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Moa
Search
×

사진 찍는 법,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오하이오, 2022-01-13 09:41:01

조회 수
1469
추천 수
0

지난해 여름 "(이 사람이) 사진 찍는 법"을 알아보자며 시작했는데 두번째를 올린 뒤 6개월이 훌쩍 갔습니다.

이어갈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닌데, 제가 찍은 사진 올리는 것과 달리 사진 찾고 정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미루다가 @ehdtkqorl123 님께서 올려주신 눈 내린 뉴욕 맨해튼 사진( https://www.milemoa.com/bbs/board/9029138 )을 보고 떠 올린 사진 한장을 계기로 세번째를 이어갑니다. 

  

Stieglitz_01.jpg

"Winter, Fifth Avenue" 1893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가 1893년 2월 22일에 찍은 뉴욕 맨해튼 35번길(Street) 인근 5번가(Avenue) 풍경입니다.

작가는 촬영 당시를 1892년으로, 눈보라가 몰아쳐 3시간 동안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찍었다고 했습니다만, 훗날 날씨를 추적해 작가가 착각한 것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지금도 찾아보면 촬영 연도 2개가 섞여 보입니다. 

 

Stieglitz_02.jpg

"Winter on Fifth Avenue" 1893, printed 1929

작가는 한참 뒤 같은 필름의 다른 사진을 발표합니다. 앞 사진은 가로로 찍은 사진을 세로로 잘라 인화했던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두 사진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그 차이는 곧 수십년이 지나면서 변한 작가의 시선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이 사진에는 당시 특별한(?) 기술, 기법의 역사적 의미도 있습니다.

 

Stieglitz_03.jpg

"Self-Portrait with camera, tripod and pistol" 1886

카메라와 함께 찍은 22살 스티글리츠의 사진에서 보듯 당시 카메라를 들고 찍기 힘들 만큼 크고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총은 왜 들었는지. 촬영을 '슛(shoot)'한다고 해선가 하는 추측만 합니다.)

'8x10'인치 카메라를 사용하다 '4x5'인치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삼각대 없이 들고 촬영할 수가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Stieglitz_04.jpg

당시 썼다는 모델을 찾아보니, 작아졌다고는 하나 요즘 카메라처럼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겨우 들고 삼각대에 창작하지 않고도 찍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만 그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Stieglitz_05.jpg

"The Terminal" 1893

그걸 들고 움직이면서 찍은 다른 맨해튼 풍경입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이게 뭐가 대단한가 싶기도 한데요. 그 시기를 따져 보면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Stieglitz_07.jpg

"Sun Rays, Paula, Berlin" 1889

당시 주류는 '회화주의(Pictorialism)'를 표방하는 사진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사진으로" 찍는 듯 한다고 이해했습니다.

 

Stieglitz_08.jpg

"Grand Central Terminal" 1929

구도와 명암을 섬세하게 계획하고 고려해서 담아내는 풍경은 삼각대에 고정된 카메라처럼 생동감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스티글리츠는 '그림 아닌 사진만의 특성'을 살리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Stieglitz_06.jpg

"The Steerage” 1907

스티글리츠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던 사진은 3등 선실을 담은 것입니다.

그 이유를, 위아래 선실의 등급 구분처럼 나뉜 사람들의 모습과 그림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사진이 현실을 잘 표현했다 싶어서라고 짐작했습니다. 

 

Stieglitz_09.jpg

"Hands" 1918

부인의 손을 보는데 찍는 남편의 애정 가득한 시전이 느껴집니다. 

부인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를 모델로 한 손 연작을 기존의 회화주의 사진에선 벗어난 것 같습니다.

더러는 미국의 현대(Mordern) 미술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부부라고 소개하기도 할 만큼 오키프도 명망 있는 화가입니다. 

그래선지 예술적 감각과 표현력이 전문 배우 못지않은 '손 연기'를 보여주시네요.

 

이하 촬영 연도와 제목이나 설명 적지 않고 일부 손 연작 사진을 나열합니다. 

