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Moa
Search
×

(마모문예) 손글씨

DaC, 2013-10-28 10:09:41

조회 수
2597
추천 수
0

가을인가봅니다. 다들 사시는 곳에 가을비가 오는지요? 티라미수님, 원월드님, 티모님의 글을 보고 생각난 글을 올려봅니다. 

SFO -> ICN 아시아나 비즈니스석에서의 경험이었고, 일부 창작입니다.

--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잘 보이는 곳에 스티커가 붙어있다.

'식사 필요하시면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사라'

주위를 둘러보니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났나보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식사를 부탁하고 다시 수첩을 펼쳤다.

이날 따라 다음에 할 작업의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어서 즐겁고 힘차게 써내려가는 중이었다.

식사 쟁반이 시야에 들어와서야 승무원이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이름표에 이사라라고 쓰여있었다.

식사 세팅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수첩에 아이디어를 적어나갔다.

식사 세팅을 해주는 그 짧은 시간 떠오른 생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지나가던 다른 승무원이 이사라씨에게

"또 적으신다"라고 한마디 건내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후식까지 다 마쳤더니 자리를 정리해주던 이사라씨가 묻는다.

"일지 적으시나봐요"

일지?

일기의 잘못된 발음인가 싶어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아까 스티커도 거기 붙여놓으시고"

라고 한마디 덧붙인다.

아, 비행기 탑승일지를 물어보는가 싶었다.

이것저것 수첩에 붙여두던 평소 습관대로 아까 그 스티커가 펼쳐진 수첩 왼편에 붙어있다.

그제서야 수첩에 파묻고만 있던 고개를 찬찬히 들어서

이사라씨의 얼굴을 처음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오늘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씨의 마음을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사라씨의 손글씨는 가져갈 수 있네요.

더 이상 서로 말없이 대화는 끝났고 나는 다시 수첩을 펼쳤다.

'루비색 작은 귀걸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귀여운 얼굴.'이라고 그 스티커 옆에 일단 한 줄 적고 다시 작업 아이디어를 적어나갔다.

37 댓글

유자

2013-10-28 10:11:58

오늘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씨의 마음을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사라씨의 손글씨는 가져갈 수 있네요.
------>으아.....오글오글 ㅋㅋㅋㅋㅋㅋ

나무나무

2013-10-28 10:15:44

으아아아 월요일부터 이게 왠일인가요. 일단 손발부터 좀 펴고 타이핑 하겠습니다.

똥칠이

2013-10-28 13:16:14

그러게 웬일이에요 참말로

DaC

2013-10-29 00:50:02

나무나무님 손발에 문제 없으셨길 바랍니다.

DaC

2013-10-28 10:18:27

요즘 바빠서 마모 게시판에 자주 못 와서요... 오래간만에 월요일 점심에 들어와 봤더니 감수성을 자극하는 글들이 많아서 제 경험도 옮겨봤습니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상한 짓 한 건 아니죠? ㅎㅎ;

유자

2013-10-28 10:19:49

이 가을에 분위기 파악 제대로 하신 거죠!!! 즐겁습니다  ^^

DaC

2013-10-29 00:50:52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이런 갑작스런 뜬금포 때문에 손발에 문제가 생기신 분이 많으신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 

티모

2013-10-28 10:13:12

ㅎ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DaC

2013-10-29 00:51:14

디귿이 너무 많으시네요 ^^;;

기돌

2013-10-28 10:14:55

이거 모에요? 수필 작성하시는건가요?^^

DaC

2013-10-29 00:51:45

글로 무언가를 남겨두는게 가끔은 추억 더듬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

아우토반

2013-10-28 10:16:46

아놔 :)
마모문예 봇물 터질듯...ㅋㅋ

적어도 이사라 라고 하는 이름은 창작이 아닌듯요..ㅋ

DaC

2013-10-28 10:19:41

안 그래도 그 분 성함으로 구글링 (not 뒷조사) 해보니 꽤나 유명하신 분이셔서 (이런 저런 일들로 신문 기사에 출연...) 부득이하게 가명을 썼습니다 :)

롱텅

2013-10-28 10:21:34

이사라 ===> 일본분입니다.

