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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doomoo | 2021.02.02 22:51:5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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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민망합니다.

경험했던 인터뷰에 대한 내용을 따로 짧게 올렸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국한된 내용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milemoa.com/bbs/board/8286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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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만으로 53살이 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난 수년간 공들였던 회사 옮기기에 성공했습니다.

오늘 리크루터로부터 오퍼 주겠다는 컨펌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동안에 몇 번 거의 끝까지 갔다가 나가리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 100프로 안심은 안됩니다만, 그래도 이 기쁨을 누구한테라도 알리고 싶네요. 능력이 좋은 분들에게는 몸값 불리면서 회사 옮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아주 힘들고 긴 여정이었습니다. 시간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말이죠. 또 어떤 분들은 이게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엔지니어로서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였습니다.

그 동안 해왔던 것들을 두서없이 써보겠습니다.

 

1. 그 동안 인터뷰 횟수가 100번은 쉽게 넘을 겁니다, 물론 회사도 셀 수 없구요 같은 회사도 여러 번 지원했습니다.

이번에 오퍼받은 회사 한 군데만 해도 폰 인터뷰 포함하면 30번도 넘구요, 온싸이트만 해도 전부 몇번인지 기억은 합니다만 부끄러워서 말씀 못드리겠네요.

100여번 안에는 미국에서 엔지니어로서 갈 수있는 거의 모든 회사가 들어있구요, 초반에는 인터뷰 후에 "Unfortunately"로 시작하는 리크루터의 답장을 받을 때마다 데미지가 컸지만 그것도 날이 갈수록 내성이 생기더군요. 온싸이트 최종까지 다 가고나서 갑자기 req이 없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2. 일단 제가 현재 다니는 회사도 탑클라스는 아니지만 네임드 회사입니다. 리크루터나 하이어링 매니저들로부터 컨택이 오는데 그 부분이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그럼 지금 그냥 그 회사 다니지 뭐하러 그 고생하면서 옮기려고 하느냐... 라고 하실수 있는데요, 그 이유 중의 한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현 회사를 오기전 다니던 회사가 하던 비즈니스를 접느라 그룹을 아예 날려서 그 소속 엔지니어들이 모두 정리됐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도 네트웍이 잘되어있는 친구들은 쉽게 비슷한 대우로 이직을 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저로서는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레이오프가 되면 정말 상황에 따라 커리어가 리셋이 되더군요. 8개월여의 구직활동 끝에 현 회사에 컨트랙터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 생활 일년정도 후에 회사내의 풀타임 오프닝에 지원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컨트랙터로 일하던 사람을 풀타임으로 바꿔주는데 얼마나 compensation을 해줬겠습니까? 이게 돈도 돈이지만, 결국 회사내의 비슷한 직급 레벨이 20살 이상 차이나는 친구들인데, 어떤 친구들은 같은 직급이 요청을 하면 들은 척도 안합니다. 꼭 매니저를 끌고 들어와야 움직이죠.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짜증도 나구요 뭔가 저의 상황을 좀 되돌려 놓고 싶었습니다. 실직 후에 다급해서 들어오게 된 회사가 아니라 당당하게 내가 골라서 찾아보자... 라는 마음인거죠. 새 회사가 그 아쉬움을 해결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거기만의 문제들이 또 있겠죠. 그건 또 가서 경험해봐야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4. 인터뷰 준비하느라 손대지 않았던 부분이 없습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레주메에 사소하게 적어놓은 한줄 때문에 연락하는 경우도 있어서 일단 레주메에 써놓은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숙지를 해야 했구요. 제가 업무에 쓰는 메인 언어는 C/C++ 이지만 python, java도 공부해야 했구요. 인터뷰할 각각 회사가 특별히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다양하게 준비해야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당연히 거쳐야할 코딩도 리트코드에 subscribe 해서 매일 몇 시간씩 했구요. (easy-medium-high 합해서 400 문제 정도는 될겁니다. 사실 이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인데요, 좀 더 자세한 얘기는 5번에서 하겠습니다.)  Design pattern, OS, network protocol, git 등 인터뷰어가 물어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라도 더 깊게 공부해야 했습니다. 또 어떤 특정 회사는 Behavioral 부분을 특별히 강조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도 따로 시간을 내서 case별로 거의 암기하다시피 했습니다. 뭐랄까 점점 인터뷰 머쉰이 되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5. 언급한 대로 리트코드를 메인으로 코딩 공부에 시간을 엄청나게 할애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알고리즘 코딩이라는게 한번 풀고 이해한다고 해서 계속 머리속에 남는 게 아니라서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잊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구요. 특히 dp같은 문제들은 아주 기초 말고는 볼 때마다 새로워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런데 허탈하게도 이번에 옮기게 된 회사 인터뷰때 물어본 코딩 문제는 easy 레벨 한 문제 였습니다. 이전에 인터뷰했던 다른 회사들의 경험에서도 느꼈지만 지금와서 보면 굳이 하드 레벨까지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가 그런 정도까지의 복잡한 로직을 물어볼 필요가 없기도 한것 같구요, 아무튼 한편으로 허무하기도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단련해온 코딩 실력이 인터뷰 전반에 반영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중에 실무에서도 보이지 않게 쓰이겠죠. 아무튼 제 구글독에는 리트코드 풀이가 쌓여있는데, 정리해서 github에 올려서 필요하신 분들께 공유할 생각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여러 풀이를 검토한 후에 가장 이해하기 쉽고 optimized된 해법들을 모아놓은 귀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6. 이렇게 준비를 해도 인터뷰는 매번 쉽지 않더군요. 뭔가가 맞지 않는 것들이 꼭 있습니다.

