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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겨울, 알래스카 - 2 (2012년 12월 27일)

사리, 2014-04-28 21: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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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해가 이제 낯설진 않다. 점심까지 미리 먹어둘 요량으로 꾹꾹 눌러 먹고, 바나나와 빵을 챙겨 담는다. 부모님께 보낼 카드 부치러 우체국.

 아이패드 충전이 안되어서 다운타운 쇼핑몰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 갔다. 길거리에 별로 보이지 않았던 백인들이 쇼핑몰에 모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마침 아이패드와 아이폰 사용법에 대한 강의 및 체험 실습으로 한시간 반짜리 수업이 열려 있길래 스윽 앉아서 애플 제품은 처음 보는 사람 코스프레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노인들이 화면에 터치하는 손놀림들이 예사롭지 않다. 하루에 몇 시간 뜨지도 않는 해가 떴는데, 이걸 더 들어야만 할까 생각하다가 결국 도중에 땡땡이를 쳤다. 
하여간 도망가서 매장 끝자락에 있는 직원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충전이 안된다며… 
그 직원이 주머니에서 케이블을 꺼내 스윽 연결한다. 갑자기 왜 충전은 되는가? “아이패드 안써도 여행은 충분히 할 수 있기에. 한 가락 케이블에 몇십불 쓰는 건 아까웠다.
어차피 버라이즌 3G는 터지지도 않은 터라 아이패드를 쓸 일이… 

참 무서운 게, 이 동네 길바닥에서 이 쇼핑몰 앞에만 눈이 하나도 없다.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수월치 않고 걷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어제 보았던 앵커리지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기대는 없었다. 건물은 가까이 가서 보니 멋지다. 하늘이 건물 외벽에 그대로 반사되는 모양이다. 
건축 설계사는 지어 놓고 참 뿌듯해할 것 같다. 상설 전시 말고 두 가지의 특별 전시가 있단다. 
하나는 2차 세계대전 때 유태인 난민들에 대한 보도 사진을 찍은 여성 사진작가 특별전, 하나는 무슨 인체의 신비전 같은 것이었다. 
세상 어느 도시를 가든 저 인체의 신비전 같은 전시가 따라다니는 기분이다. 홍콩에서도 상해에서도 계속 머리에 붙은 껌마냥 따라 다닌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콤보 티켓 20불짜리 사서 가보기로 했다. 

1층에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전시 같은 게 있다. 뭐 미국에 있는 왠만한 규모의 박물관 가면 항상 있는 것이다. 
창의력 대장되어서 싱크빅 할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로 만든 전시인게 훤히 보이지만,  
실상 정신 사납게 놀아대고 굉음을 울부짓는 아동들만 보여서 저것들이 커서 창의력 대장과 싱크빅은 커녕 사람 구실이라도 할까 의심만 잔뜩 가는 그런 체험 전시장이다.

그.런.데….

홀딱 빠져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자켓까지 벗어재끼고 소리지르며 애들을 겁박하며 희열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정점은 비누 방울 만드는 곳이었다. 비누방울 벽 만드는 전시, 가운데 서서 로프를 올리면 비누방울 터널 속에 갇혔다 폭 터지는 전시물, 
그리고 금속링으로 큰 비누방울 만드는 곳. 전시물 설명은 고래가 바다에서 물방울을 만들어내듯이 너희도 방울을 만들어 봐라..라고 되어 있는데, 
고래고 나발이고 팔 걷어 부치고 비누방울 제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박물관에 있는 미취학 아동 및 저학년 초딩들이 모두 모인 것 같다. 아동 비누방울 시위대를 이끄는 수장이 되었다. 

