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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온 후 저의 마음 - 왜 한국을 떠났는가

LIFEIS | 2019.09.01 12:11:1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사람은 자신이 경험해 온 틀 안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bias 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열린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한들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한정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저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Millennial generation에 속하며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절반의 삶을 보내왔고 지금은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유년기, 소년기는 미국에서 청년기는 한국 그리고 다시 미국에 돌아와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대학을 나왔고 직장생활도 했으나 경제 성장이 정체된 국가에서 제가 바라는 미래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아내와 준비해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졸업하던 시기의 한국은 이미 연간 출산율 1.15-1.2를 간신히 유지하며 연 신생아 40-50만이라는 이미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지속되면 지금의 중장년층은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겠지만 지금의 청년들 그리고 미래 세대들은 국민건강보험 그리고 국민연금은 중장년층을 위해 떠받히고 정작 자신은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의 한국은 연간 출산율 0.977명이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연 신생아는 올해 처음으로 30만 미만이 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측이 있었습니다. K-culture가 전 세계로 퍼지며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이 급격하게 올라갔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위기가 크게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 어떠한 정부도 이렇게 빠르게 인구감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않았습니다. 혹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겠지요.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최악의 기금고갈 시나리오 보다 더 빠르게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버지께서 고1 때 돌아가시는 관계로 생업 전선에서 3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저는 남들보다 학업도 늦었고 집안이 다시 안정되었을 때 전력을 다해 노력했고 조금은 늦었지만 한국에서 SKY라 불리는 대학의 탑 학과에서 인턴, 학점, 네트워크 등등을 갈고닦았습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에는 일이 없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제가 하향세를 걷고 있으니 기업에서는 채용을 급격하게 줄이고 취업 경쟁자들 중에는 하버드 졸업생들도 있었습니다. 뭐 지금은 제가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와는 달리 대기업들에서 공채도 거의 없애고 아예 취업의 문호를 닫아버리는 시기가 한국에 왔다고 하니 오히려 후배들은 저를 보면서 저 선배는 그래도 꿀 빨던 시기였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제가 준비할 때는 공채가 대기업마다 있었거든요.

 

어찌어찌 한국의 대기업에 들어간 저는 또 다른 현실에 마주해야 했습니다. 연봉은 대기업 표준 4,200만 원 (USD $35,000) 그리고 회사 방침상으로는 9-5 하지만 현실은 6:30~7.. 8.. 9???? 그리고 한국은 대부분 포괄 수당이라고 해서 OT 같은 것도 없이 딱 고정된 금액 그리고 야근 시 차비 정도만 주더군요. 그나마 차비도 없는 대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극악의 근로시간 정말 세상의 꼰대는 다 모아놓은 것 같은 팀 분위기 밤에도 주말에도 날아오는 업무지시 그리고 술에 정신 나가있는 것 같은 문화 정말 환장의 콜라보가 따로 없더군요. 왜 회사에서 회사를 그만두기 쉽지 않은 사람 즉 남자+회사 대출+결혼+출산을 장려하는지 알겠더군요. 저 정도의 콤보라면 절대로 회사를 나가겠다는 소리를 못하는 충실한 혹은 충실하지는 못하더라도 노예를 획득하는데 성공한 것이니까요.

 

결국 저는 한국경제의 침체 그리고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 직군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는 결국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려고 할 때 많은 주위 사람들이 왜 대기업을 그만두고 불확실한 미래로 2등 시민으로 살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 떠나려고 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들어가려고 노력하지만 그 문턱에서 좌절하고 한국에서 초봉 $35,000을 받는 new hire는 정말 극 소수니까요. 하지만 저는 제가 평생 죽어라 회사에 몸을 바쳐도 서울은커녕 죽전에도 집 하나 사지 못하고 죽어라 한국의 후생 시스템을 떠받쳐도 나중에 정작 제가 장노년층이 되었을 때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혹은 미국에서 피부가 노란 2등 시민으로서 한국에서 받던 돈보다 덜 받으면서 고되게 일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름있는 기업에서 한국에서 받던 연봉의 2-3배를(자세한 수치를 제외하려고 크게 잡았습니다) 받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한국 SKY 출신이지만 한국에 있었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절대로 쉽지 않았겠지만 지금 저와 같이 미국에 와서 자리 잡고 심지어는 저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삶은 여유롭고 극악의 업무 조건과 상사들의 폭언에서 자유롭습니다. 한국에서 회사생활해 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사람의 마음을 파괴하는 폭언이 얼마나 쉽게 그리고 자주 일어나는지.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미친놈이 없는 곳은 없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경험한 미친놈들보다는 애교 수준입니다. 굉장히 progressive 한 지역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grocery 같은 곳에서 정장 입은 멀끔한 white trash가 "go back to your own country!"라고 길 막고 괴롭힌 적도 있지만 주위에 지나가던 낯선 사림이 오히려 고성 지르며 도와주기도 하고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습니다.

 

중장년층의 한국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와 힘들게 생활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이 정말 빠르게 변한 한국에 가셔서 친구가 혹은 친척들이 10-20억 하는 집에 사는 것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점에도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번지르르 한 한국의 모습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연봉 $20,000를 받으며 비싼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꿈도 꾸질 못합니다. 

 

잘 사는 사람을 보며 자극을 받고 내가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는가 어떻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가 라는 것을 궁리하는 것은 좋은 자세겠지만 남이 잘나간다고 박탈감을 느끼고 허탈해 하는 것은 비참해 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년층의 미국에서 생활하다 한국 가보니 박탈감을 느끼더라 미국이라는 후진국에서 한국에 가보니 선진문물이 따로 없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감히 millennial의 입장에서 경험한 한국 그리고 그곳을 떠나 미국으로 오게 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한국의 젊은 층은 저출산으로 매우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남아있는 청년들도 그 희망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떠한 시기의 한국에 존재했던 청년층보다 똑똑하고 능력있고 머리터지게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일이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니 결혼을 사람들이 안하고 불과 5-6년 만에 출생아 수가 40만 후반에서 이제는 30만 미만이 되는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저의 좁은 시선으로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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