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을 다룬 추모관의 특성상 유해의 모습이나 기타 보기에 따라 불편한 사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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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첫 난징 방문에 갔던 추모관. 입구에 다가가자 크기만큼이나 큰 비애가 전해진다.
일본군에게 유린 당한 아내를 추스려 가며 죽어도 함께 죽자는 남편
어린 아기를 안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엄마.
생략된 묘사와 거친 터치로 긴박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죽은 엄마의 젖을 물고 빠는 아기의 모습에서는 콧끝이 시렸다.
죽은 자식의 눈을 감기는 아버지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
전시장 문턱도 못 넘었는데 건물 주변 조각과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노래로 슬픔이 가득 찼다.
드디어 한무리씩 들여 보내주던 입구를 지나 추모관 안으로 들어왔다.
전시 본관 격인 건물 앞에서 다시 줄서서 들어갔다.
들어서자 어두컴컴한 실내 천장에 커다랗게 쓰여진 30만이란 숫자가 확 들어왔다.
난징대학살 희생자 숫자다.
벽에는 학살을 증명하는 빽빽한 사료. 그 못지 않게 충격적인 전시장 내 암매장 발굴지.
1만여 시신이 암매장 된 일대를 아예 추모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학살의 기간을 버텨 살아낸 생존자들로 학살의 크기를 증명하는 역설이 느껴졌다.
30만여 희생자 관련 파일.
납골당이 연상됐다.
안식처라면 고작 한뼘쯤 되는 작디 작았지만 울림은 컸다.
이곳에선 12초 마다 불빛이 켜졌다 커지면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학살 기간 12초마다 한명꼴로 죽었단다.
당시 일본 아이들이 갖고 놀았던 보드 게임.
서양 열강에 휩쌓인 당시 중국 '시국도', 코리아 철자가 C로 시작한다.
전시장을 나와 추모관 경내를 걷가 구석 다른 건물로 옮겼다.
이 건물은 통채로 암매장 발굴 현장에 세웠다.
저 많은 유골이 실제 사람의 것이라 믿고 싶지 않았다.
암매장지 출구에 쌓인 추모 물품과 메시지.
전시장을 벗어난 경내 곳곳에서 대학살의 비극은 묘사됐다.
매장된 몸에서 빠져나온 손을 연상케 했다. 그 손을 뒤로 하고 돌아 나왔다.
2016년 다시 난징을 방문했고 추모관에 다시 들렀다. 전철역을 나오자 눈에 익은 동상이 보였다.
아뿔싸, 하필 문닫는 월요일 이었다.
죽은 자식을 안고 울부짖는 엄마, 문득 맞으편 쑥쑥 오르는 고급 아파트가 겹쳐졌다.
2017년, 세번째 추모관 방문. 여전히 단체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처음 왔을 때와 달리 입구 위치가 건물 바로 앞으로 바뀌고 소지품 검사도 이뤄졌다.
물청소를 하다 쉬는 인부들 편안한 모습에 긴장이 잠시 풀렸다.
그렇지만 금세 먹먹하게 만드는 엄마와 아이.
다시 한번 아뿔싸, 본관은 수리로 휴관. 내가 다녀간 후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해 기대를 했건만...
할수 없이 암매장지 전시관을 둘러 봤다.
변함없이 쌓여있던 추모객들의 종이학과 종이꽃.
차분하게 만드는 분위기. 슬픔이 커서 알면서도 당한다.
짧은 추모를 마치고 전시장을 빠져나와서야 우울함이 좀 가셨다.
출구로 가다 중국 관광객들이 줄줄이 들어가는 전시관을 따라 들어갔다.
추모관과 달리 신분증을 보여주고 들어왔다. '항일 기념관' 쯤 되는 곳이었다.
역시나 빽빽하게 전시한 각종 사료들. 그리고 불길이 솟는 전시대.
옥고를 치룬 하일 투사들의 사진을 감옥 안에 전시했다.
뜬끔 없어 보이는 대형 칼에 당시 쓰였던 헬멧을 작품화 했다.
수통과 반합으로 앗상블라주(assemblage)한 전시품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는 항일투쟁을 주제로 한 미술 전시를 보고 나온 기분 마저 들었다.
항일 투쟁(전시)의 끝은 현재로 이어졌다. 역사의 현재 의미는 관람자에게 맡겨뒀으면 어땠을까 싶다.
*
3년 만에 여행기 아닌 여행기를 쓰게 됐습니다.
마음이 무거워 혼자만 안고 가려고하다가도
그래도 언제는 한번 아이들과 함께 가봐야지 하던 차였습니다.