비누 방울을 미친듯이 잘 만들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 많은 사람들에게 great! Cool! Awesome! 이런 단어들을 연달아 들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애들이 결국 나를 박물관에서 비누방울 만들어주는 직원으로 인지한 것 같다. (날 버블메이커라고 부르라 했다)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북이 모양 비누방울 만들어 달라, 고래 모양 만들어 달라… 비누방울이 그냥 뚱그런 거지 무슨 모양을 만들 수 있을까 했지만, 
그냥 둥근 거 만들고 “이건 거북이!”, 또 하나 만들고 “이건 고래!” 그러면 애들이 “와우!” “쿨!” 한다. 
애들이 단체로 뽕이라도 맞은 건가…왜 이걸 믿지? 머리가 나쁜 건가? 이건 순수함의 문제는 절대 아니다.

한 미취학 아동이 달려와서 버블을 풍 터뜨린다. 못되먹게 생긴 엄마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 애한테 “남의 버블은 터뜨리지마!”라고 언성을 높인다. 
내가 다 머쓱해진다. 그러더니 그 엄마도 덩달아 방울 만들더니 “이거 터뜨려!”이런다. 아이는 관심이 없다. 엄마의 비누방울이 볼품이 없기 때문
다시 내 방울을 터뜨린다. “엄마 비누방울 터뜨리라고!”라면서 화를 낸다. 

갑자기 이게 약간 인종차별 문제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상대가 만든 방울을 아이가 터뜨린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그냥 상대방에게 “아이가 터뜨려서 죄송해요”라고 말을 하면 될 뿐이다.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아이가 장난치다가 나한테 뭔가 튀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잖아! 엄마가 하지 말랬지?”라고만 윽박지르고
정작 자신이 사과해야할 사람은 없는 사람 취급하는 무례한 경우처럼, 
이 백인 아줌마는 나는 정작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나에게는 말 한마디 그리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화를 낸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예닐곱명의 아이들이 내 앞에서 내가 만든 방울을 터뜨리면서 놀고 그동안 그 부모들은 뒤에 의자와 벽에 기대어 쉬고 있는데,
애들이 그 비누방울을 터뜨리는 게 절대 문제될 건 없었다. “남의 방울을 터뜨리지 마!”라면서 정작 그 “남”은 투명인간 취급하는 상황. 

어차피 애들이 다 터뜨리고 노는데, 남의 방울 지네꺼 방울 가리고 앉아있는 것도 꼴사나웠다. 
‘참 자알도 가르친다!’라는 오기가 생겨 아주아주 커다란 방울들을 쑥쑥 뽑아냈다. 그 아동, 엄마 방울을 쳐다도 안보고 눈에 하트 모양으로 방울만 쫓아다닌다. 
그 엄마는 얼굴이 일그러진다. 더 큰 비누방울을 만들며 속으로 “그래, 너 같이 한심한 것은 가서 사라 페일린에다가 투표나 해라…”라고 욕을했다. 

우루루루 우루루루 애들이 쫓아 다닌다. 한 삼사십분 줄창 비누방울 만들었더니 팔이 아프기 시작하고 온몸에 땀도 난다. 
이제 애들을 시킨다. “넌 저기서 비누벽 만들어봐” “넌 저기 터널 한 번 만들자” “넌 고래 만들어야지”.. 애들에게 시켰더디 다들 말도 잘 듣는다.
이미 충분히 지친 얼굴로 들어온 부모들은 뒤에 앉아 쉬고 있고 애들은 정신 없이 비누방울을 만든다. 
비눗물을 창틀 같은 것으로 들어올리면 비누방울벽이 생기는데, 보다보니 손에 비눗물 묻히면 벽을 통과할 것 같았다. 
해보니 진짜 비누방울벽이 터지지 않고 손을 통과 시킨다. 애들이 기겁을 한다. 엄마아빠한테 소리지른다
“엄마, 버블메이커가 버블벽을 통과하고 있어요!!” 
버블벽에서 손을 재빨리 빼내면서 살짝 틀면 버블벽은 터지지 않은 채로 새로운 버블이 퉁 하고 튀어 나온다. 
기절초풍의 사태. 너도나도 애들이 비눗물에 손을 담그기 시작한다. 
이제 사태는 수습 불가. 애들이 모두다 비눗물 손에 묻히고 칠겁을 하고 앉아 있으니… 이때는 도망가야한다. 그냥 유유히 빠져나왔다. 


