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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bo는 미국 흑인남성의 이름이다.
나이는 60대 초반. 키는 160cm가 조금 넘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편이다.
잔등이 혹처럼 솟아오른.... 한번도 그의 질병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다.
스키보가 우리 가게에 오기 시작한 것은 대략 6-7년.
그 전에는 어떤 가게를 갔었는지? 왜 우리 가게에 오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내 가게가 속한 시에서 40년 이상을 살아온 토박이다.
한번 발걸음을 하고 난 이후.. 그는 매일 같이 우리 가게에 왔다.
스키보는 세차 일을 한다.
손세차를 전문으로 하는 세차장에서 손님들의 차를 손으로 세차하고
외관을 번쩍하게 광나게 하고, 차량 내부도 청소하는
이른바 Detail Hand Carwash를 한다.
그가 우리 가게에 오는 이유는 단 하나.
복권을 사기 위함이다. 그는 매일 복권을 산다.
Pick 3 라는 번호를 3개 맞추는 게임이 주전공이고, 그 밖의 다양한 복권을 한다.
그가 복권을 사고 지불하는 지불수단은 언제나 동전이다.
손세차 일은 고되다.
특히 여름날 야외에서 차량을 거품내서 닦고, 광내고,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는 실내을 청소하는 일은 땀범벅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손세차를 하다보면 차량내부에 떨어진 동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동전을 매우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미국인이 많다보니,
음료등을 사고 남는 동전을 차량 여기저기에 던져둔다. 그리곤 신경을 안쓴다.
손세차 하는 이가 떨어진 동전을 가져갔다 해서 그걸 절도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암묵적인 TIP인 셈이다.
나는 Sticky Coin (차량내에서 음료수등이 묻은 끈적끈적한 동전)을 아주 싫어한다.
왠만한 손님이 Sticky Coin을 내면 가져가라고 돌려줄 정도다.
하지만 스키보는 차량내에서 얻은 끈적한 동전을 언제나 물로 깨끗이 씻어 가지고 온다.
때론 복권을 빨리 사고싶은 성마른 마음에 채마르지 않은 동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가끔이지만 그가 산 복권이 40불이라도 맞는 날이면
그는 특유의 소리를 낸다. "이히~잇ㅡ"
2년전인가 290불에 당첨된 날엔 "이히~잇ㅡ" 이 소리를 10여번이나 연속해서 낸 적도 있다.
그날은 나랑같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스키보가 5일째 가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수 찍듯 오는 그 이기에 뭔 일이 있나? 어딜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가 언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John,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텍사스 밖으로 나가보질 못했어"
나의 기우는 결국 사실이 되었다.
스키보가 그의 아파트에서 죽은채 발견되었다.
그의 친구들 말에 따르면 언제 죽은지도 모른다고, 그저 세차장에 나오지도 않고,
며칠간 보이지 않길래 아파트 관리인에게 말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침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고... 이른바 고독사였다.
스키보는 한번도 아내나 자식이야길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그도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적이 있을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잔등의 혹이 아내와 아이와 멀어지게 된 이유는 아닐까?
몇차례 그의 친구들이 그의 혹을 놀려대고, 화를 내는 스키보를 본 적이 있다.
스키보는 더이상 가게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애석한 죽음을 알려주는 다른 손님들이 많다.
오늘 한 손님이
"John, 스키보는 너희 가게를 참 좋아했어"
이젠 담배도 피지 않는데 가게 밖으로 나가 길건너를 바라본다.
스키보의 차가 곧 내 앞에 서며 "이히~잇ㅡ" 소리를 내며 인사를 할 것만 같다.
스키보는 복권에 당첨되면 무얼 하고 싶었을까?
BYE! SKIBO!
이젠 구부러진 잔등을 펴고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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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댓글
복숭아
2022-11-18 02:04:10
ㅠㅠㅠㅠㅠ 눈물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달라스초이님도 참 좋은분이신거같아요ㅠㅠ
달라스초이
2022-11-18 05:07:51
감정이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담
2022-11-18 02:47:28
고되고 건조한 삶을 살았을 스키보 아저씨에게 달라스초이님의 가게는 즐거움이고 잠시나마라도 희망을 꿈꿀수 있게 했던 곳이었네요.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달라스초이님의 마음속엔 언제나 살아있을 스키보아저씨일테니 그는 이미 행복할겁니다. RIP ㅠㅠ
Realtime
2022-11-18 02:54:17
명복을 빕니다.
거기선 더 행복하시길...
땅부자
2022-11-18 03:04:30
스키보는 분명 복권이 아니라 꿈을 샀던걸겁니다. 더행복한 곳으로 가셨기를...
guestspeaker
2022-11-18 03:11:47
"John, 스키보는 너희 가게를 참 좋아했어" ㅠㅠㅠㅠㅠ '좋아했어'의 과거형이 아닌 "너희 가게를 참 좋아해"로 현재형이 었었더라면 너무 좋았을텐데요ㅠ 지금쯤 천국에서는 등에 활짝 날개를 다신 채로, 텍사스 밖의 세상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시고 계실꺼예요. 하늘 위의 천사 스키보님.
cuse
2022-11-18 03:36:07
무심코 읽다 찡하네요. ㅠ 떠난 후에 이렇게 글로서 좋은 인연을 추억해줘서 스키보가 저 위에서 기뻐할 겁니다.
poooh
2022-11-18 04:16:40
RIP
달라스초이
2022-11-18 05:07:11
한 장소에서 가게를 오래하다 보니 고객들과 손님과 가게주인 이상의 감정이 생기더군요. 함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추아빠
2022-11-18 05:07:24
ㅜㅜ
Delta-United
2022-11-18 05:08:13
픽션일까요? 아님 논픽션... 글을 너무 잘쓰셔서 픽션이었으면 합니다.
