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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퇴사했습니다. (2) -- 뒷이야기

TermLoanB | 2018.07.27 15:37:4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그냥 대충 올린 글인데 과분한 관심과 따스한 응원 감사드립니다. 

 

용기를 내서, 썰을 한 번 풀어보고자 합니다.

 

본글의 진의는 개인적인 자만심을 충족하거나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었을 뿐이며, 모두에게 불가능은 없으며, 용기를 북돋와 드리는 역할을 하고자 할 뿐입니다. 

 

 

저는 약간 특이하게 미국에 14살의 나이로 혼자 유학을 온 케이스입니다. 

 

사실 중3 졸업하고 나서 내로라 하는 국내의 명문고 진학을 앞두고 있을때, 본인이 게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부모님께 조심스레 커밍아웃을 해버렸습니다.

 

어려운 대화 끝에, 한국은 저에게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길에 올랐는데요

 

어린 나이에 건방지게도 (?) 가치관과 삶의 철학을 중요시 하던 저에게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가 경제적 성취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린게 그 이유였습니다. 

 

또한, 14살의 동성애자 아이에게는 한국에서 살아가다는 자체가 너무 버겁기도 했구요. 


 

그래서 F1으로 혼자 미국땅을 내디뎠습니다. 일단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왔죠. 

 

그런데 아, 참 골때리더라구요.

 

애초에 영어를 아예 못한 케이스라 매 교과서 페이지마다 30개 넘게 있는 단어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종이 사전에서 찾아보다가 지쳐 눈물짓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강남에서 부유하게 SAT 학원 다니면서 착실하게 영어 준비하고 유창하게 미국인들과 대화하는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렇게 홀로 버티기를 4년.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죽어라 매달린 끝에 어찌저찌해서 스탠퍼드라는 대학교에 학부생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이 아주 좋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타 아이비리그 모조리 리젝 먹고 운 좋게 걸린 경우거든요.

 

그래서 스탠퍼드 발표날때도 이미 포기한 마음가짐이어서 낮잠자고 있는데 이메일 보고 난리를 부렸다는.... 이 썰은 다음에 풀게 세이브 해 놓고... 

 

 

대학교에 가서도 자아성찰에 대한 고통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나는 분명 한국인인데, 게이라는 아이덴티티 앞에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정말 황당하고 무식하게 미국에 망명신청을 했고,

 

한국에서 최초로 게이로 미국에 망명을 해서, 미국 시민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감사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스토리는 맥킨지 본사에서 커버를 해 주셔서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ckinsey.com/careers/meet-our-people/careers-blog/han-l


 

이번 퇴사는 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데 의의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조숙했지만, 제가 나선 땅에서 살아남아야 했기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항상 부족했고, 베푸는 삶을 살고자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찾기 힘들었던 가치관과 삶의 의의를 찾아 더욱 정진할 수 있기를... 

 

 

다들 아메리칸 드림이 죽었다 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인생은 80% 운, 20% 노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불가능은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 합쳐도 연봉 5천 못 넘는 중산층에서도

 

무식하게 아주 준비 없이 타국에 와 멘땅에 해딩해서 이런 케이스가 가능하다는 스토리,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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