비누방울 뒷칸 전시장에 큰 거북이가 수조에서 놀고 있다. 가서 거북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또 미취학 아동이 온다. 
그 엄마랑 아이 양육에 대해서 이런 저런 담소를 주고 받다가 대뜸 “나 여기 엄청 자주 오는데, 저 거북이 저렇게 놀고 있는 거 처음봐, 맨날 잠만자는데…” 
뭔가 우담바라를 본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헤엄을 치던 거북이가 갑자기 나를 응시한다. 옆에 악어는 잔다. . 
헌데 저 거북이는 죽어야만 저 수조에서 나올 수 있을텐데… 쉽사리 죽을 수 있는 팔짜도 아니고, 저 기나긴 삶 어쩌나…
알래스카에 대한 전시는 다들 훌륭했고 멋있었다. 정말 치밀하게 연구를 한 게 하나하나 관련 분야 종사자로서 느껴지는… 꽤 정교하게 만든 전시들이었다. 

“Body Worlds: Vital” 이라는 전시장으로 향했다. 우리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전체가 아니라 부분부분들을 보고 그것들이 서로 상응하는 관계들에서 진정한 미를 찾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든 거란다. 
사진찍는 건 불가고 하도 기가차서 그 앞에 서서 안내판에 있는 그런 말들을 어디다 인용할 일이 있을 것 같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왔는데 (거의 백인만)… 열심히 공부하는 너드 아시안임을 다시 한 번 증명시켜주는 기시감이 들었다. 
근육 찢어 놓은 거, 뭐 혈관 모양들.. 그런 거 주욱 있고.. 담배 피우면 폐가 이렇게 된다, 살찌면 간이 이렇게 된다… 
죄다 협박에다가 BMI테스트 기계와 혈압 체크 기계 등등이 있다. 걸음을 바듯이 하는 제대로 거동이 힘든 초로의 백인 할머니가 옆에 있다. 
전시는 안보고 나만 뚫어져라 본다. 어색해서 눈 마주치고 살짝 웃어줬는데, 반응도 없이 전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나만 쳐다본다.
다른 피부색을 갖은 바디가 보여서 그런 건가… 바디 전시장에 와서 나를 전시물로 알고 있는게 분명했다. 도망간다. 

인체의 신비전은 사실 시신 기증자의 문제가 아주 심각하게 있는데, 이 전시는 대부분 모형으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이 전시에 대한 비평/비판서들이 엄청나왔었다라는 걸 알게됐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회학자도 이걸 갖고 책을 한권 썼길래 봤더니 훌륭했다.
게다가 그녀가 무슨 전시물을 갖고 얘기를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떠올라서 읽기에 수월해졌다!) 
뭐.. 그냥 전시가 재미는 없었는데, 딱 한가지 재미있던 부분은 몇몇 국가의 한 가정에서 일주일에 먹은 모든 음식들을 그 집 주방에 놓고 
그 가족 사진을 찍어 전시한 것. 그 밑에 그 가족이 좋아한다는 음식들과 일주일 식비 등이 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주 유명한 글로벌 프로젝트였고 책으로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박물관인지도 모르고.. 시간이 너무 많이 갔다.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해산물이 먹고 싶어서 슥슥 찾아봤다. 
여기와서 처음 사먹는 식사. 비싼 거 먹겠다고 다짐했다. 10th & M Seafoods 라는 곳의 추천이 제일 많길래 주욱 걸어가다가 느낌이 좀 이상해서 슥슥 그곳이 어떤 곳인지 찾아봤더니… 
식당이 아니라 생선가게였다. 입에서 욕이 방언 터지듯 터져 나온다. 꽤 많이 걸어 왔는데… 
정반대에 있는 다른 식당으로 걸어간다. 비상식량으로 컵라면 하나를 쟁겨놔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발톱도 부러지는 바람에 손톱깎이도 필요해서 어제 버스터미널에 지나가다 본 작은 구멍가게에 갔다. 

