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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2024) 만년 위기 경제를 가늠하는 포인트들 - 시즌4

urii | 2023.10.06 20:36:2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배경 설명:

이 글은 사실 코비드19가 미국에서도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중순에 경제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에 써재끼기 시작한 시리즈의 4번째 포스트이고요. 어쩌다보니 이런 저런 혼자 생각을 (아드레날린 러시와) 그때 그때 의식의 흐름을 따라 덕지덕지 붙여 쓴 오딧세이와도 같답니다ㅋ

 

2020년 9월 29일까지 붙인 글이 첫번째고요. https://www.milemoa.com/bbs/board/7380152

2021년 9월 29일까지 붙인 두번째 글도 있어요. https://www.milemoa.com/bbs/board/8058192

2022년 8월 27일까지 붙인 세번째 글입니다. https://www.milemoa.com/bbs/board/9424125

 

뭔가 다 아는 척하는 글 같지만 놓친 것, 넘겨짚은 것도 많을 거고 설명에 중요한 구멍도 있을 수 있으니 댓글이나 쪽지로 질문/지적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몰라 분명히 하자면, 제가 쓰는 모든 내용은 소속 및 직함과 무관한 개인 견해입니다.

 

_________

--최근 update 바로가기--

 

금리는 도대체 어디로 (10/6/2023, 10/26/2023, 추가 업데이트 예정)

 

불과 2년 전까지 제로금리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었는데, 이젠 그 말이 무색하게 금리가 껑충 올라버렸어요. 

9월 FOMC 메시징에 이어 오늘 예상밖의 고용수치 발표에 2단 점프를 하면서 무섭게 오르고 있고요. @Harvester 님 요청도 있으셨기도 했고, 도대체 얼마나 더 오르게 될 지가 사실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경제 활동을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축을 하거나/ 돈을 빌려 쓰거나/ 아니면 둘 다에 해당되기 때문이죠.

 

모든 결론과 마찬가지로 저도 답이 없다로 이 글이 끝나겠지만요ㅋ 그래도 어떤 생각과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볼 포인트를 짚어보려고 해요. 일단 당장 내게 중요한 이자율과 Fed가 발표하는 'rate'간에는 어떤 스펙트럼 상의 간극이 있는지부터 간략히 정리해보고요. 통화당국이 언제 어떻게 하는지가 여전히 중요한데, 그들의 의사결정 배경을 어찌 이해하는 게 좋을지도 고민해보죠. 마지막으로 고금리모드의 경제로 스위치해가는지 아니면 저금리 모드로 돌아가는지의 상반된 장기 시나리오들 각각이 구체적으로 어떤 다른 경제를 스케치하고 있는지도 제가 이해하는대로 풀어보려고요. 하루에 다 쓰진 못할거 같고 몇 번에 걸쳐 이어 붙일게요.

 

1. Interest rate is a surface

 

경잘알(?)들께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포인트부터 명확히 하고 가죠. 마침 멈췄던 student loan payment가 재개되는 시점이라 refinance 알아보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해서 이 예를 들어보면요. 가령, 제가 론쇼핑을 좀 해본 다음에 "quote받은 조건이 K%이자율인데 잘 받은 건가요?" 라고 이 곳 게시판에 남긴다치면, 당연히 다른 숫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거고 서로 제대로 비교해보기 위해 많은 부연설명이 필요합니다. 내가 본 이 숫자가 고정금리인지, 그렇다는 몇년 상환스케쥴인지 물론 중요하고요. 소득도 신용점수가 큰 변수입니다. 돈 빌려주는 쪽 입장에서 이 차이를 크게 두 방면으로 갈라보면: 1) '이자율'의 변동경로에 따라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론 설계에 따라 달라지고요. (interest rate risk, duration risk, prepayment risk..) 2) 상환스케쥴대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부도가 발생할 위험이 대체로 borrower에 따라 달라집니다. (credit risk) 

매 순간 마켓에 산재하는 온갖가지 이자율 레벨을 헤아려보려면 입체공간이 필요한거죠. 1번 위험과 2번 위험 사이간의 교차 또한 사실 단순한 문제도 아니고 유동적이니 <내가 이 신용도와 소득을 가지고 담보없이 prepayment penalty 없이 10년 만기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는 이자율>은 매 시각 펄럭이고 있는 입체표면 상의 특정 좌표를 따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복잡한 표면을 실시간으로 그려가며 생각하기에는 정보의 한계가 크고 특히 미래 전망이 현재 결정에 굉장히 중요한데 예측은 더더욱 힘들다보니 간편하게 압축해 생각하는 게 보통입니다.

