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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스카 후기 3 - 데날리

sleepless, 2014-08-19 20: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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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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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스카 후기 1 - 앵커리지 https://www.milemoa.com/bbs/index.php?mid=board&document_srl=2188289


알라스카 후기 2 - 수워드

https://www.milemoa.com/bbs/index.php?category=131500&document_srl=2188926&mid=board



수워드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아직까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네요.

혹시나 싶어, 항구에 나가보니, 근처 Resurrection  Bay만 도는 짧은 투어는 다시 오픈되었지만, 

케나이 포드 공원 투어는 아직도 캔슬이랍니다.


젠장할 비.


그냥 망설임없이 짐을 싸서 나옵니다.

수워드가 정말 싫어집니다. 아직까지 목은 붓고 몸은 떨리고 열도 있고.

물론 감기몸살이 수워드때문도 아닌데.. 

그냥 수워드가 싫습니다.


아침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 일단 커피나 한잔 마시고 생각하자고

스타벅스를 찾으니, 조금 떨어진 곳에 세이프웨이안에 있네요.

그래서, 커피를 사려 줄을 섰다가, 

세이프웨이 도넛에 눈이 가고 그 옆의 수프 섹션에 눈이 갑니다.

몸이 떨리는데 따끈한 게 먹고 싶은 맘이 간절해서

일단 수프를 보니, 토마토수프가 보입니다.


아이도 치즈수프를 먹겠다고 해서, 일단 계산을 하고 

자리에 앉아 커피랑 도넛이랑 수프를 먹었는데, 

토마토수프가 베이즐이랑 여러 허브가 들어가서 매콤하면서 뜨거운 게

정말 맛있어요. 

몸이 풀리는 듯 합니다. 따근한 걸 먹어서 그런지 목도 좀 풀리는 거 같고.


좀 살 거 같아, 약도 한 알 먹고, 혹시 몰라 여분으로 빵이랑 스푸를 더 사서 

앵커리지로 떠납니다.


가는 길에, Alaska Wildlife Conservation Center 에 갑니다. 여기도 쿠폰북에 Buy 1 Get 1 이 있어요.

가자마자 캐리뷰가 잔뜩 눈에 들어옵니다.

캐리뷰가 서 있는 자태가 참 늠름하고 아름답습니다.

캐리뷰는 매년 겨울이면 뿔이 떨어지고 봄이면 다시 돋아난다네요.


그리고는 무스가 보이고..

그리고 대망의 곰이 보입니다.

검정곰. 얼마나 귀여운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곰은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닙니다.

이렇게나 근거리에서 곰을 본 적이 있었나?? 

없네요. 이렇게 코앞에서 곰을 본 적이 없네요.


이렇게나 이쁘고 귀여운 곰을 숲속에서 만나면

달아나야 한다니. 뭔가 굉장히 말이 안 되는 거 같은..

평생 곰이 엄청 보고 싶었던 사람처럼, 그 앞을 떠나지 않고 사진을 찍고 또 찍고.

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와서 잠시 섰다 떠납니다.


저렇게 무심하게 잠깐 보고 가는 사람들도

만약 데날리 공원이나 옐로스톤 공원에서 만났다면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난리가 났었겠죠?


왜 일까?

우리는 왜 야생의 곰을 만나는 건 그리 행복해하면서

우리에 갇힌 곰에겐 관심이 인색할까?

뭐가 다를까??

양식연어와 야생에서 잡힌 연어는 가격차이가 많이 납니다.

양식연어엔 항생제가 많이 있다고 해서 그렇다는데..

곰은..그것도 아니잖아요?


우리는 왜 야생 동물에게만 열광을 하는걸까요?

혼자 머리속으로 한참을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요사이 동물원이라는 게 참으로 잔인한 이기심에서 나오는 짓거리들이다.

다 없애야한다는 목소리들이 많아집니다.


이기적인 전, 그래도 이렇게라도 이 이쁜 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게 좋은데

그 곰에겐 정말 지겨운 일상이겠죠?매일 신세한탄을 하려나요? ㅠㅠ


그러나.. 그게 이유는 아닌거 같고..

아마도 우리는 확률싸움에서 로또가 당첨되는 그런 행운에 감격하는 거 같습니다.

공원에 가서 곰을 가까이서 볼 확률. 