저한테 인터뷰어가 원하는 특별한 스킬이 있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예를 들면, 요새 많이 찾는 카메라나 ML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옮기는 걸 종종 봤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갭을 줄이는 게 문제였습니다. 경력이 많다보니 리더쉽 롤에 집중해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F사에서 받았던 system design 질문은 streaming service를 위한 db는 어떤 종류를 써야되며 왜 그걸 써야되냐 였습니다. 지금이야 그 이후에 공부를 좀 해서 답변할수 있습니다만, 제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요즘 트렌드인 system design입니다. 그 사람이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는 능력을 보겠다는 취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사람의 background의 범위 내에서 물어야지요. 반대로 web관련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들한테 semaphore를 물어보면 알겠습니까? 왜 과거 경력과 상관없이 system design 질문들은 죄다 database/server 쪽으로 편향되어 있는지...

 

7. 하지만 갑은 항상 인터뷰어죠, 불합격된 인터뷰이는 하소연할데도 없습니다. 아무리 인터뷰어가 mean했었어도, 물어본 질문에 내가 맞는 답을 했고 인터뷰어는 틀렸어도, 인터뷰어가 늦게 들어와서 내가 충분히 답할 시간이 부족했어도, 그런 것들은 양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짜피 피드백은 인터뷰어가 작성하는 거니까요. 

 

8. 종합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인터뷰의 성패는 실력과 운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운이 좋아서 이번에 어찌어찌 바라던 바를 이룬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이번 인터뷰가 예전의 다른 것들에 비해 더 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쉬운 질문을 대답 못한 부분도 있구요. 인터뷰라는게 그런건가 봅니다. 

 

9. 끝으로 소회랄까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저는 제 자신이 능력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물론 그러니까 이렇게 애를 먹었겠죠) 저보다 뛰어나신 분들도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잡은 현 업무에 대충 시키는 일이나 하고 가끔씩 발생하는 이슈 디버깅이나 하면서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이 모습이 저의 엔지니어로서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는 싫더군요. 앞으로 몇년 간을 더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리타이어 후에 그래도 엔지니어로서 기억할 만한 성취감은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지금 인터뷰 준비중이신 분들은 50 넘어서도 할수 있으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10. 지난 몇년간, 제게는 별다른 취미활동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시간만 되면 유튜브에 업데이트되는 리트코드 영상을 보는 것이 루틴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것이 음악, 사진, 식물, 이 세 가지인데요. 이제 좀 눈을 그 쪽으로 돌릴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 그 동안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이 회사가 끝이 아니라 몇 년 후에 또 다른 회사로 옮길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처럼 많은 걸 포기하면서까지 준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기쁨을 표출하고자 쓴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제가 원래 자주 들어가는 곳이 엠팍, 클리앙 그리고 이곳인데요, 엠팍은 제가 15년이상 들어갔었고 그만큼 애정이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곳이었는데 근래 일이년 사이에 좀 이상하게 바뀌었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그 곳에 글은 올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클리앙은 아이디를 기억하지 못해 눈팅만 해왔구요. 그래서 남은 한 곳, 제가 어떠한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답해주신 마일모아에 올립니다.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혹시 특정 회사의 인터뷰 프로세스나 물어보는 질문 경향같은 것이 궁금하시면 쪽지 주시면 제가 아는대로 답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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