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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극한직업 구이덕 조개 캐기

잭울보스키 | 2022.07.10 21:55:4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십니까 ?

 

 

서북미 어쩌다 자연인 잭울보스키입니다. 전에도 제가 글들을 올렸듯이 이곳에서는 자연에서 주는 먹거리가 풍부해서 사시사철 수확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을에 산에 올라 송이버섯을 후에 바다로 나가  봄까지 이어지는 맛조개 캐기, 그리고 시즌이 끝날떄 쯤이면 미역을 채취하고 바지락, 굴을 캡니다.  그리고 다시 산에 올라 고사리도 따고 바닷가에서 함초를 따다  배를 타고 나가 새우를 잡다보면  여름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시작 즈음이면 배를 타고 오징어 잡이를 합니다.  일년 내내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냉장고에 두고두고 먹을 자연산 먹거리가 풍부해집니다.

 

 

 

작년에 같이 새우를 잡으러 갔던 부하직원에게서  배를 타고 나가 구이덕 조개를 잡으러 가자고 얼마전 연락이 왔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발음도 생소한 구이덕이라는 조개는 오리구이가 아니라 영어로 Geoduck 이라고 하며 이곳 로컬 인디언들이 부르던 이름에서 유래가 되었으며 뜻은 “ dig deep” 이라고 하는데 모래속 깊은곳에 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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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이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코끼리 조개라고 하는데 미국산이 크기가 훨씬 큽니다.  일식집에서 사시미로 먹는데 미루가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마리당 60 정도 입니다만 홍콩 에서는 한때 300 정도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일반인들은 하루 3마리까지 잡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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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피트 정도 깊이 모랫속에 사는데 물이 들어오면 몸통은 그대로 있고  목을  모래 위까지 길게 뽑아 먹이를 먹으며 목의 길이가 보통 야구 방망이 정도 입니다. 수명은 150 정도 입니다. 오래 삽니다만 조개들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움직이지를 않으니꼼짝도 안한 태어난 자리에서  150 가까이 사는 삶을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조개들은 잡기가 체력적으로 무척 힘이듭니다.  정말 극한 직업이기 때문에 처음에 같이 가자고 했을 살짝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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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항구에서 만나 배를타고 조개를 잡으러 나갑니다.  한적한곳 같지만 하루 차량이 수십만대가 지나가는 I-5 에서 불과 몇마일 떨어진 곳입니다.  수많은 차량들이 바쁘게 오가는 소리를 들으며 위에 앉아 평화로운 바다와 섬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 같습니다.

 

조개를 잡기위에 준비한 장비입니다. 왼쪽 구석에 있는 녹슬은 두개의 통과 삽들이 장비입니다.   통을 구이덕이 사는 모래에 깊이 박고  삽으로 모래를 퍼내려 가며 잡는 방식입니다. 워낙 깊기 때문에 통은 삽으로 파내는 동안 모래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장비입니다

 

 

앞에 보이는 호스와 펌프는 같이간 친구가 만든 장비인데 아래 사진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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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개를 캘 섬에 도착하여 배를 놓고 준비해온 장비를 내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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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덕은 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기 때문에 물이 최대로 빠지는 super low tide 일때 잡습니다. 아직 물이 빠졌기 때문에 삽으로 캐낼수가 없어물속을 들여다 보며 조개가 보이면  깃발로 표시를 둔다음 물이 빠지면 돌아와 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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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끄트머리만 살짝 보이지만 매의 눈을 가진 동료는 쉽게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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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지면서 모래속에 있는 구이덕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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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식으로 조개가 살고 있는 위에 통을 모래속에 박습니다만 이것도 쉬운일이 아닙니다. 체중이 무거운 사람이 위에서 점프를 해야 겨우 조금씩 들어갑니다. 조개는 도망을 안가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물이 다시 들어오기전에 일인당 리밋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습니다. (위의 사진은 저희 일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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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으로 모래를 퍼내고 물도 퍼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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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파들어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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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반신이 통으로 들어갈 쯤이면 드디어 조개가 조금씩 끌려나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팔을  포함 상반신을 통안에 집어넣고 조개와 좁은 통안에서 씨름을 했는데 어느 순간 빠져 나오지 못해 옆에서 다리를 잡고 끌어내주기 했습니다.  살짝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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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밖으로 올라온 조개.  장화와 비교해 보면 크기를 짐작할 있습니다.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먄 최소 수십년은 되었을겁니다.  목은 길었지만 조개가 놀라서 움추러 들어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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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데려갔던 꼬마가 들고 있기가 버거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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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넘게 모래밭에서 사투를 벌인끝에 모두 리밋을 채웠습니다.  아직 물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배를 띄우기 위해 기다리며 그제서야 맥주를 마시며 피로를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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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 가서 두명씩 팀을 이뤄 일인당 3마리씩 12마리를 잡았습니다. 친구가 주인인데 가히 달인급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2-3마리 힘겹게 잡을 저와 둘이 팀을 이뤄 거의 혼자서 8마리를 잡았습니다. 직장 다닐 매니저로 있었는데 수줍음이 많아서 평소에는 스몰 토킹은 잘하지만 퍼블릭 스피킹을 아주 두려워했습니다.  

