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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시리즈] 2023년을 정리하며 : 정속 주행중

개골개골 | 2023.12.10 01:00:1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오늘 앞마당에 2인치 정도 살짝 눈이 쌓였네요. 거실 난로를 트는 횟수가 늘어나는걸 보니 이제 완전히 겨울이 오나 봅니다. 원래는 월말까지 기다려서 12/31날 맞춰서 글을 올릴까 싶었는데... "아니 은퇴하는 마당에 뭘 귀찮게 시간까지 맞춰서"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생각날 때 글 하나 남깁니다.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9개월 정도 은퇴 생활하면서 생각대로 잘 되고 있는지, 생각치 못한 문제는 없었는지, 이런거 글 쓰면서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한 번 가져볼까 하구요.

 

노는 게 제일 좋아 뽀롱뽀롱 뽀로로

올 4월 초 은퇴후 아직까지는 잘 놀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절 보시는 분들은 안심심한지 꼭 물어보시고, 잡 오퍼도 한 번 씩 주시곤 하시는데, 아직까지는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만족하면서 알차게 시간보내고 있습니다. 은퇴하고 알게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실 은퇴를 하니까 시간은 더 잘가고 더 바쁩니다. 이게 직장 생활할 때는 뭔가 딴 짓을 하다가도 밤이 늦었거나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내일을 위해서 잠을 청하거나 업무를 준비해야하는데. 은퇴를 하면 그냥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면되니까. 예를들면 The First Slamdunk를 보고 온 그 주에는 마음가는대로 밤새도록 슬램덩크 전권을 읽고. 어떤 오락이 재미있으면 그냥 잠올때까지 하고. 이렇게 하다 보니 오히려 직장 다닐때보다는 시간이 더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

 

마적질/여행은 은퇴후가 가성비 짱

올해는 한 4개월 정도 개인 사정으로 여행을 못다녔습니다만, 그래도 한국도 2번 갔다오고, 하얏 글로벌리스트 하려고 라스 베가스도 한 4번 정도 다녀오고, 친구들 만나러 베이지역, 엘에이, 동부도 이리저리 연결해서 다니고 바쁜 시간을 보냈네요.

 

한국은 "[자랑글] 퇴사하니 더 바쁜 나날들"과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 (롤드컵)"에 적은 것처럼 다녀왔었고, 마일로 비즈/퍼스트 섞어서 발권했습니다. 올챙어멈과 올챙이도 퍼스트로 여름방학 때 한국 다녀왔구요. 직장 다닐때는 미리 휴가 계획을 짜야되서 마일좌석을 쉽게 못구했는데, 이제는 그냥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가고 싶은 날 1-2주 전에 나와 있는 표 보고 발권하면 되니 퍼스트 발권 난이도가 확 낮아지네요. 덕분에 판데믹 때 쌓아놓은 마일들 알차게 잘 털고 있는 중입니다.

 

라스베가스는 5월-7월 사이에 슬랏도 돌리고 하얏 숙박도 쌓을겸 다녀왔었는데, DEN-LAS 프론티어나 스피릿 항공 같은거 한가한 날에 찍으면 편도 $29 이렇게 나와서 이것도 아주 싸게 싸게 잘 다녀왔습니다. MGM 매칭해서 나오는 Comp룸과 각 종 크레딧도 알차게 해 먹었구요 ㅋㅋㅋ 덕분에 올해는 매우 여유롭게 하얏 글로벌리스트 재달성했네요. 내년도에는 아마 하얏 60박 채우기 힘들어서 하얏은 놓아줄 것 같습니다 ㅠ.ㅠ

 

질러라, 내일이 없는 것 처럼

은퇴해서 앞으로는 주어진 돈으로 살아야하지만, 그래도 뭐 지르고 싶은거 이것저것 적당히 잘 지르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워낙 살아온 방식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관심있게 보면서 살아온 터라, 쇼핑비가 이전에 비해서 더 들거나 적게 들거나 그러진 않은거 같아요. 올해가 큰 수입이 있을 마지막 해라서 EV Tax Credit 받을 마지막 기회 (Federal $7,500 + Colorado $5,000) 라는 핑계로 차도 이번에 바꿨습니다. @kaidou 님의 "테슬라 S X 가격 하락했네요. 텍스리펀 가능" 이 글을 보고 테슬라 모델 X 빨강색으로 $79,990짜리 올캐쉬로 질렀는데, 정작 kaidou님은 마즈다 CX5로 갈아타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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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예상 외의 절약과 지출

"[은퇴 시리즈] 조기 은퇴자의 건강보험 가입" 글에서 자세히 적은 것 처럼, 은퇴 지출의 가장 큰 unknown이었던 의료보험 부분이 의외로 거의 지출 $0에 근접해서 해결 가능하게 되어서, 원래 예상했던 지출에서 상당한 세이브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험료 지출이 줄어든 것도 좋지만, maximum out-of-pocket이 확 줄어든 것이 의료비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큰 역할을 하는거 같습니다.