한국 이름은 두그릇 ;;;

유자

2013-10-28 10:22:57

푸하하하하  

아.... 이런 거에 빵! 터질 줄이야.......

아우토반

2013-10-28 10:23:37

빵... 제대로 한건!!

단비아빠

2013-10-28 11:26:58

저도 빵 터졌네요...

롱텅님 하여간 센스는....

순둥이

2013-10-28 11:33:09

두고뿌도 일본말이죠 ^^

김미형

2013-10-28 12:40:42

기스님은 일본분 인가요?

순둥이

2013-10-28 13:33:53

니기리와 비루를 좋아하신단 소문을 들었습니다 ^^

김미형

2013-10-28 15:40:22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요.

여행지기

2013-10-28 10:57:35

'루비색 작은 귀걸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귀여운 얼굴.'이라고 그 스티커 옆에 일단 한 줄 적고 다시 작업 아이디어를 적어나갔다. 

=> 여기서 작업은 문맥상 그 작업이 아닌 업무에 관련된 작업이죠?

DaC

2013-10-29 00:52:49

'작업'은 글 도입부부터 나오는 것으로, 제가 하고 있던 프로젝트 관련 얘기였습니다. 

armian98

2013-10-28 10:58:14

손글씨 인증 요망!

--

아.. 감수성 돋는 분위기 타지 못하고 이런 뻘플이나 날리는 제가 밉네요~ ㅋ 

단비아빠

2013-10-28 11:27:44

+1.. 감수성 돋을 나이가 지난지 한참이라....ㅎㅎ

DaC

2013-10-29 00:53:30

손글씨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수첩에 껴놨는데 어떤 수첩인지, 그 수첩은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이러면 수첩의 기능을 못하는 것 같은데.. 

순둥이

2013-10-28 11:33:58

오늘 집에가서 혼날 사람들 많습니다 ^^

똥칠이

2013-10-28 13:15:54

그러게요 ㅋㅋㅋㅋ

DaC

2013-10-29 00:53:50

스스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__)

duruduru

2013-10-28 13:30:44

안 보고 안 읽은 척하고 지나감......

DaC

2013-10-29 00:54:22

그저 멀리서 두루님의 흔적을 보고 못 본 척 지나가겠습니다.

기다림

2013-10-28 13:55:28

대박! 대박! 사건....


그 일지는 작업(?)일지인가요?

아름다운 감수성 자극하는 글에 난 왜 불손한 생각이 드는지...


열심히 적은 당신 떠나라.... 감성돗는글과 함께 하늘로 USY!

duruduru

2013-10-28 14:45:15

with whom?

롱텅

2013-10-28 14:46:10

열심히 기다린 당신, 삶아라~

DaC

2013-10-29 00:54:55

작업은... 뭐 그냥 업부 관련된 얘기였습니다 :)

DaC

2013-10-29 01:00:48

사실 이 경험을 할 때와 이 글을 쓸 때 꼭 언급하고 싶었던 감정은 많은 마모님들도 겪어보셨음직한 것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나를 다른 사람들이 대할 때 느끼는 감정이랄까요? 무슨 얘기냐면, 처음 비즈니스를 타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제 수준에는 안 맞는 것 같고--마일모아가 아니면 꿈도 꾸지 못했을 비즈니스고-- 그런 생각으로 태평양 횡단 비행기를 탔는데, 그날 따라 수첩에 뭔가를 적어두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기에 시간만 나면 뭔가를 마구 적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튜디어스님이 '일지 적으시나요?'라고 물으셨을 때, '비즈니스 처음 타니까 다 신기하지? 다 적어두고 싶지? 어떤 것이 나오고 어떤 서비스를 받았는지?' 이런 식으로 묻는 것이 아닌지 크게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화들짝 놀라서 '아니요, 그게 아니라 ...'로 시작하는 변명을 하기 보다는 다른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일모아

