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 자리에선 유난히 덜렁대고 산만하던 1호가 차분하게 앉아있다.
1호가 같은 시내 4~8 학년 다른 반 대표 27명과 '스펠링비' 대회를 치루는 자리였다.
절반 넘게 탈락해도 버티던 1호, 중학생들도 몇몇 제쳤지만 5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순위에 들지 못했어도 상보다 반친구들의 응원이 더 뿌듯했다는 1호.
기특해서 나도 1호를 위해 움직였다. 모형만들기 과제를 도와주기로 했다.
종이찰흙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애초 모형 재료를 사서 던져주려고 했었다.
종이를 찢어 물에 불리는 아이들이 재밌어 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이지만 놀이인줄 알고 달려든 3호까지.
끝없는 수다에 뭔소리인가 했더니 이렇게 저렇게 찢는 요령을 공유한답시고...
종이를 불리고 밀가루 풀어 풀을 쑤웠다.
신기하다는 아이들. 풀쑤어 직접 도배하시던 아버님을 본 내 어린 시절엔 신기할 게 없었다.
불린 종이에 풀을 섞어 모형을 만들기 시작한 1호.
만드는걸 도와줄 수 없지만 2호와 3호도 형 옆으로 모여들었다.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다가 완성한 1호가 모형을 온풍구 앞에 두고 자러 갔다.
다음날, 클럽 활동으로 조금 늦게 하교한 1, 2호.
둘이 걸어서 다닐 만큼 컸다. "춥다, 얼른 들어 와라!"
어제에 이어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이란다.
어설픈 자세지만 제법 진지하게 칠을 하는 1호.
종이찰흙으로 만들어 재밌었다곤 하지만 사진과 썩 닮은 것 같진 않다.
가서 봐야 제대로 만들려나? 그래, 일단 목록에 넣자. 그때 모형하고 뭐가 달랐는지 따져보자.
*
그냥 잊혀진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 기억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멀스멀 떠 오릅니다.
딱 1호 나이때 신문지를 찢어 종이찰흙을 만들고
주황바가지 엎어 탈을 만들었던 기억도 그랬네요.
흥이나 다음엔 다 같이 마스크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급' 후회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신나서 이 종이 저 종이 주어다 모으는 걸 보니
힘을 내긴 해야겠네요.
1등이네요..
좋은 아빠, 좋은 크래프트이네요^^
잘 계시죠? 오하이오님.
예, 잘 있습니다^^ 안녕하시죠?
안부 인사 감사합니다!
제 눈엔 에트나 화산처럼 보이는데요? ㅎ 엄마의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았나 봅니다~
하하. 잘 봐주셨네요. 손 재주는 셋 중 제일 쳐지는 것 같아요. 그래선지 스스로는 꽤 대견해 하네요.
저도 종종 아이들과 무언가 하자고 하고 후회하는데, 다들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ㅎㅎ
그러게요, 약속에 대한 강박이 있는 분들은 후회가 더 커질 것 같아요. 야튼 여기까지 이야기한 마당에 꼭 만들어야 겠습니다. (부담부담 X 2). ㅠㅠ.
아빠란게 그런거죠 뭐 ㅎㅎㅎ
그래도 매일 도시락 봉투에 그림을 그려주는건 아니니까 다행이겠죠? ㅎㅎㅎ
아 탈 만들어서 쓰면 너무너무 즐겁지요^^
송골매가 부릅니다 탈춤!
https://youtu.be/qBGxwgwxduE
만들어도 춤까지 출 생각은 없었는데, 이제 춤 부담까지 생기네요. 하하.
노래 관심있는 분께선 멀리가실 필요 없이 여기서 들으시라고 당겨와 봅니다.
남편 본가가 시실리 에트나 화산 아래라 한번 가 본적이 있어요 1호가 종이로 모형을 만들었다니 남편한테 사진 보여줘야 겠네요 비슷한지 물어볼께요
자기동네 이야기 나오면 아주 좋아해요
아이가 화산에 관심이 많아서 이걸 골랐는데 무척 신기하네요. 혹시라도 이곳에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 계시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좀 있었지만 사시던 분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 언듯 봐도 비슷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노란 이끼로 점수를 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오"하"이오님 "하" 씨셨군요!
아 썰렁해~~~ 도망가요 =333
혹시 모계 성을 따랐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ㅎㅎㅎ
항상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상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따뜻하게 봐주셔서 저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햐,,, 1호 대견하내요. 스펠링비에도 나가구요.
저도 애들이 어릴때 스펠링비에 내보낼려고 하루에 50개씩 외우게 했는데 어찌 실천은 못해봤내요. 대견해요
저도 대견했습니다. 큰 애가 유독 책을 좋아해서 낱말도 자연스레 빨리 알아가는 것 같아요.
와 대단하네요 스펠링비에 반대표로 나가서 중학생들도 몇 제치기도 하구요.
작품 만드는 모습도 멋지네요 끈기도 대단한 것 같구요 (저희 애는 제가 거의 다 해줘야 하는..ㅠ)
그런데,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만,
1호의 이름과 학교 이름까지 공개된 것 같은데 괜찮으신지 해서요. (지난번에 살짝 3호 이름도 어딘가에 나온 것 같은데..)
저희 애 학교에선 Internet safety다 뭐다 해서 identity가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이나 개인 정보는 절대 올리지 말라고 가르치고
학교나 클래스에서 twitter에 올리는 사진에도 이름 같은 부분은 다 가리고 올리더라구요.