 

다른분들도 올 해 각 종 보험료가 무지 많이 오르셨을 것 같은데요, 저의 경우에는 자동차 보험료 50%, 집 보혐료 70% 상승이 있었습니다. 저는 보험 쓴 적도 없는데, 동네 주민들은 엄청 많이 클레임 했나 봅니다 ㅠ.ㅠ 콜로라도는 프라퍼티 택스를 2년에 한 번 씩 assess하는데, 하필이면 이번의 assemment가 집값이 가장 높았던 2022년 5월 기준이라 프라퍼티 택스도 엄청 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직장 다닐때와 느낌이 크게 달랐는데요... 직장다닐때는 "아씨, 보험료 엄청 올랐네"로 끝나는 정도였는데, 은퇴를 하고 나니 거기에 더해서 "그러면 어디서 돈을 끌어와서 이걸 매꾸지" 라는 생각이 추가 되네요. 이게 꽤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추가적인 지출은 아니지만, "[은퇴 시리즈] 익숙한 것과 헤어질 용기"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과는 다르게 기존에 가지고 있던 3.5%짜리 모기지는 당분간은 계속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낮은 이율로 받은 론을 다 갚아 버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문제가 오바마케어를 싸게 들려면 인컴을 일정 수준 이하로 컨트롤해야하는데, 모기지를 매달 내려면 예상보다 더 큰 현금 flow가 생겨야 한다는 점이네요. 저에게는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대여 돈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지금 제 머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주제입니다. 돈이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직장다닐 떄와 은퇴 후는 같은 문제라도 해결 방법이 완전히 다르네요.

 

직장 다닐때는 어차피 내 인컴의 주는 회사에서 W2로 받는 것이죠. 이 돈은 세금 회피할 좋은 방법도 없고, 그냥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고, 그걸로 저금하고 지출을 하면 될 뿐인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면 어떻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가가 큰 문제가 되겠지만, 여전히 주는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지겠죠.

 

저는 은퇴하면서 다른 복잡한 자산은 일부러 안 만들었고, 현재 돈을 뺄 수 있는 계좌는 일반 브로커리지 계좌와 은퇴 계좌 (Traditional IRA, Roth IRA) 이렇게 있습니다. 여러가지 Tax Consideration이 있을 것 같아서 은퇴하기 전에  적당히 여러 가지 유형의 계좌에 잘 분산 시켜놨다고 생각했구요. 예를들어서 내년도에 10만불이 필요하다면, 여러가지 방법으로 돈을 빼낼 수 있을 텐데요... 가장 극단적으로는 Roth IRA에서 Principle만 빼온다면 Tax Return 상의 내년도 income은 $0가 될꺼고. Traditional IRA에서 빼온다면 $100,000이 찍힐껍니다.

 

저의 Money Flow를 만들 때 두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의 의료보험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 처럼, 싸게 오바마케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인컴을 너무 많이 늘릴 순 없습니다. 의료보험 최적화만 생각한다면 annual income을 $35,000 언저리에서 유지하면 보험료도 최저로 유지가능하고, 거기다가 세금도 거의 안내게 될 껍니다 (Standard Deduction이 거의 $30,000 가량 되므로).
  • Life Span 동안 가능하면 일정 income level을 유지해서, 매해 내는 세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게 좋습니다. 미국의 Tax Code는 누진제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해에는 수입이 없어서 세금이 전혀 없고, 다음해에는 수입이 너무 많아서 높은 세율로 세금을 왕창내는 상황이 생기면, 최종적으로는 안내도 될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됩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자산의 규모를 잘 살펴서 매해 일정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세심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생각해야할 건 그것 뿐만은 아니고, 세부적으로는 너무 많은 고민 거리가 있습니다. 대충 생각해보면

  • 자산 유형별 포텐셜: 예를들면 IRA에 들어가 있는 돈은 Tax Deferred로 유지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늦게 뽑는게 자산을 늘리는데 더 좋은 전략일 것입니다.
  • RMD (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Traditional IRA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70살이 넘으면 강제로 돈을 찾아야되서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 Long-term Capital Gain: 대략적으로 연간 $90,000까지 Long-term Capital Gain이나 Qualified Dividend는 0% 세율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일반 브로커리지에서 주식을 팔아서 돈을 만들 때는 1년 이상된 주식을 거래해서 LTCG으로 만드는 것이 절세의 핵심이 됩니다.