마침 80주년 이라는군요.
300,000 그리고 12.
기념관을 나오니 머리에 이 두 숫자가 선명하게 남습니다.
희생당한 사람의 숫자이고 학살이 일어난 6주간 평균 12초마다 한명씩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전시장은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동류 인간으로서) 거론하기 창피한 자료들과
실제 시신 발굴 현장으로 이뤄졌지만
감성에 호소하는 예술 작품 혹은 예술적 디스플레이가 많았다는게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효과 덕인지 순간순간 눈가가 촉촉해지고 또 일본이 중국을 향해 벌인 만행에 분노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게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른 야만임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기념관을 지은 이들의 말처럼,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겠습니다.
특정 국가와 민족만이 아닌 인류사에 이런 비극이 다시 없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난징 대학살 희생자들을 애도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들만이 월드가 아닌' 곳곳의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 하길 바랍니다. 마침 또 곧 크리스마스네요.
그렇죠. 일본에 분개하는 사람이 어디 우리나라 사람 뿐이겠습니까. 모쪼록 하루라도 빨리 일본이 전향적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비록 가보지는 않았지만, 가서 보는것처럼 사진이 생생하네요.. 나중에 난징에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꼭 가보고 싶어요..
2015년 학살 관련 서류가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그해 겨울 리노베이션을 했다는 데 사진으로 닮지 못했습니다. 아마 가신다면 조금 달라진 추모관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일본 정부에 대해 많이 아쉽고 화가 나네요. 그렇더라도 원폭으로 사망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걸 탓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복수를 통한 악순환을 만들 수는 없지만 잘못을 뉘우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데 결코 용서 할 수 없어요. 로힝야족이나 기타 난민들을 보면 이런 슬픈 일들이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퍼져요.
이 전시관을 만든 사람들이 용서를 논했던 건 상대의 반성이 없어도 용서하자는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 중국 국민들이 용서한 것도 아닌것 같고요.
저렇게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중국도 티베트에서 100만명 이상을 학살한거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있죠...
저는 올해 DC에 있는 Holocaust Museum에 다녀왔었어요. 거기서도 여기와 비슷한 감동과 울림을 느끼고 왔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곳이라면 비슷했겠네요. 저는 이제 다른(유사한 학살) 곳 못 들어가볼 것 같아요.
의미가 있는 사진 감사합니다.
우리 나라에도 저런 거 세워졌으면 좋겠네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몇명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많이 소극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다른 거 다 떠나서.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목숨을 잃는 사건들은 이야기만 들어도 그냥 눈물이 자동으로 흐릅니다.
말씀하신대로 예술적인 부분을 강조한 전시들이 저같은 감성적인 사람에겐 더 큰 울림이 오네요.
정말 한국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많이 소극적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긴 하더군요. 저도 꼭 이런 만행이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관련된 범행에 유난히 분노하게 되는 일이 많더라고요. 적어도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 때 만큼은 꿈을 간직하며 밝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어제 자기 전에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더랬죠. 일본 회사서 일하는데 막 얘기하다 동료분이 "한국엔 왕이 있나?" 라고 해서, "있었죠. 니네들이 침략하기 전까지는...." 라고 대답했네요. 이 글을 읽고 생각하고 또 아까 저런 대화를 나눴다 보니 더한 일본에 대한 빡침이 입니다. 하하. 그래서 사실에 입각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중요한거겠죠. 정말요.
답단한 상황이었네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살면서 더욱 더 두드러 지더라고요 한편으로 성인이 되어서 역사 의식을 갖는 것은 개인의 몫이란 생각도 많이 듭니다. 당장 비슷한 (제도권)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나라에서도 극명하게 갈리는 역사 의식을 가진 사람을 나뉜 것을 봐도 그렇고요. 질문한 일본 동료의 경우도, 한국와 일본이먄 특히나 서로를 뻔히 들여다 보며 사는 상황에서 그런정도의 질문을 하는 거는 개인 탓도 크지 않을까 싶네요. 모쪼록 얼굴 보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적길 바랍니다.
이런 끔찍한일들이 이 지구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캄보디아 킬링필드. 뚜어슬랭 박물관,정말 끔찍했어요..
인간이 인간한테 더 잔인하다는...
오하이오님 꽁맹이들 잘지내고 있죠?
간간이 올리시는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년말년시 잘보내시길 바랍니다
정말 없어지길 바라는게 그저 바람으로 끝나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가끔 이런 일을 떠 올릴 때면 내처지가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싶기도 하면서
사는게 미안한 마음이 들때도 생기더라고요.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vj님께서도 연말연시 건강하시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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