무슨 일이야 있겠나 만은, 그래도 아이들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름부분은 mosaic 처리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에서 나오는 따뜻함은 그런 부분과 상관 없이 충분히 전달되니까요. ^^
예, 참가자 중 가장 어린 학년인데 비해 선전했어요. 다만 이날 시 대표로 뽑힌 최우수 학생도 4학년이었다는 것. 하하.
걱정해주신 말씀에 대해선, 이곳에 얼굴과 이름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선 크게 게의치 않습니다. 이날 우승한 학생들(초, 중 학교별)이 지역 신문에 이름과 학교 얼굴이 다 보도(공개)됐는데요. 지역 신문에 나면 인터넷 신문에도 올려지고요. 아마 염려하시는 이유라면 신문 등 취재도 거절해야 햇을텐데 그런 부모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가능한 사진으로 기록한 그대로 보여주는 걸 중시해 사진 변형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기도 하고요. 실제로 지금까지는 위해보다 드물게나마 알아보시는 분들로 부터 친절함과 따뜻함을 더 받았습니다. 어떤 범죄에 이용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누군가가 이미 범행을 작심했다면 이 정도 정보 얻는 건 그리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대충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 굳이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염려 말씀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다만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이셨길 바랍니다.
아, 예 그럼요^^ 작가님의 의도를 이해하며 존중합니다. 정성어린 답변 감사드립니다.
다만, 그동안 "1호/2호/3호"로 호칭하시던 것에 대비되기도 해서 여쭤본 것이었어요.
사실 저도 이름도 알고 보니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저희 애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도 같은 first name인데..^^
사실 저희집 "1호"도 같은 학년이랍니다.
좀 가까운 곳에 살았다면 친구하면 좋을텐데 아쉽네요 (저희 애가 배울 점이 엄청 많을 듯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아이 이름에는 좀 사연이 있습니다만 야튼 친한 친구랑 같은 이름이라니 괜히 더 반갑네요.^^
오... 종이찰흙 재밌어보입니다.
저희도 주말에 한번 해봐야겠어요.
예, 한번 해보세요. 의외로 재밌어 하더라고요.
참고로 물기를 닦는 용도의 페이퍼 타올 류 종이는 쓰지 마세요.
어떤 처리를 한 탓인지 잘 풀어지지도 않고 또 잘 마르지 않더라고요.
오하이오님 글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네요. 아직은 아이들이 어린데, 점점 크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접하게 되고, 그거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겠죠. '하지마, 안돼'라는 부정적인 말로 막을게 아니라, '같이 뭐 할까'로 아이들의 관심을 돌리고 거기에 함께 참여해서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컨텐츠의 부재를 느끼거든요;;; 오하이오님 글을 보면서 그런것들에 대한 계획, 생각들을 더 하게 되어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종이찰흙을 그렇게 만드는지 전혀 몰랐네요. 국민학교때 종이죽으로 마스크(탈?) 만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건 문방구에서 사서 했지 저렇게 직접 할 수 있는줄은 몰랐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저희도 바쁘고 힘들 때는 티비도 틀어 주고 그러긴 합니다만 힘 닿는대로 '아날로그' 식으로 놀릴려고 합니다. 어차피 변하는 세상 아이들이 다 맞춰 갈 거고, 아날로그 세대인 저와 함께 하는 동안(?)은 제가 가지고 놀고 봤던 것들을 잘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혹은 이기심?)이 들거든요. 물론 매번 마음 먹은대로 하지 못하지만 이제 우리 다섯식구 함께 살 날이, 큰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남은 햇수(이제 8년)를 따져가며 힘내고 있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리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행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네요. 가족 모두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두 오하이오님 아이들 이야기 올려주실 때마다 반성합니다.
좀더 실천에 옮기기를 다짐하고 갑니다.
제가 누구에게 질책하려고 올리는 글은 아니었는데 조금 죄송하기도 하네요.
야튼 저도 꾸준할 수 있도록 다짐하겠습니다.
종이찰흙으로 탈 만들었던 기억 나네요 ㅎㅎ
같은 기억을 갖고 계신분들이 더러 계시네요. ㅎㅎ
우왕 주황바가지 말씀하시니 기억이 확나네요. 탈바가지 만들던 기억... 언제나 추억 소환하게 해주시는 오하이오님 감사합니다!
오하이오님 포스팅을 볼 때 마다 전 정말 부족한 아빠구나 하는걸 많이 깨닫습니다. 아이들과 창의적으로 저렇게 잘 놀아주시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어요. 제가 부족해서 저희 아이들은 서로 싸우기 바쁘네요ㅠ
아빠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아이들의 엄마는 얼마나 좋을까 부럽습니다. 그러니 맘놓고 아빠에게 아이들 맡겨놓고 출장도 갈수 있는거겠죠?
그래도 처가 나가면 걱정은 하죠. 특히 잠 제때 안재운다고.... ㅎㅎ
이집은 never a dull moment 가 딱 어울리는 집이네요. 그냥 집에서 사시지 마시고 큰 스튜디오에서 살으시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평소 책을 너무 좋아하는 일호는 스펠링비 나가는게 놀랍지도 않네요. ㅎㅎ
아, 그런 말이 다 있군요. 한편으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도 없습니다. ㅎㅎ 그렇지 않아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사는 집을 옮기긴 힘들고... 어디 창고라도 하나 빌릴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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