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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갑작스럽게 한국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가족중에 미국 시간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테고, 진동이 울리는 전화기 발신자를 확인하면서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마음을 가다듬고 진동이 8번 정도 울렸을 때 거실로 나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많이 위독하시다고 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어요. 길어야 1주일이라고 합니다." 

아내에게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며 머릿 속이 하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장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슬픔에 가득찬 목소리와 함께,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OO이 잘 돌봐줘."라고 말씀하시는 장모님. 

 

#2. 작년 여름, 약 한 달동안 한국을 방문하며 가능하다면 장인어른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아내에게도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장인어른의 고향을 방문하여 언제나 정정하신 할머님께 오래간만에 인사도 드리고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기차마을과 장터구경 등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추억들을 만들어 갔습니다. 근처 바닷가에 가서 수산시장도 다녀오고 맛있는 새우튀김과 오징어튀김도 사와서 같이 나눠 먹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처갓집에서 계속 지내면서 장인어른이 좋아하시던 감자탕집도 가능하면 자주 가서 함께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3. 평소에 가족들에게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시지만, 제게는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하시면서 의견도 물어보고 기분 좋았던 일과 안 좋았던 일들을 터놓고 말씀하시던 장인어른. 심한 방언으로 인해 가끔씩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눈치껏 알아들을 수 있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1~2년에 한 번씩 밖에 오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왔을 때 차가 있어야 한다며, 차를 가족 모두가 운전할 수 있도록 보험 계약을 변경하셨다고 말씀하기도 하셨네요. 마침 정기 진료 예약이 잡혀 있어 혼자 다녀오시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려 보호자로 함께 간 대학병원. 함께 온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전부 문 닫고 거리두기 하는데 대학병원은 아니야. 완전 시장통이야, 시장통. 오히려 병원에서 병 걸리겠어~" 연말 즈음에 치료방법을 변경하게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아버지, 그럼 내년에는 조금 더 길게 같이 여행다녀오면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여쭈자 미소를 지으며 그러면 좋겠다고 답하신 장인어른.

 

#4. 이제 깊이 잠들어 있는 아내를 깨우러 가야하는데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놀라지말고 잘 들어봐요. 아버지께서 지금 많이 위독하신 것 같아."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한국에 다녀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장 다음날 한국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전화를 다시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병원에 있는 한국의 가족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말씀을 하실 수 없던 장인어른. 안타까움과 깊은 슬픔이 밀려오는 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내가 원하면 지금 바로 발권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가는 것이 마냥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5. 여기는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다시 한국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온 전화 한 통 "아버님께서 방금 하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가족들 잘 부탁드립니다." ... ... ... ... ... ... ... ... ... ... ... ... ... ... ... ... ...

"있잖아, ... ... 아버지가 방금 돌아가셨대.... ... ... ..." 몸을 짓누르는 큰 슬픔이 저희 가족에게 다가왔습니다. '아, ... ... 나는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는데......'

 

#6. 한국에서는 장례식을 치루고 있지만 부득이하게 한국에 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여기에서는 일상을 지내야 하는 슬픔과 안타까움. 임종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아내의 아쉬움과 슬픔, 속상함, 그리움. 그 곁을 지키며 슬픔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지만,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 함께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7. 다행히 이제는 거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함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해주기 위해 잠깐이라도 다녀가주신 이웃들과 슬픔과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이겨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부모님 또는 가족을 여의신 분들께 심심(甚深)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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