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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목성, 그리고 NASA의 Juno 미션

awkmaster | 2019.03.08 14:07:3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이 글의 분류를 (Juno의) 여행기로 하려다가 그냥 잡담으로 합니다.

 

태양계 행성들에 관해서는 어릴적부터 늘 관심이 있었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본 초승달 모양의 금성, 토성의 고리, 목성의 쭉 늘어선 위성들은 감동 그 자체였죠. 하지만 역시나 가장 저의 관심을 끌었던 건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이었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목성을 탐사 중인 Juno에 대해 언젠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정리 중입니다. 혹시나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그 중 몇 가지 내용만 간추려서  제가 애용하는 마모 게시판에 뜬금없이 남겨봅니다.

 

  • 목성이 단순히 가장 큰 행성이라고 하면 감이 잘 안올 수도 있는데, 아래 행성들의 크기를 비교한 그림을 보겠습니다. 목성은 지구 1300여개를 담을 수 있을만한 크기이고, 목성의 대적점 (큰 붉은점) 안에 지구 하나가 온전히 쏙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입니다. 
    PlanetSizeComparison.jpg
     
  • 목성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이 꽤 많다고 합니다. 북반구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약 -1.5등급인데, 목성이 그보다 좀더 밝은 -2등급 정도 되니 밝은 도시에서도 눈에 잘 띄는 편입니다. Google Sky Map 같은 앱을 다운 받으셔서 목성 찾기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참고로 목성 이외에 눈으로 보이는 행성은 수성, 금성, 화성, 토성입니다.
     

  • 1610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Galileo Galilei)가 망원경을 통해 목성과 4개 위성들을 눈으로 직접 관측한 이후 인류의 목성에 대한 동경은 현대에 와서 자연스럽게 탐사선 발사로 이어집니다. 1970년대에 파이오니어 10, 11호, 보이저 1, 2호가 목성을 지나가며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목성의 모습을 담아 보냈습니다 (아래 사진). 이들 4개의 탐사선은 목성을 탐사하는게 주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동안 잠시 지나쳤을 뿐입니다.
    Jupiter_Voyager1.jpg
    [ 1979년 2월 27일에 보이저1호가 촬영한 목성의 모습 ]

     

  • 1989년 10월에 NASA는 인류 최초의 목성탐사선 Galileo (갈릴레오: 너무나 당연한 이름이죠?)를 쏘아 올립니다. 6년여의 긴 여정 끝에 1995년 목성 궤도로 진입하고 8년간 목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며 목성과 그 위성들에 대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지구로 전송합니다. 그리고 2003년 9월에 수명을 다한 Galileo를 목성의 내부로 추락시켜 미션을 마감합니다.
     
  • 그로부터 8년 후, 2011년 8월 플로리다의 Cape Canaveral 발사장에서 NASA는 두번째 목성탐사선 Juno를 실은 Atlas V551 로켓을 발사합니다 (사진). Juno 탐사선은 로켓 상단 끝의 아주 작은 부분에 들어가 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추진체인데, 이걸 보면 우주밖으로 나가는게 쉽진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같은데서는 그냥 우주선하나 타고 행성을 맘대로 들락거리는데 말이죠... Juno 미션에 들이고 있는 총 비용이 약 $1.13 billion, 한화로 환산하면 약 1조3천억원 정도 됩니다. 대한민국 정부 1년 예산이 약 470조인 걸 감안하면 우주탐사선을 보내는게 그렇게 비싸지는 않죠?(라고 생각하는 건 저뿐일까요? ^^;)
    Juno_Launch.jpg
    [ Juno 탐사선을 실은 Atlas V551 로켓의 발사모습 ]

    Juno_over_Jupiter.jpg
    [ 실제 모습을 토대로 만든 Juno 탐사선의 상상도. 요런 사진 보시면 상상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사진을 찍어줄 다른 우주선이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 ]

     

  • 발사 5년 후 2016년 7월 5일 Juno는 목성 궤도로 진입합니다. 그리고 몇개월 후부터 목성의 경이로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지구로 전송하기 시작합니다. 아래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모두 JunoCam이라는 장비를 통해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JunoCam은 이전의 미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화질 사진을 전송해 주고 있습니다 (위의 보이저1호가 찍은 사진과 아래 사진들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와서 몇가지 사진을 추려 봅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으시면 NASA의 Juno Image Gallery로 가면 됩니다.
    pia22421.jpg
    pia22692.jpg

    image_5797e-Jupiter.jpg
    20170607_JupitersouthpolefromJuno.jpg
    [ 목성의 남극 ]
     

