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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좋은 시 나눔. 2017년 윤동주 서시 문학상 해외작가 특별상

CACPA | 2018.01.23 15:23:3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제가 참석하는 모임에 계시는 시인/문학가 어르신의 글인데요. 혼자 읽기 아까워서 나눠봅니다. 같은 그룹에 속해있을뿐 제가 개인적으로 친하게 아는분은 아니지만, 너무 좋은 시인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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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서시 문학상 해외작가 특별상 수상자 문인귀

 

 

 

 

 

 

새들이 하늘로 오르는 것은

지구의 무게 중심 잡아주기 위함이다

 

새들이 땅에 내리는 것 또한

지구의 무게 중심 잡아주기 위함이다

 

철새가 무리 지어 옮아 다니는 것이나

참새 한 마리, 가당찮을 무게라 할지라도

하루 종일 앞마당에서 오르내리는 일까지

모든 새들이 하늘과 땅 오르내리는 것은

커다란 이 알 하나

 

제대로 부화하는 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느질

 

 

 

어머니는 늘 바느질을 하신다.

눈은 침침해지고

손끝 놀림도 옛날 같지 않다 그러시면서도

바늘귀를 들어 빛의 가닥을 꿰신다

어머니의 가슴이 마름질을 마치면

밝음은 한 땀 한 땀 솔기를 누벼내고

우리들의 넝마는 남루를 벗는다

우리는 다시 새것이 된다.

 

멸치는 절대로 눈을 감지 않는다

 

멸치를 다듬다가

내장內臟째 말라비틀어진 멸치를 다듬다가

딱딱하게 굳은 몸뚱어리

바다의 그 짭짤한 간기 아직 끈적이며

마지막 남은, 한 숨 버티느라

지 몸뚱이보다 몇 갑절은 더 크게 부릅뜬 눈을 본다

 

온몸의 물기 쥐어짜던 땡볕 그 갈증에도 포기하지 않고

호랑이가 열두 번 물어가도 두 눈 부릅뜨면 살 것 같아

예까지 또록또록 버텨 온

 

저 눈!

 

팔팔 끓는 물을 뒤집고 있구나.

 

 

 

 

 

우리나라 소나무

 

 

 

우리나라에는 산을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바다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마을 어귀마다 한두 그루씩

사시사철 번(番)을 서는 소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 소나무들처럼

하늘만 바라 오르지 않고

몸을 휘어 바람을 막아내며

때로는 뿌리를 들어내

헐벗은 산자락 쥐어 버티는 인내로

우리의 땅 우리의 안위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우리 겨레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와 뿌리를 내려

백로는 먼 하늘로부터 내려와 쉬게 하고

둥근 달마저 걸터앉는 가지는 힘에 겨워도

솔잎 바스락거리며 솔방울 매어 다는 일 잊지 않는다.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따라 시작하던 서툰 걸음걸이들

여기저기 남기는

 

헛되지 않은 이민사 그 흔적 위에 늘 푸른 꿈 이어지게

오늘도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들 여기에도 있다

우리나라 소나무들.

 

 

 

-<수상 작품집>에 수록할 내용 중-

 

 

 

 

 

 

 

<수상소감>

 

 

그분처럼 나는 나를 미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가엾어 하지도 못했고요, 그래서 또한 그분처럼나를 그리워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분처럼 나를 버리지 못했고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만 알게 됩니다. –윤동주의 <자화상>을 읽으면 자꾸만 이런 독백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더 줄어든 나의 몰골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윤동주’라는 그 이름의 상을 제가 받다니요! 기쁘기도 하지만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1968년 봄에 선배의 결혼식에 갔었습니다. 축하를 드리고 나서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닷새 후면 캐나다로 떠난다고 했더니 선배는 눈을 부라리며“ 기어코 가는 거냐? 넌 매국노야!” 라고 하더군요. 물론 저를 아껴서 가까이 두고 싶어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애국가가 울리면 울컥해지는 마음 때문에 제대로 따라 부르질 못하는 반편이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모국어는 그런 것 맞습니다. 해외에서 대를 이으며 50년을 살아도, 그보다 많은 100년을 150년을, 혹은 500년을 더 산다 해도 우리의 모국어는 보면 볼수록 더 좋은 어머니이시고, 봉숭아 꽃물들이던 누이들의 웃음소리이고, 서툰 두레박질에서 우물 바닥 물로 떨어지는 찰진 물소리가 다 생생한 모국어이어서, 모국어를 빼놓고는 못 사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끼리끼리 모여 모국어로 속을 쏟아냅니다. 그것이 웃음이어도 좋고 그것이 울음이어도 좋습니다. 우리는 웃음도 울음도 우리나라 말로 해야만 속 시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말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시와 사람들>이란 문패를 달고 지금은 50 여 분들이 두 주에 한 번씩 시 창작에 열을 쏟고 있습니다. 벌써 내 후년이면 20년이 되는 모임으로 어떤 분은 18년을, 15년을, 10년을 함께 하며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 동안 김남조 홍문표 문효치 정효구 정호승 김승희 시인들을 이곳까지 모셔다가 특강을받아가며 부족한 점을 메워가며 시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귀한 상을 받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일을 함께 하는 동료 시인들, <시와 사람들>이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시심의 옥토 화’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해서‘시를 알기 위해, 시를 쓰기 위해, 시를 나누기 위해’ 모여 활동하는 우리들의 시 운동은 해외 동포들의 정서적 안정을 부추겨 댈 것이며 모국의 민족의식을 전수하는 이음새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따라서 해방된 조국은 이제 해외에 정착하고 있는 코리언 디아스포라들을 위해 윤동주시인의 애국애족과 같은 사상이 더욱

필요 하게 될 것이며 그 숭고한 민족주의의 전통을 이어 수 백 만이 넘는 해외동포들의 고국 사랑을 결집시키는‘신민족주의’운동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여깁니다. 저는 이 일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윤동주서시문학상 해외작가 특별상’수상자답게 열심히 일 해 나갈 것을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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