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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2019 후기 (5,6월)

kaidou | 2019.08.19 15:58:2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순례자의 길을 다녀와서 지금까지 글을 안 썼는데 더 늦기전에 써야할 것 같아서 이번에 간단한 후기를 올립니다.

 

반니님의 글도 있고 여러 후기들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올린 글에 대강의 준비 내용들이 써있으니 이번에는 후기 위주로 올려보겠습니다.

 

 

저희는 5/18에 마드리드 In & 7/3 Out 으로 계획을 했습니다. 뭐가 뭔지 잘 몰라서 대충 큰 도시로 찍고 했는데.. 다음에 하실 분들이 계신다면 Out은 산티아고/포르투/리스본으로 하시면 훨씬 쉽게 귀국이 가능하십니다 (것도 모르고 해서 전 억지로 마드리드까지 다시 갔습니다. 생각보다 스페인 대륙이 크더라구요).

 

저번 글에 제가 준비한 물품들을 나열했는데.. 나름 심플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다녀보니 안 쓰는 물건/안 가져와서 아쉬운 물건들이 몇개 있었습니다.

 

간이배개의 경우는 생각보다 너무 불편해서 한번 쓰고 그 뒤로 가방에서 나온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미국 돌아와서 리턴했구요 ㅋ.

간이정수기는 제 구실을 했습니다. 저는 아마존서 평가좋고 사용하기 편한 놈 위주로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잘 사용했습니다. 비록 스페인 수돗물/탭워터/아구아그리포 가 깨끗한 편이긴 하지만 배앓이를 하는 분들도 있고 해서 좀 번거롭지만 정수를 해서 마셨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배탈난 적은 없었습니다.

침낭은 봄,여름에도 필요하더라구요. 얇은 침낭 하나정도 있으면 끝까지 제 구실을 합니다. 라이너 + 침낭이면 왠만하면 추위를 타지는 않을겁니다. 더운 곳에서는 라이너만 덮고 자도 되구요.

 

 

후기를 대략 써보자면... 인생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만남, 음식, 문화 등등을 이번 순례길에서 해봤습니다.

너무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던지라 다 나열하지는 못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좋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은퇴한 분들부터 젊은 (30-40대) 청년들, 그리고 드물긴 했지만 아이랑 같이 다닌 분들 등등.. 한국 사람들이 매우 많았구요, 몇몇 알베르게 (특히 스페인 하숙)는 한국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온 분들은 신기하게도 방학을 맞이하여 온 교수들이 많았구요, 그 외에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을 걸어가고 숙박하며 만났습니다. 초반에 같이 시작하거나 자주 봤던 사람들을 마지막날 봤을때의 감동은 설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가끔 진상들을 만나기도 했는데요, 숙소에서 고기랑 술 구워먹은 한국 사람들도 있었고, 요청하지도 않은 오지랖 때문에 짜증나는 일이 몇번 있기도 했습니다. 

 

순례자의 길은 대략 500mi/800km의 대장정인데, 반니님의 글에도 나와있지만 하는 동안은 사실 욕도 나오고 여러가지 우여곡절도 겪고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불편함은 역시나 숙박인데, 알베르게같은 저렴이 숙소들은 가격대는 매우 저렴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거의 잠을 자는게 불가능한 곳들이기도 합니다. 베드버그도역시나 출몰을 했는데요, 제가 매우 심각하게 베드버그를 염두해서 짐들을 방역하고 싼지라, 딱 한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라이너 바깥에서 해매는 녀석을 발견, 바로 죽였구요 ㅋ). 알베르게 리뷰를 자세히 읽어봤고, 해외 포럼에서 나온 알베르게 리스트들을 자세히 연구해서 나름 깨끗하고 시설 잘 되있는 곳들 위주로 갔습니다.

 

순례길을 다니면서 도움이 되었던 건 역시나 전화기 앱 + 티모빌 로밍 + 카톡 순례자 방이었습니다. 월별로 순례자 방이 오픈방으로 존재하는데 제 경우는 5월,6월방에 들어가서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벌써 2020년 방까지도 오픈이 되었으니 만약 관심 있으신 분들은 그중 한두개 들어가시면 많은 도움을 받으실수 있을겁니다.