     

  • 나만 재밌는 사실1: 태양에서 목성까지의 거리는 약 5 AU (Astronomical Unit), 여기서 AU는 태양-지구의 평균거리입니다. 즉, 목성은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5배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죠. 그렇게 때문에 목성 거리에서 받는 태양빛은 지구에서보다 단위면적당 5의 제곱, 즉 25배나 줄어듭니다. Galileo 탐사선을 개발할 당시(1980년대)에는 태양전지의 효율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라는 원자력발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썼습니다. RTG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될때 나오는 열을 전기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방식인데, 탐사선에 플로토늄238을 잔뜩 싣고 간다니 좀 불안하긴 하죠? 사실 Juno이전의 모든 우주탐사선들은 RTG를 에너지원으로 썼습니다만, 냉전시대의 산물인 플로토늄238의 수급이 제한되면서 더이상 RTG를 개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금 NASA가 보유한 Pu238로 RTG를 딱 3개 더 만들 수 있답니다). 다행히 태양전지의 성능이 전보다 훨씬 좋아져서 Juno는 태양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쓰게 됩니다. 다만, 목성에서의 태양빛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길이9미터, 폭3미터나 되는 태양전지판(아래 그림)을 3개나 달아야 탐사선의 장비들을 운용할 수 있을 정도에요.
    Juno_SolarPanel.jpg
    [ Juno 탐사선의 태양전지판 ]

     

  • 나만 재밌는 사실2: 마적단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죠: 지구에서 목성으로 가는 편도 마일리지는? Juno는 5년에 걸쳐 총 1.74 billion miles 를 비행 항해했습니다. 이정도면 뭐 싸인업 보너스 없이도 몇 대를 걸쳐 마일리지 티켓을 끊을 수 있겠네요. 항해 거리를 위에서 말씀드린 AU단위로 하면 18.7 AU 정도인데요, 태양-목성까지 거리가 약 5 AU밖에 안되는데 왜 18.7 AU나 갔을까요? 이건 원래 탐사선을 보낼때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지구를 포함한 다른 행성들 주변을 스쳐 지나가게 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걸 fly-by gravity assist라고 합니다.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동시에 탐사선을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면서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죠. 태양계의 모든 물체는 태양의 강한 중력이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직접 목적지 행성으로 가려면 엄청난 초기속도가 필요합니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데도 저위의 로켓만한 크기의 추진체가 필요한데, 직행코스로 가려면 비현실적으로 강한 추력이 필요하겠죠? Juno의 경우 아래 그림과 같이 발사 후 화성 바깥까지 갔다가 지구로 되돌아 와서 속도를 높인 후 목성으로 향했습니다.
    Juno_Trajectory.jpg

     

  • 나만 재밌는 사실 3: Juno가 목성을 공전하는 궤도가 좀 특이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아주 가까이 접근했다가 멀리 갔다가를 반복하는 궤도인데, 주된 이유는 탐사선을 강한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목성은 센 자기장을 갖고 있는데 이것 자체도 큰 문제고 (탐사선의 기기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자기장때문에 지구의 밴엘런대와 같이 에너지가 강한 위험한 입자들이 목성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색으로 표시된 부분). 이 자기장 벨트를 피하면서 최대한 목성에 근접하게 하기 위해 궤도를 특이한 모양으로 잡았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번 강한 자기장을 지나가면서 탐사선의 수명은 줄어듭니다.
    Juno_around_Jupiter.jpg

     

  • 나만 재밌는 사실 4: NASA는 당초 Juno미션을 2018년 2월에 끝낼 계획이었습니다만 (이런 탐사 미션의 계획을 잡을 때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좀 짧게 잡습니다), 미션을 3년 더 연장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더 연장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2021년 7월까지 Juno가 보내오는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겠네요. 새 계획에 의하면 NASA는 2021년 7월 30일 Juno를 목성의 대기 속으로 추락시킬 예정이랍니다. 행성을 탐사선들은 수명이 다하면 이렇게 추락시켜서 파괴합니다. 이건 NASA 스스로 만든 "Planetary Protection Guidelines"를 따르려는 목적인데요, 탐사선에 "혹시나" 묻어 있을지도 모르는 지구의 미생물이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 "혹시나" 존재할지도 모르는 생명체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아야 된다는 숭고한 사명(?)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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