그 얼마 안 되는 확률에 당첨되는 순간의 희열에 모두들 들뜨는 건 아닐까.

정작 곰을 봤다는 거보다, 

곰을 보는 행운을 잡았단 그 사실에 감격하는 건 아닐까....




빗속에 한참을 서서 보다가, 옆 갈색곰 우리로 자리를 옮깁니다.

안보이네요.

너무너무 우리가 커서 대체 어느참에나 숨어있나 도통 안 보입니다.

다른 우리들을 먼저 둘러보고 한참 지나 다시 들르니

그땐 두녀석이 나와서 시냇가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있네요.

정말 큽니다.


그러다, 바로 펜스앞으로 마치 팬서비스라도 하듯, 곰이 다가와 한참을 

제 앞에 머뭅니다. 너무 가까워 사진기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가까이.

이녀석들을 브라운베어라고도 하고, 그리질리 베어라고도 한다네요.
잠겨진 차 문도 다 부순다는 그 그리질리 베어.

bear1.jpg

정말? 이렇게나 귀엽고 이쁜데..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는 얼마나 다른것인가 실감합니다.
한참을 그동안 곰에 몹시 목말랐던 사람처럼 곰을 들여다봅니다.
그 큰 몸을 가지고도 굉장히 재빠릅니다. 다른 곰이 다가오니
얼른 자리를 피하네요.

아이랑 한참을 곰을 들여다보다가, 깨닫습니다.
아픈게 많이 좋아졌습니다. 수워드를 벗어나자마자, 좋아지다니.
역시 난 수워드랑 안 맞았나봐.


이후 일정을 위해, 앵커리지도 다시 갑니다.

앵커리지로 들어서니 비도 멈춥니다.

거봐. 난 수워드랑 안 맞다니까.


그 이후 일정은 이미 앵커리지 후기에서 썼으니..

스킵하고 


데날리에 대해서 씁니다.

그러고보니 위의 이야기는 수워드편에 썼어야 맞는 이야기네요? ㅠㅠ


뭐....


싫은 수워드. 좋은 수워드 나눠 쓴 걸로 하죠 ㅎㅎㅎㅎ



데날리.


데날리로 향합니다.

부엌이 딸린 캐빈을 예약해두었으니까 

가기전 큰 마켓에서 바베큐를 해 먹을 스테이크랑 빵이랑 샐러드등을 잔뜩 샀습니다.


데날리로 향하는 길에,  걸어서 가서 볼수 있는 빙하를 보러 가려 하는데

데날리까지 앵커리지에서는 차로 다섯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니, 

너무 늦게나 도착할까 싶어.. 꼭 가려했던 빙하를 그냥 지나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길을 돌려 다시 갈까 망설였지만, 

혹시라도, Exit Glacier 처럼 실망스러울까 싶어..

그냥 지나칩니다. 

조금이라도 더 데날리에서 시간을 보내자. 그게 낫겠어..


데날리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좀 더 푸르던 길들이 데날리가 가까워 올수록 산위에 눈도 보이고

점점 벌거숭이 산들이 보입니다.

너무 높아서 식물이 자랄수 없어서 그런걸까?

바위들이 드러난 높은 산맥들이 보입니다. 

점점 더 제가 아는 알라스카의 경치랑 비슷한 곳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데날리에서는 Alaska Spruce Cabin 이란 곳에 예약을 했어요.

일단 캐빈에 가서 첵인을 하려고 보니, 우아..

작은 캐빈이 딱 세개만 있는 곳이네요. 사진으로 봤을 땐 디게 커보였는데

유닛이 꼴랑 세개. 


그중 하나에 문옆에 드라이보드에 Tark 란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아마도 전화로 예약을 받아서인지, 제 성을 잘못 들은 듯 합니다.

미국에 몇년을 살아야 제대로 된 영어 좀 해보나. 

자괴감이 섬광처럼 스쳐가고...

뭐 암튼, 도착했습니다. 

오피스로 보이는 곳에 가보니 온 문은 다 열려있는데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다시 캐빈으로 와서 문을 살짝 돌려보니 문도 열려있네요.


안에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cabin.jpg

퀸사이즈 침대가 두개가 있고 커다른 부엌이 있고 아담한 패디오도 있고.

참 맘에 듭니다. 일단 산속에 있는 작은 캐빈에 유닛이 많지 않아서요.

