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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0번째 생일을 맞는 P2를 위해 그녀의 Bucket List 안에 있는 것들 중 디즈니 크루즈를 축하 선물로 계획했습니다. 몇년 전 디즈니 크루즈 가격을 검색해보고 일반 크루즈보다 50~100% 비싼 가격에 기겁했었는데, 요새는 디즈니랜드 입장권 가격도 엄청나게 오른데다, 간다고 해도 미키마우스랑 사진 한번 찍으려면 땡볕에 줄을 엄청 서야되는걸 감안하면 '디즈니랜드를 며칠 갈거면 차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가능한 날짜에 두개의 크루즈가 있었는데 하나는 플로리다에서, 하나는 뉴올리언즈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서 뉴올리언즈 발 Disney Magic을 선택했네요. 뉴올리언즈는 사실 6년 전에 한번 갔지만 좋은 기억이 없었는데, 별 생각 없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놀러갔다가 가게들이나 박물관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신선한 해산물도, 즐거운 밤거리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ㅜㅜ
저는 디즈니의 팬이 아니지만 (아니, P2의 소비로 제 계좌에 타격이 가니 오히려 안티에 가깝...) 이런 저에게도 4박 5일간의 디즈니 크루즈는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친절한 직원들, 어지간한 식당 저리가라 할 수준의 음식, 심심할 틈이 없었던 수백개의 각종 이벤트과 유명 디즈니 캐릭터들. 그 중에서도 백미는 하루에 한번씩 해주는 뮤지컬 공연인데 (신데렐라,라푼젤, Enchanted (디즈니 고전들 highlight 모음집. 알라딘, 인어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겨울왕국 등의 유명 노래들을 다 들을 수 있습니다)), 노래, 무대, 춤 등 모두 흠잡을데 없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돈 주고 보러 가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요. 5일째 아침, 배에서 내리기 전 마지막으로 혼자 크루즈 최상층에 올라가서 천천히 한바퀴 돌아봤는데, 가득하던 마법같은 분위기가 어디로 간건지 텅 빈 배를 보면서 헛헛한 맘에 섭섭한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좀 아쉬웠던 건 겨울이다보니 뉴올리언즈든 목적지든 멕시코든 날이 아주 따뜻하진 않아서 (낮에도 20도 중반-30도 초반) 아이들이 수영을 하루 종일 즐기기는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하긴 그러니 가격이 여름보다 저렴한 것이겠지요? 아이들이 어리고 수영을 좋아한다면 겨울 크루즈는 잘 생각해 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운이 없게도 폭풍 예보로 인해 크루즈가 계획보다 몇시간 일찍 출발하도록 스케줄이 바뀌었고, 모든 승객들의 멕시코 현지 투어도 전부 취소 및 환불되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크루즈사 연계 상품이라 자동 환불이 되었지만, 만약 가격이 저렴하다고 현지 업체에 예약했다면 아마 꽤나 골치가 아프지 않았을까 싶어요.
집에 가는 비행기가 저녁 늦게 있어 뉴올리언즈 French Quarter로 향했는데, 가게들도 온통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다양한 의상으로 꾸민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합니다. 금색/초록색/보라색 컨셉의 옷과 장신구 + 형형 색색의 구슬목걸이까지...'이게 뭐지?' 싶어 검색해보니 Mardi Gras 축제가 시작된 것이더라구요! 올해 Mardi Gras는 2월 13일부터입니다만 퍼레이드는 2주 전인 지난 금요일 (2월 2일)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학생들의 Marching Band, 각종 차량 행렬과 분장한 사람들, 거리 예술가들까지 거리를 가득 메우니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아이랑 있다보니 Pub에서 라이브 음악을 즐기지 못했는데,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때는 꼭 한번 해보고 싶네요.
유명 해산물이나 굴 요리는 다른 분들이 잘 올려주셔서 굳이 더할 필요는 없을것 같고, 바글거리는 거리에 지쳐 잠깐 쉬러 들린 Sweet Saint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꼭 공유하고 싶습니다. 총 4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전부 다 끝내주는 맛이었어요. 400개에 달하는 구글 리뷰를 받았는데 평점 5.0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
5일 내내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는 P2와 아이를 보면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었네요. 이번 여행은 저희 가족 모두에게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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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두비둡
2024-02-05 22:53:19
와아~ 디즈니 크루즈 저도 언젠간 가보고 싶네요ㅎ P2께서 너무 좋아하셨겠네요ㅎ
Jester
2024-02-06 08:52:53
200% 만족한다고 해서 매우 뿌듯했습니다 ㅎㅎ 디즈니 팬이시면 꼭 한번은 가보세요!
곰표여우
2024-02-05 22:59:15
P2님을 위해 계획한 여행에 자녀분들과 Jester님도 듬뿍 즐기신것 같아서 글을 읽는 저도 흐믓 하네요!
Jester
2024-02-06 08:53:22
감사합니다. 돈은 엄청 썼는데 once a lifetime이라고 생각하고 버텼(?)습니다 ㅎ
Monica
2024-02-06 10:05:48
평생 남길 추억을 쌓아오셨네요. 어떻게 시간이 맞아서 Mardi gras 축제 까지...완벽하네요..
Jester
2024-02-06 16:46:37
어쩐지 돌아오는 비행기가 꽤나 비싸다 싶었는데 Mardi Gras 기간일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말 그대로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네요^^;
neomaya
2024-02-06 10:09:00
저희는 올해 12월 쯤에 가볼 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참고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Jester
2024-02-06 16:46:57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Bard
2024-02-06 12:42:46
아 부럽습니다. 디즈니 크루즈는 저도 버킷 리스트로 꼭꼭 담아두고 있습니다 ^^
Jester
2024-02-06 16:49:12
또 탈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가격이 꽤나...
P2가 5년 뒤에 또 타겠다며 용돈을 모으겠다고 선언하네요ㅡ.,ㅡ) 확실히 한번은 경험해 볼 만 합니다. 디즈니 팬인 와이프 덕에 좋은 경험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