바람에 마구 펄럭이는 태극기/성조기라기보다는 이자율들이 아주 빳빳한 종이 평면에서 결정된다 치고 모서리(=benchmark)하나만 생각하는 거죠. 찾아가기 가장 쉬운 모서리는 2)번의 신용위험을 확 줄여보면 됩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재무부를 통해) 빌리는 신용이 가장 든든한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1개월부터 30년 만기까지 채권을 찍어 돈을 빌리는데, 그 기간구조에 따라 연이자율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yield curve로 이어 그려볼수 있죠. borrower를 고정시켜 한 차원을 이렇게 제거했기 때문에 마켓이 생각하고 있는 1)번 차원의 위험전망이 이 곡선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2023년 10월 현재 유지되고 있는 5.25-5.5% Fed의 정책금리 목표는 정확히는 Fed Funds Rate을 타겟으로 하는데, 연방준비은행에 맡겨놓은 시중은행 예금끼리 하루 단위로 융통해주는데 요구하는 웃돈을 연리로 환산한거고요. 신용위험 제로이고 재무부 채권 yield curve의 암묵적인 원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통적인 Fed 통화정책은 이 한 꼭지점을 잡고 움직이는 셈인데, 평면이 정말 빳빳하다면 신용마켓 전반에 걸친 이자율에 고스란히 전달되다보니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하늘하늘한 실크패브릭이면 아무 소용도 없을 수도 있겠죠. 

 

올 초까지는 이 yield curve가 많이 뒤집어져서 장기로 빌려주는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꽤 낮았고 (= 단기금리보다 더 느리게 올랐고), 그간 미국에 리세션이 시작되기 전에 번번이 발생하던 상황이라 말이 많았죠. 다른 걸 다 제끼고 Fed action에만 초점을 두고 설명을 하자면, '지금은 확 통화정책으로 단기 금리가 많이 올라갔어도 경기 상황도 금방 안좋아질거고 결국 다시 유턴해서 저금리 정책기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거다'라는 전망이 반영되었다 하겠습니다.

사실 21세기에는 Fed가 꼭지점만 쥐고 움직이는게 아니라 QE를 통해 재무부 채권을 사면서 yield curve 모서리에 골고루 손을 뻗치기 시작하더니 팬데믹 발발 직후에는 거기에서 더 나아간 차원 확장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줬으니, 마켓 전망에 그만큼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곡선이 아직도 뒤집어져있지만 장기금리가 올라간 속도가 너무 빠르고 지속적이라 다들 놀라고 있죠. 저번 higher for longer라는 통화정책 메시징도 금리경로 전망을 바꾸는데 한몫 했을거고, 앞으로 미국정부 빚이 늘어나는 데에 비해 기꺼이 재무부 채권을 주워삼키던 구매자들이 그만큼 보이지 않는다는 요인도 많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시각에도 급변중인 이자율 surface는 어떻게 바뀌어 갈까요? 역시 당장 중요한 꼭지점 + 모서리를 쥐고 있는 Fed의 행보를 제일 먼저 쳐다 볼 수밖에 없습니다. 

 

2. Monetary Parenting (10/26/2023)

 

고전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 (Sleeping Beauty)를 다들 아시겠죠. 여기 주인공 부모인 왕과 왕비 내외는 자녀 과잉보호(overprotective parenting)의 극한이라 할만 합니다.  늦게서야 하나 낳게 된 딸이 너무나 예쁘고 반가워서 요정들까지 참석하는 성대한 잔치를 열었던게 도리어 화근이 되어 아기에게 치명적인 저주가 걸려버렸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두 가지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데, 저주의 트리거가 되는 바늘을 없애려 온 나라 물레를 다 없애 버리고, 그러고나서도 저주가 발동될 가능성을 대비해 요행히 하나 남았던 요정축복찬스를 사용해서 왕국 전체 생명들의 활동과 시간흐름을 마비시키는 걸로 공주의 목숨을 연명시키는 선택을 합니다.

 

쓸데없이 진지하게 그 나라 일개 백성 입장에서 보자면, 제아무리 군주제/봉건제 사회 배경이어도 딸 하나 살리겠다고 전국 단위의 방적산업 + 가내 의복수제작을 몽땅 고사시켜버리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고, 모두를 기약없는 잠에 빠져들게 하는 선택은 더더욱 어마무시한 스케일이죠.

