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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티켓 리세일, 그리고 암표

rlambs26 | 2024.03.01 03:03:5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한 친구가 페북에 화를 내며 글을 올렸습니다. 

요는 이겁니다.

아주 골수 다저스 팬인 이 친구가 3월에 있는 다저스 vs 파드레스의 서울 경기를 가기 위해 Vivid Seat이라는 리세일 업체를 통해서 6개월 전에 한 장당 400여불에 티켓 2장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업체 측에서 너에게 팔려고 한 티켓을 홀드하지 못했다면서 일방적으로 캔슬해버린 것입니다. 당황한 이 친구가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서 구매를 하려고 보니, 같은 자리의 티켓 가격이 4천불에 올라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즉, 400불에 산 내 티켓을 취소하고, 4천불에 다시 판매하려고 올리니 이런 사기가 어딨냐며 화가 난거죠. 당연히 화 날만 하구요.

 

하지만, 재밌는건 이 경기의 티켓이 공식적으로 판매를 한건 지난 1월 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친구는 아직 공식 티켓이 발매도 되기 전에, 심지어 티켓 가격이 얼마인지 발표도 나기 한참 전에 티켓을 이미 구매한거에요. 아니 사실은 티켓을 구매한게 아니라, 누군가 이 티켓을 구매하여 웹사이트에 올리면 그 티켓을 획득할 우선권을 구매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에요.

 

최근 많은 티켓 리세일 웹사이트들이 이런식으로 장사를 많이 합니다. 3월 7일에 판매에 들어간다는 아이유 콘서트 티켓도 리세일 티켓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이미 판매를 하고 있죠. 정작 이 콘서트 티켓의 원가가 얼마인지 발표도 안된 상황인데 말이죠. 즉, 일단은 대략의 예상치를 잡아 놓고 판매를 한 뒤, 그 후에 들어오는 티켓을 전달해 주는 방식인건데요. 솔직히 있지도 않은 티켓을 이렇게 미리 파는게 합법적인 거래인지 좀 아리송 합니다.

 

작년이던가 마모에서도 티켓 마스터의 횡포에 대하여 성토하는 분들도 계시고, 자본주의 논리에서 티켓값이 변동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그 글을 보면서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이런 와중에 지난 해 말, 장범준이 너무 많은 암표 문제로 콘서트 자체를 취소해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유는 꾸준히 자신의 콘서트의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의 티켓을 강제로 취소하고 있구요. 이렇게 한국은 지금 각종 공연과 관련하여 암표로 골머리를 썪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는건 이 암표라는 말을 영어로 바꾼게 바로 리세일 티켓입니다. 암표 했을 때의 어감과 리세일 티켓의 어감이 너무 다르지 않나요? 

 

아는 한국의 지인에게 제가 야구 경기 티켓을 리세일 티켓으로 사서 갔다고 하니, "암표를 사서 간거에요?"라고 대뜸 말을 하더군요. 제가 스텁헙을 통해 쉽게 구매하고 다녀온 것이 한국사람들에게는 "암표 구매"로 인식이 되고, 그래도 괜찮은건지를 묻는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에서의 리세일 티켓과 한국의 암표 간에는 그 애매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자본주의 경제적 논리로만 따지면,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을 발품 팔아 구매한 사람이 그것을 조금 더 비싼 값에 파는 것은 별문제가 없는 행위입니다. 마치 희소성이 있는 스포츠선수 카드를 몇백배로 불려 파는거랑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희소성을 만드는 것이 단순히 몰려든 팬들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매크로 구매라고 하는 컴퓨터 조작툴이 동원이 되기 때문이죠. 즉, 원하는 티켓을 한 번에 싹쓸이 해서 구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돌리는겁니다. 컴퓨터가 티켓을 인지하여 구매를 하니, 당연히 사람이 클릭해서 들어가 구매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속도로 티켓 구매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희소성이 있는 티켓에 이런 불공정 경쟁을 하는 이들이 끼어드니, 이 희소성의 가치는 더 올라가고, 결국 암표 또는 리세일 마켓의 가격은 이렇게 티켓 싹쓸이를 한 사람에 의해서 결정되는 불합리성이 작용되는 것이죠.

