 분 때문에 잠도 못잤죠..) 보험 안되는 치료를 많이 쓰는 바람에 천만원 단위로 깨졌었죠. 일단 미국이였으면 오진을 안했을까는 알 수 없지만, 최소 30분 이상씩 진료를 봤을 것이고 현 보험으로는 1인실에 치료 비용도 거의 안냈을 것 같아요. 또 현재 한국의 친척분이 많이 아프신데, 대학병원만 가능한데 외래 보는데만 몇개월씩 걸리긴 하더라고요. 그 동안 할 수 있는게 없어 계속 응급실 드나드시는 중입니다.... 위에도 댓글 달았지만 한국 치과에서도 너무 빠른 검진으로 발견못한걸 거의 1시간씩 걸려 검진한 미국에서는 잡아내었죠. 또 같은 증상으로 한국/미국에서 ER도 몇번 갔었지만 (미국 ER 저는 감동이었습니다), 정말 심각하게 아프거나 외상인 경우 한국은 ER에서 안받아줘서 죽을 수도 있죠. 반대로 말씀하신 것 처럼 위중한 병이 아닌 경우는 한국이 접근성이 좋아서 너무 편한 건 있는 것 같아요. 미국에 있다보면 크게 아프지 않은 이상 귀찮아서 주치의를 안보게 되더라고요. 결국 두 장점을 합칠 수만 있다면 제일 좋을 것이고... 흔하거나 큰 질병이 아니면 한국이 대체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흔치 않거나, 정말 건강에 위협이 되는 질병이라면 미국이 나은점이 더 많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어요. 단, 미국에서 괜찮은 보험이 있다는 전제하 입니다. 저 역시 국가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더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완전히 랜덤하게 태어나야한다면 한국 의료를 고릅니다. 하지만 글 내용처럼, 인구절벽이 기다리는 미래에는 시스템이 많이 바뀔 수밖에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정반대의 경우를 미국에서 겪었어요. 피부질환을 두고, 45분을 문진하고 검사했는데도 결론이 황당하게도 '원인을 알수 없다, 일단 연고 처방해줄게' 였어요. 

너무 황당해서 병원을 두차례나 더 갔는데, 다른 병원들도 사람을 한시간 대기하게 하는 건 기본이고 30분 이상 문진했는데도 잘 모르겠대요ㅋㅋㅋㅋㅋㅋ아니 잘 모를거면, 그냥 1분 컷 하고 잘 모르겠다고 이실직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한국이었다면 임상경험이 많은 동네 선생님들이 그냥 1분컷 하고 원인 말해주고 처방해줫을 거 같은데, 미국은 임상 경험이 없어 그런가 관찰을 무슨 한시간씩이나 해놓고 모르겠다 그러면.... 모르겠다 소리 듣기 위해 병원 세곳을 돌면서 몇백불 쓰고 나니 돈이 너무 아까웟어요.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 때문에 속상하셨겠군요. 다만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30분-45분 문진을 했기 때문에 "모르겠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잘 모르는데 1분만에 모르겠다고 답을 내리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무책임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위의 세브란스 입원시에도 결국 진단은 원인미상이었는데, 왜 미상인지 설명조차 안하려고 하셨...). 저도 미국 대학원 시절 피부에 누가봐도 여드름(?) 같은게 하나 났는데, 제가 여행시 만났던 곤충의 유충에 의해서도 비슷한게 생길 수 있어서 (그럴 경우 꽤 해로움) 그냥 노파심에 학교 보건소에 갔는데, 의사가 거의 45분동안 논문도 찾아보고 읽어보고 하더니 괜찮은 거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갓 한국에서 왔던 저는 많이 감동을 받았었죠. ㅎㅎㅎ