 

Toastmasters 클래스에도 보내주고 트레이닝도 시켜주고 했는데도 극복하기 힘들었나봅니다  더이상의 승진도 어려웠구요. 그래도 구박하지 않고 격려해주고 끌어주어서 무사히 정년퇴직을 하고 이렇게 놀러가자고 연락이 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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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으로 파내는 중노동이 너무 힘들어 친구가 상업용 구이덕 채취기계를 본따 직접 만든 기구입니다.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펌프로 한쪽에서 바닷물을 끌어 올린다음 호스를 통해 가느다란 PVC 파이프로 강한 수압을 이용하여 모래를 파내는 방식입니다.

 

유체역학시간에 배운 Q=AV 아웃렛의 단면적을 줄여 수압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펌프에 사용하는 밸브는 Check valve (non-returning valve)  one way valv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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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구멍이 생깁니다. 삽으로 파는 보다 훨씬 쉽습니다일단 파일럿 테스트는 성공했습니다만 기구를 사용해도 되는지 잠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Fish and Wildlife 규정에 의하면 hand operated nonmechanized 기구만 사용해야 하는데 nonmechanized tool 범위를 어떻게 define 할지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성공한걸로 만족하고 사용은 보류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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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와서 배를 띄우고 돌아오는길에 자연산 홍합도 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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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에 사는 동료의 집에 들러 구이덕을 클린합니다.  내장을 떼어낸 먹을수 있는 부위입니다. 내장은 다음에 새우를 잡으러갈 미끼로 사용하기위해 따로 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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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살짝 담그면 조개의 목에 있던 껍질이 스타킹 벗듯이 벗겨집니다. 계속 익는걸 막기위해 바로 얼음물에 담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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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을 끝낸 상태입니다. 끄트머리 검은 부분은 잘라내고 육질이 단단한 부분은 와사비나 초고추장을 찍어 회로 먹고 왼쪽의 부드러운 부분은 봄에 잡은 미역과 함께 미역국을 끓여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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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이 끝나고 잡아온 홍합을 삶아 맥주와 함께 동료들과 즐거운 저녁식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며칠전에 새우를 잡으러 가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저와 거의 30년동안 일을 하며 멘토가 되었던 은퇴한 직장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을 하여 함께 배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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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청한 날씨에 새우 망들을 배에 싣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 오전 9 정각이 되어 망을 내렸습니다. (새우잡는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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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전 새우잡이를 해보고 처음이라는 보스가 신이나서 수심 300 미터에 놓였던 망을 끌어올립니다.  모터로 윈치가 있지만 속도가 느려 직접 끌어올립니다만 중노동입니다.  저도 몇번 도와주기는 했지만 옆에서 보던 동료들이 보기 안스러웠는지 새우껍질이나 까라고 열외를 시켜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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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마리 못잡는 배들도 허다한데 우리는 이번에도 새우 풍년입니다. 너무 많이 잡아서 나중에는 할 수없이 잡은 새우들을 다시 바다로 쏟아부었습니다. 수십년 경력의 노련한 배주인 덕분입니다. 엉겁결에 문어도 한마리 끌려올려왔지만 규정에 어긋나 눈물을 머금고 돌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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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망들을 던져놓고 기다리는 동안 가재미 낚시를 합니다.  제법 많이 낚았습니다.  낚시를 하는 친구는 특이하게 연방교도소의 살벌한 프리즌 가드였었는데 전직을 하여 엔지니어링 수퍼바이저로 아직 현역에 있습니다.  선상 요리 미끼 준비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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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잡은 싱싱한 새우를 넣은 사비체로 샐러드 먹은후 메인 코스로 Shrimp Fajita 맥주와 곁들여 점심식사를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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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butter shrimp with rice  해먹어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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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shrimp season 마지막 날을 즐겁게 보내고 내년을 기약하며  항구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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