무엇보다, 곳곳에 적혀있는 세세한 쪽지 안내글들. 

주인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무척이나 즐기고 있는 게 보입니다.

정성이 깃든 게 보여서 이곳이 무척 맘에 듭니다.



주인핸펀으로 전화를 해보니, 

지금 오고 있는 중이라고 오분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할아버지랑 딸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와서 자기 소개를 하고, 방에 더 필요한 게 있음 언제든지

자기네에게 알려달라 합니다.

주인뒤에는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와 블랙 랩 한마리가 따라와서 우리에게 꼬리를 흔듭니다.


주인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 개들이 보통은 손님들이 첨 왔을 땐

마구 짖어서, 첨엔 좀 애를 먹는데, 무슨 일인지 너네들은 안 짖네? 하고 놀랍니다.


그래서 

응 우리도 개를 키워. 블랙랩에 뢋 롸일러 믹스. 

그 개 냄새를 맡았나부지?? 


그러자.. 오호. 그런가? 

하며 웃습니다. 개들은 우리 아이 발밑에서 이미 배를 긁어달라고 드러누워있던 참입니다.


그렇게 첵인을 하고, 우리는 잠시 10마일 정도 떨어진 공원에 다시 갑니다.

공원에서 잠시 비지터 센터를 둘러보고, 아이에게 쥬니어레인져 프로그램을 하고 싶냐 물으니, 

이젠 그만 하고 싶답니다.


그래. 그것도 니가 즐거운 맘으로 해야지. 무슨 숙제처럼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안 해두 돼. 


공원을 잠시 둘러보는데, 슬슬 바베큐 생각에 흥분하기 시작한 남편이 자꾸 캐빈에 돌아가 저녁을 먹자 꼬십니다.

그래서 캐빈으로 돌아와서

남편에게 캐빈밖에 있는 가스그릴에 불을 붙이고 바베큐 준비를 하라고 내 보내고

전 샐러드와 기타 다른 음식들을 준비합니다.


한참이 지나도 남편이 안 옵니다.

문열고 나가봐도 남편이 안 보입니다. 그릴옆에도 남편이 없어요.

혹시 숲속에 잠시 산책을 갔나??  그게 말이 돼? 우리 남편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가자고 해도 졸라야 겨우 잠시 나갈까 말까 혼자서 자발적으로 산책을 갈 사람이 아닙니다.


슬슬 걱정이 됩니다.

전화도 두고 나갔으니 멀리 가진 않았을텐데.. 남편이 안 보입니다.

기다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차키를 들고 나가서 캐빈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어디선가 사람들 목소리가 들립니다.

돌아가보니, 주인 오피스 주차장에 주인과 다른 할아버지, 주인 딸 그리고 제 남편이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비록 제 앞에선 개그맨일지언정, 굉장히 과묵한 사람입니다.

밖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그런 사교적인 사람이 전혀 아닙니다.

뭐지?? 전 놀라서 다가갔더니

주인 딸이 제게, 너 혹시 남편 찾아?? 미안해. 난 니 남편을 못 봤어. 하며 농담을 합니다.


제가 다가가니, 남편이 너두 앉아.. 하며 옆 의자를 들이밉니다. ???????

이 상황. 이거 뭐지?? 내 남편이 아닌거 같습니다. 전 어리둥절하며 앉았더니 

맥주도 하나 마실래? 하며 주인할아버지가 맥주를 내밉니다.

그럼.. 난 맥주를 절대 사양안 해. 덥석 받고 앉으니

주인 할아버지가 남편에게 자기가 곰을 만났던 일을 이야기 하는 중인가 봅니다.


주인딸은 제게, 올 여름 비가 너무 너무 많이 와서, 첨으로 이런 쨍쨍한 햇볕이 나온거라고.

자긴 사실 일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 제끼고 햇볕을 쬐는 중이라고.

이런 날 일을 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하며 제게 맥주로 Cheers 를 하자 내밉니다.


에잇 모르겠다. 나도 바베큐고 뭐고 앉아서 맥주나 마시자..

저도 의자에 푹신히 앉아 할아버지의 곰 만난 무용담에 귀를 기울입니다.


할아버지는 그사이 벌써 취기가 좀 오르시나 봅니다. 

얼큰해진 할아버지는 알라스카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할아버지 집은 미시간 주.

