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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계획에도 없었던 좌충우돌 미국에서의 20년 삶 17

용벅, 2023-07-24 00: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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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왕복 100마일을 운전해야 했기에 첫 몇주간 적응이 안되어서 좀 피곤했었다.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서 집에오면 밤 12시였으니,...출근시에 트래픽이 없으면 꼬박 1시간이 걸렸었고, 좀 심할때는 1시간 45분까지 걸린적도 있었다. 퇴근후에는 보통 테리야끼를 투고해서 메인잡으로 가기전 차안에서 밥을 먹었다. 파트타임을 일주일에 3-4일 정도 했기에 적응하고 일을 배운후 익숙해 지는데 약 한달정도(?) 걸린것 같았다. 그후로는 사장님께 안해본것들만 여쭤보고 전화도 받고 예약도 받고 결제도 하고 윈도우 틴트도 하고, PPF Prep, Wrapping Prep, 등등을 잘 해 나갔던거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사장님도 다른곳에서 일하다가 너무나 업무량이 많으시고, 한번 창업을 해보자 하고 나오셔서 한지 얼마 안된 분이었지만 경력은 20년 이상 가지고 있었기에 배울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멀리서 오는 나였는데 지각을 한번도 하지 않은걸 보시고 그점을 더 좋게 봐주셨던것 같았다. 

 

나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았기에 친한형처럼 대하면서 분기마다 있는 팀회식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가족들도 만나며 친해졌다. 팀이라고 해봤자 다 합쳐서 3명이었지만, 몇달이 더 지난후에 그 동네에 사는 젊은 친구가 일을 시작했는데, 이 친구 역시 성격이 좋아서 다 같이 재밌게 일했던 기억이 있다. 나보다 띠동갑 동생이었는데, 내가 철이 없는 건지 이 친구가 성숙한건지 꿍짝이 잘맞는 듀오였다. 같이 일한 날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 친구 역시 가끔 연락을 하면서 지내긴 한다. 너무 멀리 살아서 만날수는 없지만, 다음 팀 회식때 한번 찾아가서 만나야겠다. 

 

그렇게 알바를 시작한지 8개월정도의 시간이 지날무렵, 와이프한테 연락이 와 다시 미국으로 온다고 말을 한다. 코로나 동안 1년 6개월을 떨어져 있었으니, 이건 뭐 기러기 아빠나 다름이 없었다. 코로나도 많이 잠잠해졌고, 애기랑 와이프도 다시 들어와서 적응을 해야하니 나는 서둘러서 들어오라고 말을 한다. 와이프랑 아기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난 아기의 2살, 그리고 3살 생일을 못해주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많이 슬펐다. 4번째 생일은 최고의 생일잔치를 해주자고 결심을 한다. 그 말을 듣고 사장님께 얼른 알려드려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좀처럼 기회가 나질 않는다. 안그래도 일손이 부족한데 나까지 그만둬 버리면 더 바빠지고 오는 손님도 돌려보내야하니 말이다. 그래도 어쩔수없어서 기회를 잘 엿보고 말씀을 드린다. 많이 실망해 하셨지만, 가족때문에 어쩔수 없는 걸 아시니 이해해 주신다. 8개월동안 일도 너무나 잘 알려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마지막에 고생했다고 보너스까지 주셨다. 뭐 딱히 고생이랄건 없었고 재밌게 일해서 좋았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숙연해졌다. 마지막 알바 하는날 팀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전에 물론 팀 회식을 다 같이 했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돌아온 와이프와 아가는 시차적응 하는데 약 일주일정도 걸렸고, 그 일주일동안 나 또한 잠을 제대로 못자 뜬눈으로 거의 밤을 지샜다. 시간이 지나 와이프가 처음 맞이한 시애틀의 가을이 왔고, 아기가 Pre-K 등록을 하여 시작을 했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너무나 울어서 첫 2주동안은 와이프가 교실밖 복도에서 대기를 하며 지켜보라고 특별히 허락을 받았다.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가슴이 안쓰러웠다. 그렇게 적응 기간이 끝났고, 시애틀의 우기 시즌이 시작되던 어느날, 우리가 자고 있는 방 천장에서 우리의 이마 위로 물이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방에 있는 옷장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져 와이프 옷들 몇개가 상했다. 아파트 매니지먼트에 말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약 한달정도가 걸렸으며, 그 한달동안 우리는 방에서 잠은 커녕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삶이 피폐해 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한달후 비가 새는곳을 다 고쳤으나, 더이상 아파트에서 살고 싶지가 않아진다. 짐도 많아지고 아기도 커 가면서 공간이 점점 더 좁아졌고, 가장 큰 계기는 와이프가 한국에서 돌아온지 첫 일주일동안 아기가 시차적응 실패로 잠을 못자 이웃사촌에게 막대한 피해가 갔다. 그분도 덕분에 잠을 못 주무셔서 우리에게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부동산 에이젼트를 섭외하여 집을 보러 다닌다. 처음엔 뭐 그냥 설렁설렁 보러 다녔다. 오픈하우스도 가보고, 시간 예약을 해서도 가보고 했었다. 때는 2021년 10월정도 됐었고, 시애틀 동쪽으로 주로 보러 다녔었는데, 이 동네는 오픈하우스를 할때도 줄을 서서 들어갔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그 동네에서 오래 일하셨기에 동네 사정을 잘 알고 계셨고, 최근 한달 통계, 3개월 통계, 6개월통계, 1년 통계까지 추려서 보여 주셨는데, 이 동네는 약 5년전부터 현금부자들이 들어와서 거의 대부분 현금으로 집을 사서 몰기지 끼고 집 사는 사람들한테는 많이 불리하다고 말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게 부자는 아니였기에 그래도 해볼때까지 해보자고 말을 하면서, 첫집 오퍼를 넣었다. 우리눈에 좋아 보이는건 남의 눈에도 좋아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첫번째 집은 Listing Price 보다 40%가 높게 올라갔고, 올캐쉬로 팔렸다고 한다. 우리는 크게 실망했으며 처음 오퍼를 넣어봤었던 우리는 그렇게 경쟁이 심할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첫집의 오퍼에 떨어지고 나자 P2가 눈에 불을키고 집을 찾기 시작한다. 당시 나는 오후에 출근했기에, 평일날은 출근전에 집을 보고 회사로 갔다. 부동산 app으로 예약해서 들어가야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15분이었다. 코로나가 원인이었던 것이기도 했지만, 역대급으로 이자율이 낮아서 집 사려는 사람이 많아 그렇게 시간제로 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인생 가장 큰 소비를 결정해야 하는데 단 15분만 보고 결정을 해야 하니 참 아이러니 했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에 목표했던 동네가 아닌 다른 동네로 점점 더 지역을 넓혀 나간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약 50마일가량을 정해놓고 집을 보고 오퍼를 넣고 점점 지쳐갔다. 어떤날은 오후 출근전 하루에 10집 본적도 있었고, 부동산 에이젼트도 너무나 피곤했었는지, 우리의 눈이 너무 높다고 약간의 투정(?) 같은 코멘트를 한다. 마지막까지 가서 2등이 되어 떨어진 집도 있었고, 집만 보고 오퍼를 넣지 않은 집도 많았다. 그렇게 약 4개월이 지났을 무렵 오픈하우스를 예약해 놓고, 집을 보러 가려는데, 셀러 에이젼트가 포토샵도 없이 자기 셀폰으로 어글리하게 사진이 찍힌 집이 올라온다. P2는 다른집은 취소하고 이집부터 보러 가자고 했으며, 실제로 가서 보니 사진과 같았는데, 구조가 참 특이한 집이었다. 