 

Stieglitz_10.jpg

 

Stieglitz_11.jpg

 

Stieglitz_12.jpg

 

Stieglitz_13.jpg

 

마지막으로 제가 스티글리츠의 최고로 꼽는 '등가(Equivalents)' 연작입니다. 

1925년 부터 1934년까지 구름을 소재로 찍은 220여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앞서 찍은 음악 연작이 성공해 '하늘 노래(Songs of the Sky)'로 붙였다가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제목이 혼용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저는 '등가(等價)'가 좋아 제목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림(예술) 같은 사진'을 추구하던 시대에 '사진이 곧 그림(예술)'이라고 웅변하는듯해서 좋아합니다.

 

Stieglitz_17.jpg

 

Stieglitz_18.jpg

 

Stieglitz_19.jpg

 

Stieglitz_20.jpg

 

Stieglitz_21.jpg

 

Stieglitz_22.jpg

 

Stieglitz_23.jpg

 

Stieglitz_24.jpg

 

Stieglitz_25.jpg

 

Stieglitz_26.jpg

 

Stieglitz_27.jpg

스티글리츠는 구름을 찍는 게 아니라, 구름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던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진은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감정을 피사체로 대신해 드러내는 것일 테고요.

잘 찍을지의 고민은 기술과 기계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대상을 보는 내 감정에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Stieglitz_28.jpg

https://beinecke.library.yale.edu/article/about-alfred-stieglitz-georgia-okeeffe-archive

출처에는 언제 사진인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만 23살 어린 부인도 어느 순간 함께 늙어 버린 순간이네요. 

그래도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입니다. 보기 좋습니다. 

4 댓글

밍키

2022-01-13 17:45:43

오오 이분이 Georgia O'Keeffe의 남편이었군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인데... 아주 잘 읽었습니다!!!! 

오하이오

2022-01-13 18:10:02

오키프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오키프를 통해 산타페를 알게 되면서 부터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고 있는데, 아직이네요. 

후이잉

2022-01-13 20:05:01

아아 정말 멋진 사진들이 많네요!

전 언제 저런 사진 찍어 볼런지 ㅠㅜ

갈 길이 참 멀고도 험하네요 ㅎㅎㅎ

그나저나 사진 찍을 시간이나 있었음 좋겠네요

육아 어느 정도 끝내신 오하이오님이 부럽습니다 ㅎㅎㅎ

오하이오

2022-01-14 00:26:22

100여년을 넘긴 사진인데도 멋지게 봐주시니 스티글리츠 작가께서 무척 흐믓해 하실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멋지게 봤습니다.

사실 저야 육아는 다 끝났다 싶네요. 막내도 형들하고 놀아서 그런지 독립심 커가는게 형들 그 나이때보다 월등하네요. 저도 이쯤되면 시간도 늘고 편해질 것 같았는데, 아이 어릴 때가 좋았다 싶어지면서 그리워지기도 하네요^^

목록

Page 1 / 3837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마적단의 기초 | 검색하기 + 질문 글 작성하기

| 정보 33
  • file
ReitnorF 2023-07-16 37041
  공지

게시판의 암묵적인 규칙들 (신규 회원 필독 요망)

| 필독 110
bn 2022-10-30 60325
  공지

리퍼럴 글은 사전동의 필요함 / 50불+ 리퍼럴 링크는 회원정보란으로

| 운영자공지 19
마일모아 2021-02-14 80778
  공지

게시판 필독 및 각종 카드/호텔/항공/은퇴/기타 정보 모음 (Updated on 2024-01-01)

| 정보 180
ReitnorF 2020-06-25 197837
new 115084

출산하게 되면 거의 Out of Pocket Max를 찍게 되나요?

| 질문-기타 25
MilkSports 2024-06-07 748
new 115083

프랑스/23년10월/17일간/부부/RentCar/프랑스일주,스페인북부,안도라,모나코,스위스서부

| 여행기 28
  • file
Stonehead 2024-06-06 587
new 115082

[6/7/24] 발느린 늬우스 - 바빠요 바빠. 그래도 발늬는 올라갑니다 'ㅁ')/

| 정보 24
shilph 2024-06-07 699
updated 115081

US bank Skypass 카드 - 승인되고 카드가 닫혔습니다

| 질문-카드 8
보바 2024-06-06 1438
new 115080

고등학생 해외 여행시 핸드폰과 DATA 어떻게 하시나요?