그런데 원래 직업이 건축가였던 할아버지가 십년전에 알라스카에 와서 너무 좋아서

그냥 집을 짓고 눌러 앉았답니다.



집은 선반하나까지 모두 다 할아버지가 만든거래요. 하다못해 침대까지.

첨에 캐빈을 하겠다 하니, 모두들 다 망할거라고 했다는데

할아버지는 십년넘게 대단히 높은 Rating 을 자랑하는 캐빈으로 훌륭하게 잘 유지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겨울엔 손님이 많지 않아 유지비가 인컴보다 더 많이 나가서

9월말이 되면 문을 닫고 미시간 집으로 돌아갔다가 오월이 오면 다시 돌아오신답니다.


할아버지랑 같이 앉아 두시간 정도 수다떨다 보니 아이가 심심한가 봅니다.

개들이랑 앉아 놀던 아이가 좀 심심해하는 표정이 보이자 주인 딸이, 아이에게

너 농구할래? 농구공 줄께. 하며 아이를 데리고 농구대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몇번 공을 튀기던 아이가 혼자 놀긴 재미없는지 다시 돌아오자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게임을 하자고, 자기가 이기나 아이가 이기나 게임한판 하자니

승부욕이 있는 아이가 그 소리를 듣고 갑자기 생기가 돕니다.


할아버지랑 아이랑 둘이서 농구를 하며 한참 놀다가

아이가 계속 공을 집어넣자 할아버지가 박수를 쳐주며 마구 환호해주니

아이가 마구 으쓱대며 신나합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제게 귓속말로 이야기하십니다.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하는 거야. 몸으로 놀아줘야 해.

몸으로 놀아줘야 아이가 잘 자라는거야.

난 애가 다섯인데, 다 그렇게 키웠어.

그렇게 키우니, 아이가 다 커서 결혼을 하고 장가를 가도

아버지랑 이렇게 같이 알라스카까지 따라와서 같이 살잖아.

난 우리 딸이 아주 고마워. 

너두 내가 보니까 아이에게 참 잘하고 있는거 같아.

이렇게 여행도 데리고 오고 말이야..


할아버지 눈에 연륜이 보입니다.

행복한 노인의 눈입니다.



슬슬 남편은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일어나니, 

할아버지가 갑자기 뭘 먹을거냐 묻습니다.

우리가 스테이크를 사왔다고하니 갑자기 냉장고를 뒤져

자기가 잡은 연어라며 꽁꽁 얼은 연어 몇도막을 꺼내줍니다.


주인딸은, 

에이 꽁꽁 얼은 건 맛이 없어. 바베큐해서 먹기엔 너무 Ewwwww란 말이야..

아버지를 말리지만, 


주인할아버지는 아랑곳 않고 자꾸 해동시키라며 꺼내 놓습니다.



우리는 다시 우리 캐빈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서두릅니다.

벌써 많이 늦었습니다. 물론 하늘은 아직도 밝지만요.


어찌어찌 바베큐를 하고, 연어도 구었는데, 우리가 함께 식사하자고 하니, 

우리음식을 함께 먹기 미안한지 딸은 차를 타고 음식을 투고 하러 나가며

자기들은 신경쓰지 말랍니다. 


그래도 연어도 얻어먹는데 싶어.

스테이크와 연어,  빵과 샐러드를 담아 가져가니 할아버지가 극구 사양하다가 받으십니다.

마당에 큰 테이블이 있다면 같이 먹을텐데, 

같이 먹을 장소가 없어서, 우리 가족만 우리 캐빈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합니다.


연어는 이미 할아버지가 양념을 다 해오신 상태로 구웠는데

무슨 진저 슈가구이라고... 생강즙과 브라운 슈가가 얹어져 있습니다.

먹어보니....

연어가.......


달아요 ㅠㅠ 달아서 맛이 없어요 ㅠㅠ


할아버지에게 정말 미안한데 젓가락이 안 가요. ㅎㅎㅎ

할아버지의 양식을 얻어먹으며 버리기 미안해 최대한 먹어보려고 애를 썼는데

역시.. 극복할수 없는 단맛.


어케 어케 저녁을 먹고  산책을 가려고 나갑니다.

문만 열면 몰려드는 모기떼덕분에, 온몸에 벌레 약을 잔뜩 는뿌리고 나갑니다.