 

집 중간에 Spiral Stair 가 있엇고, 주방도 꽉 막혀 있었으며, 거실은 중간에 벽같은게 있었기에 요즘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집은 아니었다. P2는 부동산 에이젼트에게 바로 오퍼를 넣자고 얘기했고, 우리는 프로세스를 척척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혹시 모르니 약 $5000 정도 리스팅 가격보다 더 쓰자고 제안했었고 우리는 그 제안에 동의했다. 그동안 오퍼를 넣은거에 비하면 $5000 더 올려써서 내는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셀러가 급한일이 생겨서 이미 다른주로 이사간 상태였으며 바이어에게 $85,000 정도 크레딧을 준다고 서류에 써있어서 우리에게는 기회였다. 우리는 그렇게 빨리 하루가 끝나가길 기다리고 있었고, 태어나서 그렇게 시간이 안가게 느껴진 날 또한 손에 꼽을 만했다. 그러자, 저녁 6시정도가 되자 부동산 에이젼트에게 전화가 온다.

 

"Congraturations! You guys got it!!!" 

 

이라고 하면서 축하를 해주자 P2는 눈물을 흘리며 우리 가족은 서로 감격스럼 포옹을 했다. 거의 6개월동안 본 집들만 약 250채 정도였고, 12번 오퍼를 넣어서 떨어졌으며, 13번째(?) 오퍼를 넣어서 된 집으로 기억을 한다. 드디어 우리에게도 첫집이 생겼다. 학군은 최상은 아니었지만, 집 연식에 비해서 상태도 괜찮은 편이었고, 로케이션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Escrow 오피스에 가서 서류에 싸인을 하고, 공사가 잘 되가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우리가족과 우리 가족을 도와주신 지인 그리고 양쪽 에이젼트들과 집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 인생 첫집으로 이사를 들어간다.

 

 

 

 

 

8 댓글

알아가기

2023-07-24 00:41:59

기다렸습니다

일단 일등!!

--------

힘든 과정이었지만 첫 집 장만하셨군요.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플래브

2023-07-24 00:50:51

은메달 먼저 걸고 정독하겠습니다 ㅎㅎ

JoshuaR

2023-07-24 02:09:01

매일 용벅님 글 읽으러 들어오고 있습니다. 계속 연재해 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후렌치파이

2023-07-24 02:10:44

글 넘 재밌어요. 집 사셨네요! 

라떼-2A

2023-07-24 02:39:52

매순간 애쓰며 열심히 사시네요 오늘도 정독하고 갑니다~ 새집에서의 스토리들 기대합니다

Livehigh77

2023-07-24 06:01:01

이제 정말 최근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네요. 재밌게 잘 읽고 있는데 곧 마무리될 것 같아 벌써 아쉽네요-*

GoofyJJ

2023-07-24 06:12:53

저도 집살때 참 많이 보고 샀다고 생각하고있었는데 용벅님 250채보신거에 비하면 뭐.... 귀여운 수준이었네요.. 

eunpa7

2023-07-24 08:34:52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거의 예전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급 스토리 이신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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