하지만 또 부모 입장에 감정이입해보면 그럴수 있겠다도 싶은게요: 1) 내 자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치명적이고도 구체적인 위험 시나리오가 생생하게 입력되어 있고 2) 남들과 달리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의 스케일의 한계가 엄청나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부모로서의 자식사랑은 다 매한가지라도, 해줄수 있는게 유난히 많은 부모가 유난히 디테일한 위험에 노출된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그만큼 자녀 양육에서 드러나는 강박의 스케일이 큰 게 당연할 것도 같아요. (여기 게시판에서도 부쩍 요즘 자녀 키우는 방식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갔죠.)

21세기에 마녀의 저주가 걸렸다는 아이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부모 본인이 특정한 컨디션을 겪으며 컸다거나 이 아이가 더 어렸을 때 혹은 먼저 낳은 형제를 키우며 고생하거나 실패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사실 부모 마음 속에는 '물레바늘에 손가락찔릴까'하는 걱정에 견줄 수 있는 구체적인 불안이 도사리면서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기 십상인거 같아요. 

 

이 쯤으로 또 하나의 육아평론을 접고, 팬데믹 발생 후의 미국 통화당국의 행보를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그 전의 taper tantrum 얘기에서도 비슷하게 빗대어봤죠.) 


사실 그 전의 2007-8년 GFC 대금융위기를 겪고나서 경제회복이 엄청나게 더뎠고, 그 난리통에 발생한 지역단위 경제 붕괴, 커리어 단절 등의 상처가 특히 저소득층들에게 충분히 봉합되지 못한채로 10년 이상을 흘러왔기 때문에 많은 분석과 반성이 뒤늦게 누적되오던 차였습니다. 이를테면 첫째 아이가 말 안듣다 사고가 났는데 엄한 훈계가 필요할 것 같은 마음에 조치를 초기에 충분히 못해서 오랫동안 절룩거리며 자라야만했던 아픈 선례가 있는거죠. 


팬데믹은 그야말로 어떤 경제주체의 책임도 아니고 난데없이 들이닥친 재앙이었고 경제 전체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전방위적인 쇼크였기 때문에, 이를테면 08년도에 첫째 사고때는 생각도 못했던 스케일과 과감함으로 나서면서 (뜻밖에 연방의회도 통크게 나서서 사실 큰 도움을 봤습니다) 돌연사 직전의 금융시장도 벌떡 일어나고 애초의 걱정과 달리 모두들 경제적인 큰 어려움 없이 몇 년을 지나올 수 있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20년 초중순의 과감성과 신속성은 두고두고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동화 속 임금처럼 할 수 있으니까 다 해보는 거 였는데 그 '할 수 있는 만큼'이  굉장히 컸죠. 

 

문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인데, 애초 근본원인이던 COVID-19부터 매번 새로운 wave들을 한번씩 타고 오면서 언제 잦아들지 모르다보니 보호조치를 언제까지 현상유지해야 하는지 쉬운 답이 나오진 않있습니다. 그나마 동화 속 공주의 저주는 16세 생일까지라는 유효기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마저 아니었다면 언제까지 물레로 실을 못 뽑게 할건지 10년 해도 부족한지 20년까지 가는건 과한지 반신반의가 항시 계속되었겠죠. 이 딜레마에서 역시나 Fed의 머릿속에 드리웠던 그림자는 08년 GFC의 결과로 취약계층에게 남겼던 반 영구적인 상흔 및 그에 따른 정책당국자로서의 트라우마였으리라 봅니다. 재무부+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총 볼륨도 사상 최고였지만 특히나 모기지 채권의 40B per month는 압도적이라 사실상 마켓수요의 1/3을 Fed가 삼키는 수준에 다다릅니다. GFC의 리플레이만큼은 확실히 막겠다는 액션이 좀 과했던거죠.

 

위험에 노출된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보호가 필요한 시기가 있지만 그렇게 보호 속에서만 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되돌리기 힘든 또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죠. 팬데믹에서 확실히 벗어날 때까지 조금더, 조금더 지켜보고자 보호막을 해제시키길 주저하던 Fed에게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묻혀져있던 다른 트라우마를 소환해내는 일이 발생했으니..

생각보다 빠르게 더 높게 더 길어지는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누차 언급되지만 경제 정책결정/담론을 주도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사실 70년대 고인플레이션기에 박사공부를 하거나 커리어를 시작했던 세대였다보니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에 더해 그걸 잡기 위해 Fed가 단행했던 후속조치 및 시행착오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메시지는 저금리 환경을 최소 3년은 지속하겠다는 공언이 있었지만, QE를 뒤늦게 접고나서 엄청난 속도로 금리를 올려온 데에는 이런 공포가 작용했던 거 같아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으니 혹여나 고삐 풀릴까 걱정에 역시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보는 거죠. 불과 몇달 전만해도 찬바람 조금만 쐬면 아이가 앓아 누울까봐 집에서 내보내지도 않으며 전전긍긍하던 부모가, 과잉보호/개입하던 집에서 자라다 엇나간 어린 시절 동네 문제아처럼 자기 아이가 크겠다는 위기감이 드니까 갑자기 모질게 돌변한 꼴입니다. 