어제 지나가다 슬쩍 본 주인 아주머니가, 내가 살던 시골의 승진수퍼 아주머니랑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라면 하나쯤은 갖고 계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승진수퍼 아주머니 연하의 남자랑 바람 나서 집 나가셨다는데, 그 이후 소식이 업데이트가 안된다. 
가게에 갔다.  오늘은 아저씨가 계시다. 가게를 찾아보니 캠벨 수프와 인스턴트 식품 몇개가 주욱 있다. 
라면이 없나보다 싶어서 나가려고 했는데 카운터 옆쪽에 쌍화탕과 김치 사발면을 팔고 있었다! 
아.. 알래스카 쌍화탕이라니… 어제의 기침약처럼 쌍화탕을 꼭 한병 들이켜야 알래스카에 왔다라는 걸 인증하는 것은 아닌가 초조함이 든다. 

 쌍화탕도 사고 싶었지만 3불이나 하는 손톱깎이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 
오늘도 지혜 많게 생기신 분들이 술에 취해 터미널에 있다. 백인들은 쇼핑몰과 박물관에, 원주민들은 터미널과 길바닥에…

Simon & Seaforts 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삼동 스타타워 뒤에 있는 것 같은 사무실 건물처럼 생긴 곳의 1층인데  식당처럼 보이지 않았다.
맛이 있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복작복작하니 기대를 살짝 갖아본다. 큰 마음으로 처음 사먹는 밥이고 해산물이니 30불짜리 디너 코스를 시켰다. 먹고 싶었던 게 거기 다 있어서… 
소를 먹여도 될 것 같은 샐러드가 나왔고 (허니머스타드가 아니라 이집만의 에그머스타드를 썼단다), 
주요리로는 새우에 게살을 넣은 요리를 시켰다. 엄청 맛있었다. 싹싹 비운다. 큰 새우에 게살과 야채를 잘게 썰어 넣어 같이 구운 요리인데… 
새우와 게살의 결합이라니.. 이건 동물계의 감자-토마토 이종교배, 즉 포마토와 같은 혁명인 것인가. 
새우 아래에는 볶음밥 같은 것으로 밑밥이 깔려 있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디저트로 나온 와플과 선데 아이스크림… 어마어마한 양이 나온다. 그마저 잘 받아 먹고 연신 고맙다고 했다. 

밖으로 나와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노래 하고 나 혼자 걷는데 
먹은 거를 하나하나 다시 생각하며 행복해했다. 
일리노이주에 사는 대학 동창들이 동네에 모두 모였나보다. 
A라는 친구는 “미드웨스트에 지금 없는 걸 너는 후회할 거다”라며 압박했고, B는 대뜸 “너 사리 임마”라는 메세지를 보냈으며,
C는 “사리 전상서”…라고 보냈다. 거나한 술판을 벌이고 있는 사진 속 C의 손가락은 꼭 가운데 손가락을 뻗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포마토 혁명을 이룬 새우와 게살의 만남으로 행복한 내 앞에서 무슨 후회가 있겠는가.
나중에  단체로 환갑 알레스카에서  하자고 보냈다. 좋댄다. 다음주부터 열심히 운동 다녀서 환갑을 맞겠단다. 술 먹으면서 저 소리를 하고 있다. 

흥겨운 마음으로 무엇을 할까..하다가, 권투 시합을 갔다. 겨울철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권투시합이 열린단다. 난생 처음으로 권투를 보러 간 것이다. 
동네 험악한 언니옵빠들은 여기 다 모인 것 같았다. 청팀과 홍팀으로 나누어서 총 7개의 경기가 열리는데, 
라이트-미들-헤비급의 경기가 있고, 5번째 경기는 Cat fight라고 해서 여성 복서들의 경기였다. 