다른 경험은 각자 케바케일 수밖에 없겠는데, 미국 ER은 제가 아이 때문에 다녀왔을때도 그렇고 다들 고생한 이야기뿐 서비스가 괜찮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가 전혀 없거든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현재 외과, 소아과 등의 의료진이 부족해서 응급 처방을 제때 못받은 이야기도 있기는 합니다만 대체로는 어디나 급한 환자 먼저 조치하고 덜 급해보이면 방치하는 건 비슷해 보이는데 감동이었다 하시니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한국에선 대학 병원 세 군데, 미국에선 주립대 ER에 한 번 갔었어요. 그리고 그 중 두 번은 (한국/미국 각각) 곧바로 하루 입원으로 이어졌는데, 한국은 6인실이었나, 그래서 보호자가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미국에서는 거의 호텔같은 1인실에 있었죠 (화장실포함, 보호자 침대 있음). 그리고 미국에서는 훨씬 더 강력한 진통제를 처방해줘서 바로 푸딩같은 걸 먹을 수 있었고 간호사의 친절함과 케어의 빈도가 넘사벽이었어요. 보험 덕에 청구 금액도 한국이 더 비싸게 나왔죠 (디덕터블이 있는 보험이었다면 훨씬 비쌌음). 물론 한국 간호사분도 친절했었는데 (특히 워낙 의사가 불친절해서 더욱..) 그래도 많이 차이가 났습니다. 당연히 케이스바이 케이스 , 병원 바이 병원이겠지만 제 경험만을 얘기드렸습니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워서 한국 소아과에 가본 적이 없지만 한국 사는 친구들은 한국 의료의 신속한 접근성 덕분인지 아이가 미열이 나도 당연히 소아과 가고 기침 좀 해도 당연히 소아과 가고 그러다보니 소아과 대기 시간이 길어서 특히 환절기엔 새벽같이 대기 티켓팅을 해야한다고 하더더라구요. 그래서인지 한국 살다 미국 오신 분들이 아이가 아파서 미국 소아과 가도 해주는 게 없다며 한국에서 "잘 듣는 감기약"이나 항생제(한국은 의사 처방 없이 그냥 항생제를 살 수 있는 건가요???)를 사오신다는 얘길 들었는데 미국 소아과 의사 설명으로는 소아 감기 치료제의 증상 완화 효과는 증명된 바 없고 그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너무 크다고 하더군요. 바이러스 감염인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가 없는 건 당연한 거구요. 그래서 감기 걸려 한국 소아과 가면 받아온다는 "잘 듣는 약"이 도대체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렇게 오히려 신속한 접근성 때문에 항생제 등 여러 약 오남용의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항생제 처방없이 못사요. 만약에 항생제를 한국 약국에서 사왔다고 하면 그거 불법이에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신거 같은데;

보통 다니던 병원에서 (안 그런 곳도 많겠지만은요) 미국에간다고 하면 감기약이나 항생제 처방을 조금 길게 해주곤 합니다. 그러면 안되긴 하는데 편의를 봐준다는 의미이고 동네장사여서 인듯 합니다. 

+ 안주면 *** 소아과는 외국 여행 간다는데 비상약 처방도 안해준다고 맘카페에 바로 올려버리고 .. 그럼 또 .. 엄마들이 그병원을 안갑니다.. ㅠㅠ 

아 그건 처방전 있는 채로 산거니까 상관없죠. 근데 조금 길게 줘도 한달 이상치는 안줍니다.

윗글에서 처방전 없이 항생제 구매가 가능햐냐고 해서요

원칙적으로는 안되는 것이 맞습니다.. 모든 약은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적절한 기간" 동안 지급되어야 하는 거라 무증상 환자에게 장기간의 약물 처방은 잘못된 방식이기는 한데.. 말씀대로 안되는 건데 편의를 봐줘서 처방을 해주시는 병원들이 많습니다.. 

소아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병의원이요 

무증상 환자에게 준다고요? 저는 서울서 병원 다닐 때 무증상인데 약 처방 받은 적은 없는거 같아요 그런 선생님이 없을걸요?

아마 증상이 경미하게라도 있어 병원을 갔을 거고 선생님이 '1주치 드릴게요' 하면 사정설명 하면서 한달치 달라고 한거겠죠

한국에서 오신 분들 비상약이라고 많이들 항생제 처방 받아옵니다. 그게 팁이라고 여기저기 알려져 있고요. 병원 방문했으니 증상 없어도 의사가 써 넣기 나름이고요. 달라고 하면 다 줍니다. 안주면 멜라니아님 말씀처럼 소문이 나겠죠. 저 병원 약 안준다고..

아 이건 좀 진상이네요ㅠㅠ 맘충이라고 인터넷에서 욕먹는 약간 그런 행동같은데...ㅠㅠ

아니요 무증상이요.. 저 외국 나갈 꺼라 비상약 한달치씩 처방해주세요~ 해요 

안주면요? .. 맘카페에 불친절하고 이상한 의사로 탈탈 털리고 .. 파리 날려요 ㅠㅠ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의료 시스템의 최대 강점은 availability 입니다. 의료의 퀄리티를 떠나서 진료 받기가 힘들면 그 시스템은 이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윗 분들이 말하는 케바케라는 것도 모두 좋은 보험, 여유로운 자금 등을 가정해서 비슷한 의료 수준을 받을 수 있을 때 비슷 하다는 것으로 이해 됩니다.

솔직히 저도 꽤나 좋은 회사 보험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처럼 비염이나 배아플때 바로 의사 보지도 못하고 프라이머리 보려면 2주나 걸립니다. 나이가 들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의료가 큰 이유가 되는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저희 집이 시골이다보니 시골 병원에 가면 아침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줄서 계십니다. 크게 아픈게 아니라 나이가 들다 보니 자잘하게 병원을 갈일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미국에는 아침에 병원야지 해서 갈수도 없고 (응급실 가지 않는 이상) 언어도 문제가 있능 경우가 많기에  나이가 들면 한국 병원 시스템이 좋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원글님의 의견이 일리는 있으나 이 모두는 이미 avilable 하다를 가정하고 한 이야기니 이미 이면에서 부족한 미국 시스템은 의료 수준이 높아도 한국 의료 시스템과 비교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