 

뭐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은 이러나 저러나 큰 차이가 날까 싶긴하지만, 문제는 생애 처음으로 "내 세율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사람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욕은 할 지언정 그냥 포기하고 할 수 있는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세금 정말 많이 걷어가네" 이러면서요. 근데 이제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작게는 내년에 수백불, 은퇴생활 40년 이상 할 꺼 생각하면 어쩌면 수십만불 이상 차이 날 수도 있는 결정을 제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니 안해도 될 스트레스를 사서 할 수 밖에요 ㅠ.ㅠ

 

뭐 이 부분도 몇 년 하다 보면 나름의 밸런스를 찾게 되고, 무뎌지게 될 것 같지만... 당분간은 이 문제가 저에게는 최대의 고난이 될 것 같아요.

 

투자 성과

제 투자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 or 전고점에서 부터 20% 이상 상승) 가 있지 않는 이상은 1년에 한 번 정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만 합니다. 어떤 어카운트에는 US주식(VTI), World주식(VXUS), US채권(BIV) 이렇게 세 가지 ETF가 들어 있고, 어떤 어카운트에는 이마저도 귀찮아서 World주식은 빼고 US주식, US채권 이렇게 두 가지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시면

  • 포트폴리오를 복잡하게 구성하거나, 성과 좋은 ETF를 찾는걸 몇 년 해보니까, 이러나 저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성과에 큰 차이는 없더라 (일년은 잘되고, 다음 일년은 잘 안되고 이런식). 그렇다면 그냥 신경 끄고 단순하게 가자.
  •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돈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기에, 같은 asset class에서는 가장 재미 없는 (움직임이 적고, 레버리지나 파생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ETF 상품을 선택하자.

 

제가 편안하게 느끼는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는 주식70% : 채권30%이고. 주식시장이 베어마켓에 들어가 있으면 적당히 주식 비중을 80-85%까지 올리기도 하고 (이러다 우리 다 죽어), 반대의 경우에는 주식 비중을 60%까지 줄이기도 하고 그럽니다 (마이 묵었따 아이가). 이 주식비중 Tilting은 기분내키는 대로 하는게 아니고 딱 적어놓은 선이 있어서 주식 시장이 그 선을 넘어서 움직이면 그날 칼 같이 실행합니다. 이거는 제 나름대로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으로 큰 이득을 내는 방법인데요,

  • 엄청난 하락이 오면 너무나 큰 두려움에, 꾸준한 상승이 오면 너무나 흥겨운 낙관론에 마우스 클릭이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 하지만 끝없이 떨어지는 골짜기는 없고, 끝나지 않는 파티도 없습니다.
  • 그래서 모든 감정은 없애고 이런 이벤트가 생기기 전에 미리 적어놓은 기준(IPS, Investment Policy Statement)에 따라서 모든 감정을 빼고 매매합니다.
  • 이렇게 하는게 잘되던 못되던 자신을 탓하는 일이 없고 좀 더 객관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을테니까요.

 

현재 포트폴리오는 2022년9월에 주식 비중을 늘린 상태로 유지중이라, 주식80% : 채권20% 정도로 되어 있구요. 다행히 올 해 주식시장이 좋아서 쓴 돈 보다는 번 돈이 훨씬 많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단기 성과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은퇴한 첫 해부터 생각보다 심하게 포트폴리오 숫자가 줄어들면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주 좋은 스타트인거 같습니다 ^^

 

맺음말

연말을 맞아서 이것 저것 생각나는것 두서 없이 주저리 주저리 읊어 봤습니다. 아마 내년에도 이대로 큰 고난 없이 정속주행 + 오토파일럿 쭈욱~ 가능했으면 좋겠네요. ^^ 마일모아 식구 여러분도 2023년 한 해 마무리 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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