 

 

저희의 경우는 하루 평균 20-25km를 걸었습니다 (12-15마일). 몇몇 이상한 한국 사람들은 걷는 거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대한 많이 걸은 다음에 자랑하고는 했는데, 누구나 자기만의 리듬/패턴이 있었던 지라 저희는 이정도로 걸었습니다. 많이 걷는 사람들은 하루에 30-40킬로까지 걷기도 하는데 왠만하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연습했을때랑 많이 달랐던게, 카미노는 오르막이랑 내리막길이 매우 많았고, 중간에 비가 오기도 하는 등등 변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연습에서 가장 많이 걸었던 거리는 8 마일(대략 13-14킬로) 였는데, 이렇게라도 연습을 했던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패턴은 보통 이랬습니다.

 

아침 6시 기상, 7시 전에는 체크아웃.

조식은 1시간 정도 걷다가 나온 바에서 먹기.

점심은 2-3시간 정도 걷다가 나온 바/식당에서 먹기.

오후 1-3시 사이에는 다음 알베르게 체크인. 

샤워 + (대부분 손)빨래 + 휴식.

저녁 7시에 저녁

10시쯤 취침.

 

놀랍게도 이게 매일매일 반복이 되니깐 몸이 익숙해지더군요. 알베르게 도착해서 샤워까지 하고 나면 낮잠을 잘 때가 많았습니다. 20킬로를 걷는게 아무리 익숙하다 하더라도 많이 피곤했거든요.

 

중간에 큰 도시들이 몇개 있었는데 (팜플로나, 로그로뇨, 부르고스, 레온, 폰페라다) 마적단에 걸맞게 여기는 메리엇 카테고리 1 호텔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이용했구요, 저 중 특히 부르고스의 경우는 하루 숙박료가 200유로가 넘는 곳인데 카테고리는 1 ㅋㅋㅋ 매우 꿀이었습니다.

 

 

루트는 생장-팜플로나-로그로뇨-부르고스-레온-폰페라다-사리아-산티아고 가 있는데, 반니님께서도 그룹을 나누시긴 했지만 제 경우에도 대략 3 구간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생장 - 부르고스 까지가 첫번째 구간인데, 여기는 카미노에 익숙해지는 구간이었습니다. 여러 타입의 길이 나왔는데 중간에 와인으로 매우 유명한 라리오하 지방이 이 구간에 있었습니다. 포도밭을 매우 많이 지나갔는데, 저희가 와인을 조금만 더 알았어도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을 것 같습니다.

 

부르고스 - 아스토르가 (레온이랑 폰페라다 사이)가 저에겐 두번째 구간이었는데요, 여기가 유명한 메세타 고원지대입니다. 평지가 대부분이고, 더운 기간에는 매우 덥고 추울때는 많이 추운 곳입니다. 길이 매우 심심하고 재미 없지만 반대로 자신을 돌아보며 갈수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전 메세타 구간이 참 좋았습니다. 이 구간에 한국인 알베르게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매우 어설프긴 하지만 비빔밥이 저녁으로 나옵니다 (현실판 스페인 하숙입니다 ㅋ)

 

아스토르가 - 사리아 가 세번째 구간 part 1 이구요, 여기서부터는 산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난이도가 꽤 상승합니다. 첫번째 두번째 구간을 다니면서 단련이 된지라 그나마 쉽게 돌파가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피곤한 구간입니다. 참고로 스페인 하숙 동네 (비야프랑카델비에르노)가 이 구간에 있습니다. 

 

사리아 - 산티아고 가 Part 2인데, 난이도는 적당하지만 어마어마하게 많은 관광객들이 시작하는 구간인지라 더이상 조용한 순례길로 이어지지가 않습니다. 많은 순례자들은 이 구간을 제일 싫어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하거나 연습부족으로 순례길을 걷다가 다쳤고, 심한 분들은 결국 순례를 중간에 끝내고 귀국하는 분들도 몇몇 봤습니다. 다행히도 저희는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매일매일이 힘들긴 했지만 적당한 휴식 + 스트레칭 + 영양 섭취 등을 해서 무사히 넘겼습니다.

이 많은 고난을 다 이겨내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가면 지금까지의 고통이 다 사라지더군요. 이건 말로 설명할수가 없습니다 ㅎㅎ; 

귀국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카미노 블루 현상을 가지게 되고 결국 다시 순례길을 또 찾게 되는 기현상(?)을 겪게 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희는 한번만 하고 안해도 될거 같습니다.

 

 

 

몇몇 팁을 써보자면..

