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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

참울타리, 2022-10-01 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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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치매 할머니…

 

할머니의 부러진 다리를 고정하고 있었던 하드웨어 중 하나가 감염이 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년 전, 기나긴 정맥주사 항생제 치료를 마치고 경구 항생제로 감염을 조절하고 있던 차에 일련의 일들로 항생제를 중단했는데… 박테리아가 그 틈을 타 할머니의 몸을 파고 든 것이었습니다. 심초음파에서는 심장 판막에 붙은 박테리아 덩어리가… 할머니의 감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좀 있는 할머니 따님에게는 매일 같이 할머니의 경과를 전하는 나의 뉴스가 힘이고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여러 과들의 협진 결과로 나온 소견을 따님한테 전해드렸습니다.

 

할머니 나이와 지병으로 인해 감염원을 제거하는 수술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예요. 몇 년 전에도 수술이 어렵다고 이야기 들으셨죠... 할머니가 그동안 몸이 많이 약해지셨어요.

 

호스피스를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조심스럽게 꺼낸 나의 말에 그 분이 그동안 부정하고 있었던 현실이 나타났습니다. 이럴 때 사람의 반응은 각각 제각각입니다. 이 분은 그래도 참 현실적이었어요.

 

 따님은 그러나 역시 헤어짐의 슬픔은 견디기 힘들어 하시면서 나와의 전화통을 붙잡고 아침 7시30분부터 전화로 울고 계셨습니다.

 

내가 만약 치매로 내 스스로 결정을 못할 때…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언젠가는 여기를 떠날 사람들이거든요.

 

제 말에 따님이 한결 맘이 나아지신 거 같았습니다. 할머니의 편안한 마지막을 기도하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마음이 먹먹해지머 따뜻한 감정이... 온몸을 감쌉니다. 

13 댓글

된장찌개

2022-10-01 16:26:44

나의 가족이 언젠가는 제 미래의모습일 수고 있다고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실냩같은 희망으로 버텨내온 가족에게도 같은 말이라도 위로가 되는 말씀을 해주신 참울터리님에게도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참울타리

2022-10-02 16:06:43

좋은 소식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이것도 삶의 한 부분이니까요. 격려 감사합니다!

반니

2022-10-01 17:47:50

슬픔가운데 있는 가족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한번 다시 돌아볼수 있게 해 주신 글 올려주심에 감사합니다. 

참울타리

2022-10-02 16:07:09

감사합니다!

오대리햇반

2022-10-01 18:21:03

의료계 최전선에 계신분으로서 family meeting하고 좋지않은 예후를 설명해야 하는게 매번 한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쉬워지지 않을 것 같은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생로병사가 인생 책 한권이라면 마지막 챕터를 어떻게 최대한 아름답고 고귀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을까를 미리 생각해 보게 됩니다. 건강할 때 가족들이랑 advance directive할 medical POA 등을 미리의논해 두어야 겠어요. 말씀대로 우리도 언젠가는 여길 떠날 사람들이니까요. 환자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것 같습니다. 

참울타리

2022-10-02 16:07:36

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해요...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

돌팔매

2022-10-02 16:41:22

 POA는 변호사을 통하지 않고 서류를 작성 할 수 있으니 가족들 모일때 작성해 놓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주제를 부모님과 의논 하는 것을 우리  자식들은 꺼려하고,  힘들어 하지만 연세가 있으신 우리 부모님들에겐 꼭 필요한 서류이니 미리 미리 작성 해 두시길 권유함니다. 우리 부모님들 갑자기  Terminally Ill한 상태가 오면 자식들간의 분쟁이 생기는 경우 많이 보았읍니다.

rondine

2022-10-01 20:48:42

얼마전에 읽은 Being Mortal이라는 책에서 호스피스 시스템에 대해 읽었던게 기억이 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참울타리

2022-10-02 16:08:24

감사합니다!

포틀

2022-10-02 05:56:24

참울타리님 말씀이 따님께 참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한동안 죽음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었는데, 여전히 잘모르겠지만 죽음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울타리

2022-10-02 16:09:09

잘 죽는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예요. 나의 탄생은 내가 예비할 수 없지만 나의 죽음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Monica

2022-10-02 17:15:08

참울타리님 같은 의사 만나는 환자분들과 그 가족들도 참 행운인거 같아요.

어떻게 죽느냐 참 나이 먹을수록 중요하게 느껴지네요.  특히나 나이드신 부모님이 갈수록 더 쇠약해지시는게 느껴졌어요.

얼마전 돌아가신 영국여왕은 2틀전만 해도 정정하시고 서서 손님 맞으시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평온하게 돌아기실수 있는지 참 복 받은 분인거 같네요.  

경험수집가

2022-10-02 22:54:34

19살에 유언 작성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까다로왔고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제가 가진 무언가 남겨지게 된다면 그것을 누구에게 줄지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는게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을 빨리 마주하면 어떻게 남은 여생을 의미있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배 의사로서 항상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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