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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버킷리스트 101회 인디500 후기

Sparkling | 2017.07.08 11:28:3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매년 메모리얼데이에 하는 인디500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자동차 관련 잡지에 글을 하나 썼는데 이번에 실린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반영이 안되서 생생했던 현장을 마모 분들과 공유합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티켓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안 비싸니 기회되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정보를 드리자면 경기장에 갈 때 공항에서 셔틀을 타고 가거나 spot hero 등을 통해 비싸게 주차를 해야하나 싶지만 경기장 인근에 주민들이 자기집 잔디밭을 주차장으로 활용합니다. 접근도로도 최고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차 끌고 이런 곳에 주차하고 들어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관련 사진도 하나 첨부했습니다.


"페르난도 알론소가 인디500(Indy 500)에 출전하기로 결정했다."

F1 그랑프리 팬이라면 누구라도 귀를 의심할 보도였다. 그가 이번 인디500에서 우승을 했다면 세계 3대 자동차 경주인 F1과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우승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F1 맥라렌-혼다 소속인 페르난도 알론소는 두 번이나 F1 챔피언을 지낸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같은 날 치뤄지는 F1의 가장 유서깊은 대회인 모나코 대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인디500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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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아이스박스 하나씩 들고 경기장을 가는 관람객들의 모습

알론소가 소속한 맥라렌은 F1 스폰서들의 로고를 인디500에 출전하는 알론소의 머신에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부착했다. 그가 모나코 대회에 빠지는 것을 스폰서들이 우려할 수 있어 파격적으로 이런 부분까지 측면에서 지원 사격을 한 것이다. 인디500은 차체에 대한 규정부터 경기 방식까지 많은 부분이 F1과 다르기 때문에 알론소는 실질적으로 경기에 새롭게 적응해야하는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미국 주요 언론과 인디500 조직위원회는 알론소의 인디500 출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그것만으로도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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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집 안마당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호객하는 인디모터스피드웨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처음 찾은 인디애나주 주도(主都)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IMS)는 낯설었지만 웅장했다. 인디500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약 40여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슈퍼볼의 관객 수는 7만여 명에 불과하다. 덕분에 대회 전부터 경기장 주변은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워낙 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경기이다 보니 다른 스포츠보다는 검문 검색이 다소 유연했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가득 채우고 경기장을 향했다. 경기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인디500 열리는 하루만큼은 자신들의 마당을 15~20불씩 받고 주차장으로 활용하며 호객에 한창이었다. 덕분에 미리 지정된 주차장에 40불을 내고 주차를 예약한 것이 안타까웠다. IMS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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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500 관중석의 모습

인디500은 올해로 101번째로 개최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경주 중 하나다. 인디는 인디애나폴리스 또는 인디애나주를 뜻하고 500은 500마일(약 800km)을 의미한다. 경기장 1바퀴의 거리가 2.5마일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쉬지 않고 총 200바퀴를 돌아야 한다. 우승 상금은 약 300만불 수준으로 단판 승부로선 전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 볼 수 있다. 독특한 것은 선수들이 받게 되는 상금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레이스 중 다양한 기준에 의해서 받게 된다는 점이다. 순위는 다소 낮더라도 레이스에서 구간 최고 속도를 냈다거나 1위로 달린 구간이 길면 더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인디500은 2013년까지 영암에서 개최돼 우리에게 익숙한 F1과도 차이점이 많다. F1은 다소 복잡하고 다양한 회전이 있는 트랙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반면 인디500은 계란 모양의 전형적인 트랙인 오벌트랙(oval track)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다소 단조로운 경기장을 쉼없이 도는 것 같지만 그 때문에 370km에 육박하는 빠른 스피드로 경기가 진행되고 더 많은 추월이 이뤄진다. 이러한 점 때문에 두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는 머신들의 외형도 다소 다르다. 두 레이스의 차이점이 많은 만큼 새로운 룰과 환경에 적응하며 인디500에 처음 출전하는 알론소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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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500 조직위원회 차량인 쉐보레 카마로

이번 인디500의 우승자는 아시아인 최초로 일본인 사토 타쿠마가 차지했다. 사실 사토는 경기 전에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승 후보로 꼽힌 여러 출전자들이 경기 중 사고 등의 이유로 완주를 못했다. 예선 1위를 차지해 스타트 시 가장 앞쪽 자리인 폴 포지션(Pole Position)을 차지했던 2008년 챔피언 스캇 딕슨은 앞서 가던 차량의 충돌로 머신이 박살나버렸다. 유력 우승 후보의 탈락이었기에 사고 순간 객석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목숨이 위험할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스캇은 머신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사토는 경기 초반 15위권 밖으로 처지는 등 그리 눈에 띄지 않았지만 잇단 사고와 세이프티 카(Safety Car) 발동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사고가 났을 때 모든 차량이 세이프티 카의 후미를 추월없이 따라야 하고 이 때 하위권의 벌어진 간격이 다소 줄어들어 상위권의 차량들은 다소 불리할 수 있다. 기대를 모았던 페르난도 알론소가 대표적으로 거리에 손해를 많이 본 드라이버 중 한 명이다. 알론소는 경기 내내 출전자 중 세 번째로 많은 27바퀴동안 선두를 지켰고 줄곳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21바퀴를 남기고 혼다가 그에게 내준 엔진이 폭발해 결국 기권했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대회의 파격을 기대하며 알론소를 마음 속으로 계속 응원했지만 예상 못했던 악재가 알론소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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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500에서 세이프티카 역할을 하는 콜벳

알론소 머신의 엔진과 같은 혼다의 엔진으로 레이스를 진행한 사토는 레이스 후반부에 상위권을 유지하다 5랩을 남겨두고 역대 3차례 우승자인 헬리우 카스트로네베스(브라질)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사토는 레이스 종반까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상위 드라이버들의 사고로 인한 기권과 막판 스퍼트로 결국 우승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사토와 헬리우의 최종 기록 차이는 0.2011초에 불과했다.

일본이 모터스포츠에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일본인 중에 F1과 인디500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F1에서 3위를 3번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 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 F1 드라이버를 21명이나 배출했기 때문에 언제든 우승자가 나올만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인디500의 머신은 모두 혼다 또는 GM 쉐보레 엔진을 사용할만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는 가히 놀랄만하다. 혼다는 현대자동차(1967년 설립)와 비슷한 시기인 1962년부터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설립 초기인 1964년부터 F1에 발을 들이고 1년 만에 아시아 자동차 제조사 중 처음으로 F1 최종전인 멕시코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만큼 모터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기술에 있어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아성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모터스포츠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에 그만큼 일본차에 미국 소비자들이 로열티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인 중엔 인디500에 출전한 선수는 없다. 2016년 최해민이 인디500 마이너리그급인 인디라이츠에 출전을 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경기를 관람하며 우승자를 배출한 일본이 부러웠다. 아직 한국에선 인디500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 출전 선수나 업체 중에 한국인이나 한국 업체가 없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레이스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토의 우승으로 일본에선 인디500을 포함한 자동차 레이스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언젠가 세계 5위권의 자동차 회사를 보유한 한국 업체의 머신으로 세계적인 레이스에서 한국 선수가 레이스에서 우승하는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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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인디500 레이스의 머신들


출처: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535021&memberNo=21293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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