 

실시간으로 생각하면 그 어떤 노선 변경도 예고없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제시했던 중기적인 그림과 상반되는 경로변경이 가파르게 일어나다보니, 그 그림을 믿고 재무부 채권, 모기지 채권에 과하게 포지션이 들어가 있던 쪽은 많이 곤란해졌고 특히 대책이 없었던 경우에는 SVB같은 문제도 불쑥불쑥 터졌죠. 계속 자녀양육문제 비유를 갇다대어 생각하면요. 부모의 자세가 정반대로 선회하다보면 자녀가 혼란을 겪거나 터울 다른 자녀들 간에 상반된 성장 경험을 하게도 되는거죠. 2023년 모기지/하우징 마켓 붕괴의 원흉이라 몰려도 사실 크게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초저금리에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모기지 채권을 빨아들이다가 멈추고는, 기준금리는 그렇게 올려버렸는데요. 기존 모기지에 투자한 이들과 뒤늦게 모기지 대출을 받아야하는 이들에게 빅엿을 선사한 모양새가 되었죠. 반면 기존 주택/모기지 보유자는 그 혜택을 길이길이 누릴 수 있게 되었고요. 사실 30년 고정금리 론이 대다수인 미국이다보니 이 때의 거대한 유턴의 여파는 많이들 애초에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길고 지속적인 결과를 지금도 가져오고 있고 한동안 더 그럴거 같아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한 자녀에게 닥친 불행을 정정할 기회가 있을지조차 모르다보니, 부모가 오버리액션한 것이 정말 불필요했는지 아니면 필요한 개입과 보호였는지 시간이 지나고나서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최선의 목표는 개입이 불필요한 상태로 자녀가 빨리 outgrow하는 거고 부모로서도 본인의 개입이 너무 길어져서 아이에게 그 기회를 박탈해버리지 않도록 신경써야겠죠. 지금의 Fed는 액션의 on switch는 과감하게 켜는 반면에 off를 굉장히 유보해서 건드린다는 느낌이 있는데, 한번 켠 스위치는 아주 일관적으로 유지한다는 기대를 민간섹터에 심어주고자 하는 욕구가 큰거 같아요. 그걸 생각하면 지금 오버해서 올라와 있는 금리 수준도 순전히 그런 이유때문에라도 필요 이상으로 끌고가려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거 같아요. 혹시나 무르다는 기대가 생길까봐 너무 올렸고 너무 오래 계속할 거 같다는 생각이네요.

 

문제는 2023년 10월말 지금이고 또 앞으로인데요..  저번 글에서 Fed가 Fed Fund rate target으로 컨트롤하는건 입체표면의 한 꼭지점을 붙잡고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요. 물론 인접한 단기 (재무부 채권) 금리는 올랐지만, 멀찌감치 떨어진 장기 금리들은 이내 다시 내려갈 정책금리도 생각해 훨씬 더디게 반응하고 있었던게 불과 몇달 전까지의 상황이었죠. 지금 이렇게 장기금리들이 치솟는 것은 Fed가 치켜들고 서있는 현 정책금리 레벨을 꽤나 오래 유지할 것 같다는 기대가 적어도 촉매제 역할은 확실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정책 의도가 시차를 좀 두고서 interest surface에 두루 걸쳐 반영된거고, 아이가 부모의 협박/약속을 실제로 믿기 시작한 것이죠.

 

문제는 그렇게 보기에도 마켓반응이 느닷없이 가파르다보니 다른 더 큰 요소들이 배경에 있는 것 같아요. Fed가 단단히 붙들고 있는 꼭지점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넘어서는 특히 장기 금리를 건드리는 별개의 더 큰 기저 요인들이 있는거죠. 깃발이 깃대에 단단히 매달려 있어도 풍향과 풍속에 따라 모양이 바뀌듯이요. 많이 지적되는 것은 일단 이 금리의 모서리를 따라가는 채권이 미국 정부빚이다보니 연방 적자(=채권 발행)가 구조적으로 더 크게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있고요. 또 기대 인플레이션이 만성적으로 올라간거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요. 전세계에서 그간 쌓여가는 저축에 비해 안전자산 투자처가 부족했던 그간의 트렌드가 멈춰섰다는 것도 있죠. 

