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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잘가던 비행기가 U턴을 하여 알라스카에 내리면 발생할 수 있는 일 (파트너사 마일 발권한 ANA의 비상 착륙 해프닝)

암므느 | 2022.12.23 16:29:2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매도 알고(?) 맞는게 낫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날의 해프팅을 공유함으로써 (비슷한 일이 발행해서는 안되겠지만) 겪으셨을 경우 마음의 준비, 행동 지침을 마련 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잡담 들어주시는 기분으로 보셔도 감사하구요. 

 

먼저 티켓 설명입니다. 

제가 탑승한 ANA 티켓은 버진을 통해 발권한 티켓이었습니다. 분리발권을 통해 연결편도 예약을 한 상태죠.

이와 같은 파트너사 발권시 주의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딜레이가 발생하더라도 분리발권한 비행기를 잡아 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충분한 트랜짓 시간을 두어라 (전 7시간이상을 두었습니다; 저쪽에서 맘대로 스케쥴을 변경하여 5시간 트렌짓으로 바꿔버렸지만요).

2. A->B로 갈때 a사를 통해 b사의 티켓을 발권할 경우, a사가 A->B코스를 운행한다면 어떤 사건 발생 시 대처하기 좋다. a사가 A에 기지가 없을 경우,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사가 A에 기지가 없더라도 b사는 당연히 A에 기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을 출발하여 미국으로 잘 날아가던 저의 ANA 비행기는 앵커지리를 지나고 몇 분 후 U턴을 하여 앵커리지에 비상착륙 하게 됩니다. 문제가 발생했던 승객만 내려주고 바로 재출발한다고 한 비행기는 한참을 재출발준비에 시간을 쏟더니 결국 재출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해당 공항이 ANA공항이 아니라서 급유과정 중 발생한 문제를 고칠 테크니션이 없다는 것이었네요. 일본에서 정시에 제대로 출발하였기에 제 티켓의 위험성이 해소되었다고 믿었던 저는 다시 긴장을 하게 됐습니다. 분리발권한 뒷 비행기를 못타는 것은 당연한데다가, 비상착륙을 한 공항은 버진의 기지가 아니기 때문에 추가 도움을 받기가 힘들 것 같아서였죠. 심지어 여긴 ANA의 공항도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승무원께서는 자기네 직원은 지상에 하나도 없을테지만 자기네의 파트너사(UA?)에서 저를 잘 케어 해 줄것이니 그 쪽을 찾아보라고 말씀해주셨고, 저는 걔네가 잘도? 하는 물음표를 그리며 비행기를 나왔습니다. VS(버진코드)로 시작하는 티켓을 바라보니, 지난번 겪은 델타 파일럿 실종 해프닝에서 버진으로 산 델타표를 댄공표로 바꿔본 경험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우선 제가 해야할 일은 ANA에 전화하여 VS로 시작하는 티켓을 NH(아나코드)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야 UA에서 저를 도와 줄 길이 열리는걸 알거든요. 하지만 민트모바일 이X이 자기가 아직 도쿄에 있는것으로 착각을 하는 바람에 전화가 불가능하여 결국 전화는 하지 못하고, UA지상직원과의 전투를 다짐하며 짐을 기다렸습니다.

 

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배가 고픕니다. 내리기 몇 시간 전 승무원이 마지막으로 권한 음식을 양껏 먹고 나오지 못한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공항 직원의 말로는, 눈 때문에 비행기에서 짐을 빼오던 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겠죠. 제가 타고왔던 큰 국제선 비행기를 받을 준비는 전혀 안하고 있었을테니까요. 이른 새벽 비상착륙이니 출근한 직원도 많지 않았을 겁니다. 다들 약속한 일정들을 캔슬하느라 웅성웅성 합니다. 저도 슈퍼바이저와의 미팅이 있었는데, 익스큐즈 메일도 보낼 겸하여 메일 앱을 켰습니다.

 

역시!!!!! ANA는 델타가 아니었습니다. 시종일관 모른다로 일관하고, 여기저기 뺑뺑이 돌리고, 자생을 강요한 그때 그 델타와 달리, ANA는 제 다음 티켓을 벌써 잡아서 메일로 쏴 주었습니다. 예상 도착시간을 보니 분리발권한 연결편은 못탈 것 같지만 그게 어딥니까. 전화 대기하고 설명하고 줄서고 이런거 안해도 되는걸요.

 

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타려 한 비행기도 캔슬 된 것 같습니다. 눈 때문에요. 캔슬되지 않았어도 상관없었습니다. 어차피 저는 짐을 못찾아서 탈수가 없었는걸요. 구글을 두드려보니 이 공항에서 탈출 할 비행기는 이제 이날 밤에 한편 더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쉬고 내일 탈까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지난번 델타 사건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 크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는데 -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보려고 직원과 실랑이 하며 오랜시간 전투를 하던 부류 (저도 여기;;;), 호텔 바우처를 유유히 받고 일찍히 호텔로 들어가서 후일을 도모한 부류 - ANA에서 알아서 표를 쏴주는 걸 안 이상 후자를 선택해도 괜찮겠다 했거든요. 게다가 상대는 UA. 저는 NH가 아닌 VS로 시작하는 표를 든 승객. 