2013-10-29 03:20:14

밤새 변명을 생각하신 것 같은데, 안 멕힙니다요 ㅋㅋ 

목록

Page 1 / 769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마적단의 기초 | 검색하기 + 질문 글 작성하기

| 정보 33
  • file
ReitnorF 2023-07-16 36856
  공지

게시판의 암묵적인 규칙들 (신규 회원 필독 요망)

| 필독 110
bn 2022-10-30 60146
  공지

리퍼럴 글은 사전동의 필요함 / 50불+ 리퍼럴 링크는 회원정보란으로

| 운영자공지 19
마일모아 2021-02-14 80669
  공지

게시판 필독 및 각종 카드/호텔/항공/은퇴/기타 정보 모음 (Updated on 2024-01-01)

| 정보 180
ReitnorF 2020-06-25 197200
new 15375

2024 렉서스 TX 350 리스 후기 (So Cal): Zero Drive Off 의 의미란?

| 잡담 19
  • file
dsc7898 2024-06-05 1711
updated 15374

Costco 에서 우버(이츠) 기프트카드 $100짜리 $80에 파네요.

| 잡담 18
nysky 2024-06-05 1396
  15373

T-mobile Tuesday 레고랜드 할인코드 필요하신분? 쓰셔요.

| 잡담 3
  • file
서울 2024-06-04 314
  15372

아이폰 13 미니 혹은 옛 핸드폰 쓰시는 분들, 배터리 광탈 어떻게 버티세요?

| 잡담 69
복숭아 2024-06-03 2743
  15371

힐튼 서패스 VS 어스파이어 어떤쪽 선호하세요?(1월중 선호도 조사 투표)

| 잡담 138
1stwizard 2024-01-11 15350
  15370

Hertz rental car cleaning fee..원래 잘 붙이던가요?

| 잡담 5
나드리 2024-06-04 487
  15369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 전산오류로 99.7% 급락

| 잡담 16
  • file
골드마인 2024-06-04 2544
  15368

초보자를 위한 코너: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 아무나 답변해 주세요

| 잡담 3434
  • file
shilph 2020-09-02 76903
  15367

크루즈에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큰가 보네요

| 잡담 19
소서노 2024-06-03 2787
  15366

비행기가 예정보다 일찍 출발해서 놓친 경험?

| 잡담 9
aspera 2024-06-03 1507
  15365

올해 집 보험 인상률이 40% 가량 됩니다 ㅠㅠ

| 잡담 33
JoshuaR 2024-05-17 5834
  15364

마적단님들아, 그 길로 가지마오!!!

| 잡담 15
  • file
playoff 2024-06-01 4098
  15363

직장 내 부서 이동 고민입니다 + 추가 + 결론

| 잡담 30
소서노 2024-04-18 3376
  15362

ANA 마일이 3년이 지나 expire 되었습니다.

| 잡담 5
Creature 2024-06-02 1630
  15361

싱가포르 항공 SQ321 (LHR-SIN) 난기류로 BKK로 회항, 다수의 부상자 발생

| 잡담 13
RBPT 2024-05-21 3179
  15360

캘리포니아 살기

| 잡담 57
찐돌 2024-05-30 6774
  15359

비트코인 가지고 계신 분들 여행 최적기시겠어요

| 잡담 127
OneAday 2016-06-16 25871
  15358

???: 정리를 못하면 박스에 잘 넣어놓기라도 해라 (청소/정리 이야기)

| 잡담 36
  • file
음악축제 2023-12-20 7452
  15357

호텔들 직원들 전화하다 말고 끊는거 너무 화나요.

| 잡담 28
Monica 2024-05-31 3189
  15356

전기차 리스 월 200불대 2024 아이오닉5

| 잡담 26
아보카도빵 2024-05-08 6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