 

정답은 all of above이겠지만, 어디에 더 무게가 실리냐에 따라 사실 통화당국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자율 레벨은 길게보아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이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Fed의 현재 통화정책 스탠스가 너무 타이트한지 너무 느슨한지의 판단도 여기에 연결된 중요한 사안이죠. (이 얘기 역시 답은 없으나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3. 좌표 찾기 (5/1/2024, 이어서 쓴다고하고  6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초행 길을 운전해 가려는데 제아무리 ‘내비’시스템에 고해상도 지도가 연동되어있다 한들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gps가 바로바로 찍어주지 못하면 우회전해야 할 포인트에서 불법유턴을 지시하기도 하고 갈팡질팡이죠.

 

사실 Powell 의장이 예전부터 매우 공공연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밝히던 고충입니다. 2018년 취임 후 첫 Jackson Hole에서는 이런 얘길 했었습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게 별들 보고 항로를 찾아가는 항해사와 마찬가지 입장인데, 문제는 이 별들의 좌표 측정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거죠.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speech/powell20180824a.htm

 

그 당시만 해도 여전히 10년 전 대금융위기의 흑막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가요. 세 번에 걸친 QE/양적완화도 어렵게 졸업하고 내내 0에서 유지되어 오던 fed funds rate을 드디어 올리기 시작해서 3년을 계속 올리고 있었건만 정작 실물경제에 중요한 장기금리는 QE때 수준과 별 차이없이 그냥 납작 눌려있었거든요. 

 

경기 회복이 멈춰서는 조짐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하니 금리를 계속 올려가는게 맞는지 당연히 반신반의+갑론을박이 없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부쩍 지적된 것은 이를테면 현재 좌표를 다시 리프레시해서 경로 재설정하면 (종전까지 직진 direction에서) 정지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r-star 중립 금리 수준이 사실 08년 이후 확 내려가서 바닥에 껌딱지 마냥 붙어있기 때문에 지금 엉금엉금 서행직진으로 올라온 정책금리 레벨이 비록 과거 기준으로는 아직 낮다고 해도 사실 진작에 목표지점 도착했거나 지나쳤다는 거죠.

 

안그래도 그 연설 이후 1년도 못가서 유턴후 갔던 길 또다시 천천히 거슬러 돌아 내려가다가 이쯤이면 적당한가 싶을 때 쯤 Covid가 퍼져나갔죠. (이후 과정 생략)

빨리감기해서 다시 현재 좌표가 어디인지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아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왔는데 좌표 찾기 난이도가 그때보다 훨씬 더 높기까지 합니다. 사실 그렇게 된지 꽤 되어서 고속주행을 끝내고 핸들은 꺾어놓고 몇 달째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다시 출발하나 마나만 재고 있죠. 

 

그래서 작년(2023) Jackson Hole speech에서는 구름 낀 하늘에서 별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야 길을 아는 항해사의 입장으로 비유가 진화했습니다.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speech/powell20230825a.htm

 

여기서의 별은 r-star 즉 중립금리 수준이 어디쯤에 있는지이고요. 그걸 알아야 현재 금리가 그보다 높은지 낮은지, (아마 높은 것 같긴한데) 높다면 얼마나 높이 있는지 판단을 하고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범위에 얼마나 가까운지와 견주어 알맞은 타깃을 찾아갈 수 있겠죠. 아시다시피 인플레이션의 향후 경로도 종잡기 어렵지만 r-star가 어디있는지는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문제입니다.

물론 저도 이 숫자가 어디 있는지 콕 집어 얘기할 수가 없고요ㅋ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추정은 해도 서로 다른 추정치들이 그리 좁게 수렴하지도 않습니다.

https://www.bis.org/publ/qtrpdf/r_qt2403b.pdf

 

사실 모두가 대체로 동의하는 관찰은 이 중립 이자율이 서서히 내리막길을 내려오다가 (미국의 경우)  08년 금융위기 이후 확 주저앉았고 Covid-19 이후에 와서 다시 올라왔다는 거고요. 

문제는 숫자 차이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이 천양지차입니다. AI가 본격 태동하는 시기와 맞물려 구조적으로 올라갔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경우는 이제 저금리 시대는 이미 과거 얘기가 되겠고요. Covid-19를 겪으면서 특히 공공지출과 부채가 집중적으로 급증했던 탓에  r-star도 올랐지만, 다시 저성장 기조가 재개되고 고령화 문제도 심해지면 심해지지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시 내려갈 거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이윽고 다시 저금리 기조가 돌아오는 그림과 닿아있겠죠.

 

다음 번에는 이 두 시나리오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제가 생각하는 대로 묘사해볼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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