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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저의 영웅의 마지막 경기

재마이 | 2017.10.03 02:32:3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저는 야구팬이었습니다. 

저는 포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3학년때 서울로 이사갔는데,

포항에서 살았을 때는 그리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그 때는 고 최동원 선수의 어린이 팬이었는데, 아마 삼성팬이 먼저 되고 최동원이 삼성으로 이적하자 (별로 뛰지도 않았지만요..) 확고하게 삼성팬이 된 것으로 기억나네요...


80년대의 어린이에게 삼성팬이 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포스트 시즌마다 판판히 깨지는 상황에서 90%의 친구들이 속편하게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현실 속에 많은 비웃음을 받아야 했지요.

어떻게 보면 지금도 '나는 남들과 다르다' 라고 느끼는 의식이 원천이 제가 삼성팬으로서 느꼈던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했네요.

다른 애들과는 달리 저는 고향팀을 응원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팀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매 해 그렇게 소리지르고 또 지고... 그 때 국민 멍게 선수는 왜 그렇게 미웠는지... 제가 중학생이 된 90년에 어린이에서 틴에이져로 갑자기 변신하는 만큼 엄청난 사건이 터졌는데, 바로 플레이오프 전에서 김용국 선수가 국민 멍게에게 홈런을 쳐냈다는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우리도 되는 구나! 하고 한국시리즈로 달려갔지만 뭐 LG 에게 4:0 광탈당했죠....


그래도 이제 해태가 한물갔으니 우리도 되지 않겠어? 하고 또 드디어 괴물 신인 양준혁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해태도 이종범이 등장하네요? 아마 Before 이승엽 시기에 가장 우승에 접근했었던 93년 한국시리즈... 왜 그렇게 삼성 포수들은 도루를 막지 못하는지.. 결국 해태 때문에 또 눈물을 흘리고 마네요...


그리고 95년.. 드디어 그가 등장합니다.. 이 승 엽

양준혁과 이종범이 그랫듯이 그도 동기 라이벌이 있었으니 (물론 고졸과 대졸이 차이점이 있지요 ㅎㅎ) 바로 마해영이었죠. 신인 때 벌써 각 팀의 4번도 쳐본 두 괴물 신인... 아쉽게도 삼성은 96년 까지 플레이오프를 나가지 못했지만 적절하게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97년... 삼성 90년대 역대 최강 타선인 최익성-이승엽-양준혁-신동주-김한수 라인이 완성됩니다. 당시 삼성의 작전표에는 보내기 번트가 없었고 나중에 백골프로 변신하게 되는 백인천 감독의 지도하에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타선을 완성합니다. 물론 투수력은 개판이었고.. 그래도 시즌 내내 2위로 잘 나가다가 갑자기 백인천 감독이 뒷목 잡고 쓰러져서 어수선한 끝에 4위로 떨어지고... 그래도 플옵 가서 LG 와 명승부를 펼치다가 (당시 LG 서용빈 선수가 감독 교체 지시를 거부하고 우겨서 나와 끝내기 2루타를 친 장면은... 삼성팬으론 가슴아팠네요 ㅋㅋ) 석패했네요. 뭐 LG도 물론 해태한테 상대도 안되서 결국 어찌했던 우승은 결국 해태라는 공식을 다시 확인한 해였습니다... 어쨋든 이승엽 선수는 시즌 MVP 에 오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야구가 끝난 후 한 달 후 한국은 IMF 행이 되고 쌍방울과 해태는 파산합니다... 


야구판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98년 이승엽은 두산의 타이론 우즈와 홈런왕 경쟁을 벌이는데 우즈가 한국 역대 홈런 기록을 갱신하며 홈런왕에 오릅니다..


99년이 바로 이승엽이 야구판을 넘어 국민 영웅으로 변모한 해지요. 역사에 길이 남(을줄 알았던) 54 홈런... 그러나 당시 감독이 한국 역사에 가장 무능하다고 인정하는 서정환 이었기에 롯데에게 플옵에서 지고 맙니다... 


결국 2000년도 우승에 실패하자 드디어 삼성은 칼을 빼들었습니다. 바로 김응룡 감독을 데려온 것이었죠... 그래서 2001년  후반기 부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이승엽은 벌써 세번째 시즌 MVP 를 따내죠.. 그런데 보름간 놀고 나서 한국시리즈에 오니 우즈가 야구의 신으로 변신했네요... 무슨 2루타를 치면 안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두산 선수들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삼성은 믿었던 갈베스가 먹튀하고 김진웅이 던지면 홈런맞는 등 믿을 투수 선정도 실패해서 또 집니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에서 잘 했는데 눈물을 흘리고요...


그리고 2002년! 남들에겐 대한민국 4강으로 기억될 그 해! 지리멸렬한 6차전의 끝에 결국 이 장면이 나옵니다...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읋었던 그 한을 풀어버리는... 한국시리즈 첫타석에 적시타 치고 6차전까지 모았던 원기옥을 한방에 폭발시켰던 그 홈런... TV 로 지켜본 저도 울었고 모든 삼성팬들이 다 울었을 겁니다. (사실 그 전에 브리토 포볼은 지금 봐도 스트라익 같긴 하네요 ㅎㅎ) 아마 @티모 님도 우셨을 듯 ㅋㅋ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이후에도 어마어마한 업적을 쌓았고 현재 이승엽은 일본에 다녀온 시간을 빼도고 3루타와 도루를 제외한 전 누적 기록 1위에 올라있습니다. 그의 여정이 이제 마무리되겠군요.... 그동안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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