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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어머니와 명태무조림

달라스초이 | 2022.12.17 06:52:0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올 가을 한국행은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첫 한국행이었습니다.

매년 가는 한국은 어머니 문안이 첫번째 목적이었죠.

오전에 요양병원에 들어 어머니와 서너시간을 보내고는 나와서

오후에 사람들을 만나고 스케쥴을 보는...

 

아! 이번에도 어머니를 뵙고 왔네요. 성묘 가서요.

이 글은 몇 년전 어머니를 뵙고 와서 써둔 글입니다.

마모에서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 걱정하시는 여러분들의 글을 봅니다.

항상 공감하였고, 이 글도 함께 공감하자고 올려봅니다.

연말 부모님께 꼭 전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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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마음이 통할때 나는 눈물이 난다.

 

상대와 대화를 나눌때 눈물이 난다면 상대와 내가 마음이 통한 것이고,

책을 읽다가 눈물이 난다면 저자와 내가 마음이 통한 것이다.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난다면 감독이나 배우와 내가 마음이 통한 것이며,

노래를 부르다 눈물이 난다면 음율과 가사가 내 마음과 통한 것이다.

 

아프신 노모를 생각하며 눈물이 나는것은 노모와의 추억때문이기도 하겠지만

DNA로 엮인 노모가 울고 계시기 때문이다.

내 DNA도 따라 운다.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를 면회갔더니

엄마가 배가 고프시단다.

뭘 드시고 싶냐고 했더니

무 넣은 명태조림이 드시고 싶단다.

 

내 어릴적 엄마가 많이 해주시던 반찬

강릉이 고향인 엄마에게 명태는 흔한 식재료

 

옆 침상 할머니가 수박을 드시는데

먹고싶어 한 입만 달라했더니

댓구도 안 한다고 삐지셨다.

 

 

먹는것에 대한 기억

80년 넘는 먹음의 기억이 병상에 누워 잊혀질리 없다.

엄마가 콧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으신지 2년째

배가 부를 일이 없다. 맛을 느낄 수도 없다.

다만 맛의 기억만 혀밑에 맴돌뿐..

 

병원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가는 마을버스안에서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터져나왔다.

남편 밥상, 자식 밥상에 올리느라

정작 당신의 밥상은 언제나 명태 대가리와 무 몇 쪽.

 

엄마는 흔하게 명태무조림을 해주셨는데

나는 대접을 하고 싶어도 대접할 수가 없다.

아  인생은 얼마나 야속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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