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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이민자에게 문화란?

무지렁이 | 2018.12.31 02:05:3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마일 모으는 건 뒷전인 불량회원의 잡담입니다. 

 

아이가 없을 때나 어릴 때는 몰랐었는데,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나와 우리 가족의 문화적 배경과 근거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추수감사절이나 연말 연휴를 지낼 때마다 아이에게 뭔가 문화적 경험을 시켜줘야한다는 의무감이 듭니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에는 터키를 구웠습니다. 퍽퍽해서 좋아하지도 않지만요. 크리스마스에도 예년처럼 조그만 트리 하나와 산타 선물로 퉁치려고 하다가 전날 무엇에 홀린 것처럼 커다란 스파이럴햄을 사서 구웠습니다. 이게 다 아이의 기억에 뭔가를 남겨주려고 제 나름대로 발버둥을 치는 것인데, 제 계산처럼 기억에 남을지 알 길은 없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인커뮤니티는 정서에 맞지 않아서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는 않고요. 이민 1세대의 고충이 이런걸까요?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가, 얼마 전에 본 TED 동영상(https://youtu.be/Hp5SNpCtiWk)이 떠오릅니다.

강연 전체의 주제에서는 벗어나지만, 강연 초반에 중국계 미국인인 강연자가 자기 자신의 어린시절 자신의 중국음식 도시락을 버린 일, 자신의 중국이름을 안 쓰고 영어이름을 쓰는 것을, 즉,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희석시킨 본인의 행동에 대해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로 언급한 것이 떠오릅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매우 미국적인 영어이름을 쓰고, 학교 가서 냄새 안 풍기도록 미리 사전검열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자문하게 됩니다.

 

문화란 한 사회 혹은 커뮤니티의 공통된 생활양식이라고 하는데, 나와 우리 가족은 과연 어떤 사회/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일까요? 한국인 이민자 사회일까요? 킴스컨비니언스에 나오는 전형적인 한국인 이​​​​​​민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고등교육 받은 유학생 출신 이민자 사회/커뮤니티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제가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는 모임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어떤 생활양식을 공유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굳이 콕 찝어보자면 구글/페이스북 문화권? 마모생활권?) 그렇다면 아이 학교 학부모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일까요? 전혀 아닌 것 같지만, 저는 내심 그러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것 같네요. 제가 근본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제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그 목적이란게 있다면, 제 아이들이 자신의 문화적 배경 때문에 열등감을 갖는 일이 안 생기도록 키우는 것 뿐입니다.. 위 TED 강연에서 언급된 것처럼, 만약에 제 아이가 열등감을 가진다면, 그것은 우리 주변, 학교가 inclusive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니 그럴 필요없다고 아이를 다독거리겠지만, 그런 열등감 자체가 애초에 안 생기면 좋으니까요. 뭐, 이미 제 안에 열등감이 자리잡아서 더 걱정이 되는건지도 모르지요

 

횡설수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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