| 질문-기타 2
ALMI 2024-06-07 168
new 115079

진정한 용기란?

| 잡담 1
주누쌤 2024-06-07 352
new 115078

장애를 가진 자녀를 위한 준비 -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할까요?

| 질문-은퇴 2
  • file
Jester 2024-06-07 603
new 115077

아멕스 오리발에 당한 것 같습니다.

| 질문-카드 18
미국독도 2024-06-07 1331
new 115076

여러 유럽 호텔과 에어비앤비 묵어 본 후 미국과 다른점들

| 잡담 14
Monica 2024-06-06 1200
updated 115075

강아지 미국 입국 규정 변경 (2024년 8월 1일 이후)

| 정보-기타 8
콩콩이아빠 2024-06-06 1298
updated 115074

[03.11.24 종료] 싸웨 (Southwest): 개인 카드 한 장으로 25년 2월까지 유효한 동반자 패스 + 3만 포인트

| 정보-카드 27
마일모아 2024-02-06 4537
updated 115073

Chase Southwest 카드들 85,000points 사인업 보너스 (6/26까지)

| 정보-카드 10
valzza 2024-06-04 2005
updated 115072

[6/13/2024 오퍼 종료 예정] 체이스 사파이어 프리퍼드 75k (지점은 10K 추가) / 사파이어 리저브 75k Offer

| 정보-카드 209
Alcaraz 2024-04-25 20651
new 115071

아멕스 카드 보유 가능수 5개 아니였나요?

| 질문-카드 2
보스turn 2024-06-07 762
new 115070

AA 수하물 무게초과 규정 엄격하게 처리?

| 정보-항공
상하이 2024-06-07 71
updated 115069

힐튼 포인트 pooling/transfer 잘 되시나요??

| 질문-호텔 8
No설탕밀가루 2024-05-29 688
updated 115068

Bilt 마스터카드: 친구 추천 가능하신 분들은 이 글에 점을 찍어주세요

| 정보-카드 173
마일모아 2022-03-30 10076
updated 115067

허먼밀러 에어론 구입후기.

| 자랑 65
  • file
nysky 2018-10-05 20142
new 115066

메리어트 본보이 바운드리스 카드 취소?해지?

| 질문-카드 3
브릴란테 2024-06-07 155
new 115065

현재집팔면서 다음집구매에 앞서 질문이있습니다.

| 질문-기타 10
주누쌤 2024-06-07 661
updated 115064

초보자를 위한 코너: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 아무나 답변해 주세요

| 잡담 3451
  • file
shilph 2020-09-02 77099
updated 115063

리엔트리 퍼밋 신청 이후 3달째 업데이트 x. 그냥 기다리면 될까요?

| 질문-기타 10
NCS 2024-06-03 570
new 115062

한국에서 사용할 한국번호 개통하기

| 질문 2
SuN 2024-06-07 227
updated 115061

$100 Delta Stays Credit ​ 후기

| 후기-카드 61
  • file
치사빤스 2024-02-07 6864
updated 115060

Hyatt point 1만 포인트가 부족한데,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 질문-호텔 10
Shark 2024-06-06 1736
updated 115059

Google nest Thermostat 교체 후 A/C 작동이 안됩니다

| 질문-DIY 14
  • file
모찌건두부 2024-06-06 787
updated 115058

(의문해결) UA Quest card 카드맴버 yr 125불 UA 크레딧 질문입니다.

| 질문-카드 21
개미22 2022-08-06 1181
new 115057

(크레딧카드 1년 추가 워런티) 전자제품 수리 견적은 어떻게 받으시나요?

| 질문-기타 2
heesohn 2024-06-06 255
new 115056

코스코 마사지 체어 구입 직전 입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 질문-기타 3
아버지는말하셨지인생을즐겨라 2024-06-07 651
new 115055

대한항공 라운지 이용(마일리지 사용해서)

| 질문-기타 2
mayanking 2024-06-07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