국민 의례 같은 걸 시작한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럴 때 보면 미국 애들은 참 말안듣게 생겨서 말 잘듣는다. 
다들 일어나서 조용… 어떤 여자가 나와서 국가를 부르는데 너무 못부른다. 
고개숙여 킥킥킥 소리 안내고 웃고 있는데 세상에, 그 조용하고 엄숙한 가운데, 내 전화기에서 우렁차게 “카카오~~톡!” 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내 카톡 알람은 오바마 목소리. “카카오~~톡!”…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쳐다본다. 
이 알라스카의 사라페일린의 땅에서 권투 경기장의 국민 의례에서, 
이 왠 난데 없는 오바마 그것도 “카카오~~톡!”이라고 울리는 것인가. 
그것도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선배한테 온… 그냥 씨익 웃는 수밖에. 
어쨌든 웃으면 상황을 유화시키거나 미친놈으로 알거나 둘 중 하나로 해결은 된다. 

경기가 시작했다.
막 헛스윙도 장난아니게 하고 주먹 피하면 “에헤~”하고 좋아한다, 선수가… 이름들은 거창하다 – 유령의 스트라이커, 날아다니는 하와이사람, 망치시간, 쿠키괴물, 자매 고통, 흔들고 굽고 등등… 
두번째 경기는… 시애틀 타코마에 사는 19살 미친놈(the mad man)과 앵커리지에서 사는 스물한살 크리스 김, 권투 닉네임, The Korean Bull 다시 말해 한우의 경기였다. 
한우는 노란 빤스를 입고 나왔다. 경기는 한우가 이겼다. 다음 경기는 쿠키 몬스터에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망치 시간한테 두대 맞더니 갑자기 들어 누워서 “나 이 경기 못하겠어”라고 하고 끝내는 바람에 30초만에 져버렸다. 
몬스터를 빼고 쿠키만 남기는 게 옳은 닉네임인 것 같다. 중간에 티켓으로 복권 당첨 순서가 있었다. 
당첨된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360불인가가 상금인데.. 사회자가 말한다 “You want the money? You want liberty?”…


여성 복서들의 게임은 좀 무서웠다. 여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이를 갈고 싸우는 느낌이었다. 
저 둘이 무슨 앙금이 있거나 앙숙인 게 분명했다. 아마추어 복서들 경기는 좀 재밌게 봤는데, 
오늘의 메인 이벤트라고 하는 모머니와 티의 경기는 보다가 도중에 나왔다. 갑자기 경기처럼 안 보이고 진짜 무슨 잡아 죽일듯한 기세로 싸움처럼 보여서… 
걸어서 호텔로 들어간다. 코 닿는 거리. 

찬 바람이 볼에 스친다. 
낮이 아주 짧은 게, 생각보다는 꼭 나쁜 것 같지도 않다. 
내일은 드디어 페어뱅크스로…

(어린이들 사진은 애들이 혹은 그 부모가 원해서 찍었다. 권투경기 홍보 웹사이트에서도 한장 가져온 것임을 밝힘. Thusday Night at the Fights 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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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차도남

2014-04-28 23:10:06

잘려다가 사리님 글이 올라 와서 읽고 잠을 청합니다. 관광객이 목요일 밤의 권투 시합을 가실 줄이야..ㅎㅎ 이번편도 무지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리님 글을 읽으니 여태껏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앵커리지의 겨울도 새삼 흥미롭게 다가 오네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사리

2014-04-29 03:13:55

감사합니당. 그냥 밤은 길고 무얼할까 동네에 어슬렁 대다가 찾게 되었어요 ㅎㅎ



쌍둥빠

2014-04-29 01:01:21

사리님 버블메이커 셨군요. 버블 만드는 이야기를 이리 생동감 있게 전달해 주시다니 ㅎㅎㅎ

기다림

2014-04-29 03:38:58

사리님 정말 글 잘쓰시느것 같아요.

한국에서라면 예능이나 TV작가 하셨을것 같아요.

 

페에벵크스에서 아는분 계셔서 한번 간다 간다 공수표만 날리고 있어요.

알라스카 빙하가 다 녹기전에 한번 구경가야지 하고 있습니다.

 

다음편 기대되고. 감사해요.

CoRe

2014-04-29 13:53:21

+1

회사에서 몰래 몰래 키득키득대고 봤습니다.

롱텅

2014-04-29 09:14:26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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