 

1. 순례시기

5,6월이랑 9,10월이 가장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5,6월에 하시면 알베르게도 많이 열고 순례객들의 수도 너무 많지 않아서 딱 좋습니다. 9,10월은 날씨가 좋아지긴 하는데 문을 닫는 알베르게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해서 약간 힘들수 있습니다.

반대로 겨울 순례는 왠만하면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피레네 구간은 아예 문을 열지도 않거니와 메세타 지역에서 눈 비 바람 등 모든 역경을 맛보게 됩니다. 날씨가 추우니 당연히 짐도 훨씬 늘어나구요. 만약 진정한 고난순례를 하고 싶으시면 이 시기에 하셔도 되긴 됩니다.

 

2. 출발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순례길을 위해서 30-40일의 시간을 비울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일부 구간만 하는데요, 제가 본 몇몇 출발지랑 예상 소요시간을 정리해보자면

 

생장 (35-45일)

카미노 프랑스길을 대표하는 동네이고, 처음부터 하고 싶으시면 여기서 하셔야 합니다.

 

팜플로나 (30-40일)

피레네가 날씨가 너무 안 좋고 할때는 이 곳에서 시작을 해도 됩니다.

 

부르고스 (20일)

메세타를 지나가고 싶고, 적당한 기간을 하고 싶으시면 부르고스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레온 (12-15일)

의외로 많은 분들이 시작하는 구간입니다. 2주 정도면 완료할 수 있구요, 메세타를 지나고 다시 다이나믹한 구간들이 나오게 됩니다 (철십자가 & 오세브레이로 구간)

 

사리아 (5-7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그리고 순례증서를 받을수 있는 최단 구간입니다. 휴가가 많지는 않지만 카미노를 경험해보고픈 매우 많은 분들이 이 구간부터 시작합니다.

 

 

3. 관광

순례길을 다니는 동안은 말이 관광이지 사실 파스 붙이고 쉬고 하느라 제대로 된 관광을 하기 힘듭니다. 산티아고까지 가신 다음에 관광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지역입니다.

 

포르투 & 리스본

매우 많은 한국분들이 이 구간을 관광갑니다. 물가가 싸기도 하고, 스페인이랑은 또 다른 문화를 체험하기에 최고의 장소입니다. 저희들의 경우는 IHG 숙박권을 포르투 인터컨에서 2박 사용했습니다. 만족스럽더군요.

 

라코루냐 & 빌바오 & 산세바스챤

산세바스챤은 팜플로나에서, 빌바오는 부르고스에서, 라코루냐는 산티아고 에서 멀지 않습니다. 특히 산세바스챤은 미식가들의 성지중 한곳입니다.

 

피스테라 & 묵시아

세상의 끝이라는 별명을 지닌 곳이고, 순례길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티아고에서 걸어서 5일정도면 이 두 구간을 다 갈수 있고, 버스관광의 경우는 하루면 모든게 소화가가능합니다. 기나긴 순례길을 마무리 짓는데는 이 둘이 최고입니다 (특히 묵시아는 조용한 곳이라서 1,2박도 추천을 드립니다).

 

 

4. 예산

 

단순히 순례길 예산만 봤을때는 Lean 이랑 Fat 버짓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Lean: 모든 공립알베르게 + 기부제 성당에서 숙박하며, 음식도 대부분 그런 곳에서 해결. 순례길 예산은 하루 10-20유로면 충분합니다.

다만, 베드버그에 물릴 확률도 높고, 숙소의 질이 좀 떨어지며 (특히 나헤라 공립같은 경우는 난민촌 수준입니다 ㅋ), 인기 공립알베르게는 오픈 전에 가서 미리 짐을 놔둬야 겨우 체크인이 가능합니다. 취사시설이 있는 곳이 자주 있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셔서 해결하시면 예산 절약이 가능합니다.

 

Fat: 사립 알베르게나 1,2인실 방에서 자주 숙박하고, 식사는 언제나 Menu del dia (오늘의 메뉴) 아니면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기. 이럴 경우는 예산이 1인당 30-50유로로 늘어납니다. 그렇지만 깨끗한 시설 (+개인방)에서 숙박하게 되고, 체크인을 늦게 해도 상관없으며, 여러종류의 스페인 맛집을 다닐수 있어서 순례겸 관광을 다닐수 있습니다.

 

 

 

45일동안 저희는 순례길을 다녔는데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사진은 지난 글에 많이 올려서 일단 이 글에는 안 올리도록 하고, 필요하다 싶으면 댓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순례길을 가실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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