한참 걸어 나가 길에 나서니 포장 안된 길로 차들이 지날때마다 흙먼지가 입니다.

길옆에 표지판에 성당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아니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이런 작은 시골마을에 성당이라니..

제가 성당에 한번 가보자고 하니, 

남편은 먼지가 너무 많이 나는 길을 걷는 건 싫다고 돌아가자 합니다.


그러나, 데날리에 와서, 산책도 안 하는 건, 그건 너무 한 일인 거 같아

제가 그래도 표지에 있는 성당에 가보고 싶다고 우기니, 

남편이 그럼 너만 갔다 오라며 캐빈으로 돌아가겠다 합니다.

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아이가 엄마랑 같이 산책을 하겠다고 하니, 

남편은 그냥 쎙 하니 돌아서 갑니다.



길에는 흙먼지가 너무나 많이 일어서 차가 지날때마다 좀 고역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길이 아닌 길을 걷다 길을 잃을까싶어, 그냥 좀 참고 걷습니다.

길옆으로 알라스카 네이티브인 듯 한 들꽃들이 잔뜩 피어있습니다.

그렇지. 이래야지.

그린하우스에서 키운 그런 국적없는 꽃들 말고, 이런 꽃들이여야 알라스카스럽지....


아이랑 저랑 하나 둘 꺽다보니, 제법 여러가지 꽃들과 풀로 예쁜 부케가 완성 되었습니다.

아이는 새로운 풀이나 꽃을 발견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합니다.

그렇게 한참 걷고 있는데 흙먼지를 날리며 차 한대가 또 달려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으려고 길옆으로 비켜서더니

그 차가 우리앞에서 멈춥니다. 남편이네요.


성당이 어딘지 모르지만, 먼지 뒤집어 쓰지 말고 차타고 가자네요.

혼자 쌩하고 돌아간 게 미안하고 걱정되었던 모양입니다. 

아무말 않고 아이랑 차를 타고 성당으로 갑니다.


우아. 


church.jpg 


산속 성당은 알라스카 성당 답게 소박하고 아담하게 지어져있습니다.

참 소박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아이랑 다가가 기도를 하고, 

아이랑 돌아다니며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돌아오는 길, 남편은 차를 타고 돌아가자 하는데, 

저는 더 걷고 싶고 아이도 자긴 걸어가고 싶다 합니다.

그래서 결국 남편은 저희를 내려주고 다시 캐빈까지 혼자 돌아갔습니다.


남편이 먼저 떠나자, 아이가 제게


'엄마, 아빠가 우리가 걸어간다고 해서 화가 나셨을까?? '묻습니다.


'아니. 아빠가 왜 화가 나셔? 아빠가 우리가 걱정되셔서 차를 가지고 나오셨지만, 

우리가 좋은 시간을 갖으면 아빠도 그게 더 좋으시니까 그냥 차를 가지고 먼저 가신거지.

우리가 걸어가고 싶다고 해서 아빠가 화가 나시진 않아.'


아이는...

'맞아. 아빠는 자기입으로 자기가 한 일을 떠벌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아무말 안 했지만, 

아빠가 우리를 데릴러 차를 가지고 나와주신 건, 정말 나이스한 행동이였어.'

하고 말합니다.



아이랑 저랑 길옆에서 꺽은 꽃들이 한아름이 될 즈음, 우리는 캐빈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아이 목욕을 시키고..

불을 끄고 재우니.. 11시.

아직도 밖은 이렇게나 밝은데 말이죠.


midnight.jpg






16 댓글

armian98

2014-08-19 22:11:13

sleepless 님 여행기 팬 됐습니다. 혹시 원래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계신가요? 잔잔하면서도 재미있게 글 너무 잘 쓰시네요.

좋은 수워드 경험하셔서 너무 다행이고요 야생 곰에게 열광하는 사람 이야기에서는 저도 반성을 합니다.

sleepless

2014-08-20 05:31:13

푸하핫. 반성하시다니요? 제가 비난하는 조로 글을 썼나봅니다. 

저에게 또한 있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를 들여다보는 기회였단 말을 쓰고 싶었던 건데. 