캡틴샘
2022-11-18 05:33:34
정말 가슴이 뭉클하네요... 단숨에 달라스초이 님의 글들을 찾아보고 2번 3번 정독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셨기에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달라스에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본다면 가게를 한번 꼭 들려보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달라스초이
2022-11-19 01:18:52
정성스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라스 위성도시에 살고, 가게도 하고 있어요. ^^
오대리햇반
2022-11-18 06:25:26
생활 속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담아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달라스초이님의 글을 참 좋아합니다. 어딘에선가 수필가의 향내가....
예상외로 미국 사람들중에 고향동내 떠나본 적 없는 사람들 많더라고요. RIP 스키보 ㅜㅜ
달라스초이
2022-11-19 01:19:54
어휴~ 수필가라니요. 그저 삶에서 느낀 일들을 끄적끄적 적어내려 가는 수준이지요.
진행형
2022-11-18 07:20:03
아~ 이렇게 되면, 달라스초이's Convenience 시트콤 각인데요?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 감사합니다!
소늘
2022-11-18 07:24:34
지나가는 고객1이 아니라 오롯이 이름으로, 존재로 맞아주는 곳이 있어서 스키보도 행복했을 거예요. 이제 근심 없이 편히 쉬길 기도합니다.
니클백
2022-11-18 07:34:32
RIP스키보. DAL초이님 지속 연재 부탁드려요!
달라스초이
2022-11-19 01:20:14
하하... 노력해 보겠습니다.
단거중독
2022-11-18 17:39:48
가끔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었일까.. 생각해봅니다.. 스키보에겐.. 복권이 매일 그에게 찾아오는 작은 행복 아니었을까요? RIP 스키보..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달라스초이
2022-11-19 01:21:26
그렇죠? 사람 각각이 느끼는 행복의 정의는 사뭇 다르니까요. 저도 한참 산 이후에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 라는 자문을 해보았습니다.
nysky
2022-11-18 17:48:45
매일같이 보던 반가운 정든 단골 고객을 보내셔서 많이 슬프셨겠습니다. 그 아픔이 글에서 느껴지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금소세지은소세지
2022-11-18 17:53:19
RIP
단숨에 읽으면서 스크롤 내려왔는데 슬픈얘기 일줄이야 ㅠㅠ
그냥 손님 1,2가 아닌 이름으로 자신을 반겨주는 가게가 있어서 행복했을꺼에요.
달라스초이님 글 감사합니다.
오하이오
2022-11-19 04:16:12
안타깝네요. 고독사가 단지 시키보만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 슬프게 만듭니다. 늦었지만 시키보님 명복을 빕니다. 달라스초이님께서 바라주신대로 등펴고 편히 쉬시고 계시리라 믿어요.
달라스초이
2022-11-19 20:16:36
오하이오님의 댓글이 스키보님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포틀
2022-11-19 08:34:52
영어로 된 제목에 무심코 넘어가다 달라스초이님 글인걸 보고 들어왔어요. 부끄럽게도 잔등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몰라 검색해봤네요^^; 동전을 깨끗히 씻어 가져오는 모습에 스키보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타나는 듯 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트릴리언마일러
2022-11-19 19:08:55
22222222 동전을 깨끗히 씻어 가져오는 모습에 스키보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타나는 듯 해요.
원글님처럼 스키보씨를 기억해주고 명복을 빌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스키보씨가 하늘에서는 너무 쓸쓸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달라스초이
2022-11-19 20:11:59
등의 윗부분을 지칭해서, 정확히는 어깨와 어깨 사이의 등을 잔등이라 표현했는데.. 검색까지 하시게 해서 죄송하네요. ㅎㅎ 콧잔등이 시큰했다. 이런 표현도 있죠 ^^
포틀
2022-11-19 20:22:04
아니에요. 제 어휘력을 넓힐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좋은 글 잘 부탁드려요 :)
보처
2022-11-19 19:19:59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왜 사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
달라스초이
2022-11-19 20:18:08
마일세계의 도움을 크게 받던분께 댓글을 받으니 기쁘네요. 앞으로도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제이유
2022-11-19 19:22:46
게스스테이션에서 오래 알바해본 추억이 떠오르는 글이네요, 돌아보니 그때 저도 참 많은/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달라스초이
2022-11-19 20:19:22
개스 스테이션에서 알바를 하셨었군요. ^^ 그렇죠. 불특정 다수가 다녀가는 곳이죠. 참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windy
2022-11-19 19:36:33
제가 마일모아 게시판에 얼쩡거린지 한 7~8년 되었는데
제가본 글중에 필력이 최고십니다.
전문작가님의 수필을 읽는거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달라스초이
2022-11-19 20:20:35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사를 가볍게 기록하는 글에 불과합니다.
낭만야옹이
2022-11-19 20:28:44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ㅠㅠ 작은것에도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