 

이런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었던 것이 바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ERA 투어였습니다.

https://www.cbsnews.com/news/taylor-swift-fans-battle-ticket-bots-and-ticketmaster/#

 

미국에서는 이런 봇(매크로)를 사용한 티켓 구매를 원천적으로 불법으로 만드는 법안이 2016년에 통과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으로 처벌을 한 사례는 2021년 단 한 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즉, 법은 있으나, 실제로 적용은 매우 미진한 상태라는 것이죠. 이러한 봇을 이용한 구매는 또 엄청난 트래픽을 만들어 티켓 마스터의 웹사이트를 마비 시키기도 하면서 여러 소비자들을 엄청나게 불편하게 만들고. 여기에 티켓 마스터가 티켓 가격의 변동제를 도입하면서 액면가와 구입가가 구매 결정 순간에 바뀌도록 만들기까지 하면서 콘서트 티켓 구매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기사들을 살펴보니, 조금 헷갈립니다. 어떤 기사를 보면 봇을 사용한 티켓 구매가 불법이지만, 업무 방해 등의 가벼운 징계만 가능한 수준이다 부터 애초에 불법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있구요. 이런 매크로를 1~2만원이면 구매하기에 굳이 티켓으로 암표 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어도 일반 개인들도 매크로를 돌려 원하는 티켓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당연히 암표도 많이 돌고 있구요.

 

이에 따라서 한국은 좀 더 암표에 대하여 강경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단 이런 대형 콘서트에서는 구매자 본인이 아니면 입구에서 입장을 시키지를 않습니다. 즉, 구매한 사람의 아이디와 주민등록증의 이름이 일치해야지만 입장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티켓을 사면 그 티켓을 남에게 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제가 제 아내의 티켓을 사 줄 수도 없어요. 애들 둘만 보내겠다고 두장을 사는 것도 안됩니다. 처음부터 아이들의 이름으로 티켓을 사야 한다는 것 같아요.

 

이번 서울 시리즈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사실상 해외 거주자들이 한국에서 티켓을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먼저 티켓을 쿠팡 플레이를 통해서만 판매하기에 쿠팡의 가입자가 아니면 티켓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쿠팡에 가입하면 되지만, 쿠팡 가입을 위해서는 본인 인증이 가능한 한국 전화 번호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미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본인 인증을 하고 쿠팡에 가입한 사람이 아니라면 해외에서 이 티켓에는 접근 조차 불가능 하죠. 지인을 통해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 합니다. 티켓의 양도가 안되니까요. 다만 이 번 시리즈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2장을 사면 그 사람이 다른 한 명의 동반자를 데려 올 수는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한국의 지인이 2장을 사서 본인과 함께 데려가기로 결정을 해주면 입장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https://radiokorea.com/news/article.php?uid=436928
그래서 오타니가 한국에서 뛰는데, 일본 사람들은 이 경기를 보러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고 합니다. 티켓을 도무지 구할 방법이 없다는거죠.

 

자 그럼 처음 이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께요.

애초에 Vivid Seat이고 스텁헙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들이 해외 거주자들에게 티켓을 구해 팔 방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이 회사들은 그럼에도 버젓이 이 티켓들을 판매한다고 올려 놓은 것이구요. 이건 제 생각인데 그러고는 티켓 구매가 불가능하니, 그냥 가격만 덤핑 시키고 구매한 사람들의 티켓을 취소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4천불이 넘어간다는 티켓. 그걸 사면 정말 티켓을 받을 수는 있을까요? 그리고 혹시 그 티켓을 받는 다면 입장은 가능이나 할까요?

 

저는 미국의 리세일 티켓 마켓을 통해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공 던지던 시절, 정말 무지막지하게 싼 가격으로 경기를 보러 갔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당시 다저스 성적이 영 형편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즌 티켓 홀더들이 헐값에라도 티켓을 팔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이런 리세일 마켓들을 활용해서 이런저런 이벤트에 참석한 적이 많이 있구요. 하지만 요즘 보면, 리세일 마켓의 티켓 가격들이 어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오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히나 K-Pop의 흥행과 더불어 제 아이들이 콘서트를 가고 싶어하다 보니, 더 기가막힌 가격들을 자꾸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처럼 암표 그러니까 티켓 리세일 자체를 아예 모든 악으로 보고 대하는 방식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처럼 나름 방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당연히 양국에 기회비용도 다르고 하니, 1:1로 그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 맞지는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냥 이런 과정을 보면서 좀 아리송한 것들도 많고, 씁쓸한 기분도 들고. 또 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다음에는 또 뭐가 나올까 싶기도 하고...그렇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썰을 풀어봤습니다.

 

아, 제가 뭐 이런 쪽의 전문가도 아니고 이런저런 기사를 보면서 짜집기한 내용들이라 오류가 있을 가능성들도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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