제 짧은 표현력에 공연히 반성하시게 했네요. ㅎㅎㅎ


쌍둥빠

2014-08-19 23:59:35

글이 너무 길어서 2번에 나눠봤습니다 ㅋㅋ
이렇게 글 쓰시는걸 좋아하시는데 그동안 참느라 고생하셨겠어요 ㅎㅎ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 부탁드립니다~

sleepless

2014-08-20 05:33:14

두번에 나눠 올릴 걸 그랬어요. 데날리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많아 저절로 길어졌네요^^;;

그동안 참지는 않았구요 다른 곳에서 많이 썼어요 ㅎㅎㅎ

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svbuddy

2014-08-20 00:20:01

사진이 많지 않아도 글을 읽으니 상상이 되어 좋네요.

캐빈 할아버지 말씀처럼 부모가 함께 놀아주면 키우는 아이가 심신양면으로 건강하게 클 것 같아요.

sleepless

2014-08-20 06:43:59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지속적인 캠페인.. 티비 끄고 몸으로 놀아주세요.

할아버지는 아동심리학을 공부하신 것도 아닌데 육아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계시더라구요.

Livingpico

2014-08-20 04:08:34

드디어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시는군요. 읽어 내려가면서 조마조마하게~~ ㅋㅋ

Conservation Center도 BOGO Coupon이 있었어요?  저희는 원래 가려과 했던게 아니였긴 했는데, 있었으면 좋았을뻔 했습니다. 정말 가까이서 곰을 보셨군요. 그곳에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저곳에 갇혀있는 동물들과 야생동물들의 차이점....

오, 저 캐빈 좋군요. 저희는 드날리에서도 잠만 자고 움직이느라, 캐빈을 예약할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저기 캐빈, 하룻밤에 얼마였어요? 

알라스카에 정착해서 사시는 분들 참 친절하더군요. 생각난김에 수워드에서 만난 캐롤 아줌마한테 이멜 한번 보내봐야겠습니다. 계속 잘 보고 있습니다. 

sleepless

2014-08-20 06:46:58

택스 포함 170불? 정도였던 거 같아요.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널찍해서 좋았어요. 캐빈이라고 이름만 붙고 쪽방같은 곳도 많더라구요.

그런데 캐빈보다, 정작 캐빈의 주인 할아버지랑 따님때문에 정말 좋았던 기억이 된거 같아요.

제가 쿠폰 이야기 계속하니 좀 약오르실거 같아요 ㅎㅎㅎ 

Livingpico

2014-08-20 07:49:57

저는 배타고 빙하를 보았기때문에 별로 약 안오릅니다. 흥! =3=3=3333(아이고 약올라라~~!)

sleepless

2014-08-20 12:12:09

윽 빙하. 졌습니다. ㅠㅠ

그러나, 전 울남편이 이번 여행에 빙하를 못 봤다고 담번에 크루즈로 또 가자고 약속해줬네요 ㅎㅎ

반니0102

2014-08-20 04:54:50

좋은 수필을 한편 읽은 것 같습니다.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

sleepless

2014-08-20 06:47:55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면서 너무 신변잡기적인 글을 쓰고 있는거 아닌 거 고민했어요.

누군가 저에게, 일기는 일기장에!! 하고 외칠까 쫌 걱정되기도 해요 ㅎㅎㅎ

하늘향해팔짝

2014-08-20 06:19:25

와. 3편도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글이 많은 여행기가 더 좋아요. 아이랑 부케 만들어서 데날리 동네 길을 걷는 장면이 상상이 갑니다. 제가 원하는 여행상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계속 글 부탁드립니다.

sleepless

2014-08-20 06:50:21

아이가 이제 여덟살 남자아이에요. 조금만 더 크면 엄마따라 산책하며 꽃 꺽고 하지 않을거 같아요. 

그래서 더욱 이 기억을 그대로 기록해두고 기억하고 싶었어요. 

아이가 많이 자란 후에도 알라스카에서 어느 저녁에 엄마랑 성당찾아 걷던 일을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기돌

2014-08-20 07:17:10

신변잡기적인 글 너무 좋습니다!!! 현지인분들과 좋은 추억 만드셔서 좋으셨겠어요. 요런게 여행의 묘미죠 ^^

RSM

2014-08-20 07:30:49

수워드에서 안좋은 기억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아이들은 몸으로 키워야 된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이요~~ 근데 참 힘들죠.

알라스카에서 좋은 분들 만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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