 

짐이 나왔습니다. UA 직원을 찾아가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한국인의 피가 흘러서인걸까요 (성급한 일반화 ㅈㅅ)...... 없습니다. UA 직원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티켓부스로도 가봤지만 불이 꺼져있습니다. 없었던 일인 양 호텔로 가기로 다시 마음을 바로 잡습니다. 그때 그 델타 해프닝때 호텔로 향하던 집단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줄을 길게서서 호텔 바우처를 받고, 호텔까진 어떻게 가냐는 말에 알아서 가시라는 직원의 대답. 봉고차같은 호텔 셔틀은 결국 파업을 선언하고, 다른 호텔 셔틀에 기생하여 겨우 공항을 뜨던 모습, 옆에 같이 차를 얻어탄 어르신께서 저에게 계속해서 중얼거리시던 '팁을 좀 많이 줘야할텐데', '팁을 좀 많이 안주면 안될 거같은데'.........................

 

역시!!!!! ANA는 델타가 아니었습니다. 관광버스 등장 두둥. 근사한 메리엇 호텔에 체크인을 하게됩니다 - 이와중에 플렛으로 얻은 골드티어로 방 업글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저는 아마 병이 좀 있는 듯 합니다. ANA에서 긴급히 준비한 안내문을 받습니다. "미안하고, 네 비행기 우리가 알아서 준비해서 메일로 쏴줄테니 우리가 준비한 밥 잘 먹고 있으렴, 비행기 준비되는대로 호텔에 버스 보내줄거고 그때 체크아웃해서 그거 타고 공항 와." 델타건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전 잔뜩 화가 나 있었겠지만, 와.......저는 이보다 더 잘 할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만 진심으로 감동을 받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 호텔 만찬장 저녁식사 행사명 'All Nippon Airways'. 지난 몇 년 간 코로나 때문에 학회에 참석하지 못했었는데, 학회장에서 느끼던 만찬을 향기를 이런 엉뚱한 곳에서 겪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와중에 밥은 또 맛있어서 여러번 가져다 먹었네요.

 

다음날.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 짬인가요. 호텔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휴가 쓸 필요가 없어졌어요. 다음 비행기는 제가 타고왔던 그 ANA 그걸로 준비됐나봅니다. 인근 공항에서 테크니션이 왔나봐요. 아침도 맛있고, 점심도 맛있습니다. 비행기 체크인시간이 다가오고, 호텔 밖에는 3대의 관광버스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어제 그 공항으로 다시 출발합니다. 눈 구경 실컷 합니다. 

 

아.....글이 너무 길어집니다. 지금부터 디파팅 까지 있는 일들은 간략히 리스트로 적어드리겠습니다.

- 오피셜 부스가 없으니 간이 테이블에서 수동으로 baggage 클레임을 하나하나 합니다. 짐을 검사하는 쪽에서 짐을 넣는 속도를 못따라 잡기 때문에 아주 느립니다.

- 여권과 탑승권을 확인하는 곳에서는 리스트에서 제 이름을 찾아서 추가로 체크합니다. 어차피 지금 이 터미널엔 저희들 뿐이거든요. 오래 걸립니다. 

- 시큐리티를 통과하고도 한참을 안에서 기다립니다. 짐검사가 오래 걸릴뿐만 아니라 짐을 비행기로 옮겨야 하거든요.

- 탑승이 시작되는데, 게이트에 전산 장비가 없는터라 일단 그냥 태웁니다. 

- 실제 탑승자 수와 판매한 티켓 수가 맞지않는다는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자기자리로 돌아가라는 방송이 계속 나옵니다.

- 미국측에서 테러 등을 이유로 디파팅을 거부합니다. 탑승자 수를 맞추는 것만으로는 안되나봅니다. 수동으로 여권-티켓-좌석 확인이 들어갑니다.

- 그 와중에 짐은 아직도 다 못 옮겼다고 합니다.

- 승객확인이 끝났으나, 수속과정이 너무 길어져 비행기에 눈이 많이 쌓여 이걸 치운다고 합니다. 

- 이젠 활주로에 눈이 쌓여 이걸 치운다고 합니다.

- 또 다시 비행기에 눈을 치운다고 합니다 (니네 했잖아??)

- 짐을 다 실어서 이제 활주로에 나가서 다시 비행기의 눈을 치우겠다고 합니다.

- 다시 비행기에 눈을 치웁니다.

- 비행기가 얼어붙지 않게? (아니면 눈이 더 쌓이지 않게?) 코팅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 출발

 

호텔에서 출발한 버스를 탄 이후 디파팅까지 거진 11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승무원분들도 어떤상황이 벌어질 지 예상을 못하니 얼마나 걸릴지 안내도 못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전 그때 전날 밤 그러서리에서 사서 먹고 버리기 아까워 들고간 포도가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옆에서 그거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던 ㅎㅎ).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니 간식도 준비하시고, 줄 막 서서 기다리지 마시고, 앉아 계시다가 차례되면 하나하나 하시길요. 어차피 먼저가도 하는 것은 기다림 뿐;;;;

 

사실 ANA의 잘못은 없었습니다. 몸이 아픈 승객 내려주려고 비상착륙을 했고, 자기네 운영공항이 아니라 출발을 못했을 뿐이니까요. 이와중에 눈이 저희를 더 괴롭혔네요. 승객을 카운팅하며, 비행기 눈도 치우며, 활주로 눈도 치우며, 코팅도 하며, 짐도 옮기며 이걸 좀 같이 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했는데 ANA도 이걸 원하지 않았을 리 없고, 하나가 되어야 다음이 되고 뭐 그런 상황이 펼쳐졌을 것만 같아서 애써 이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네 파일럿이 땡땡이를 쳐서 펑크를 냈던 델타와 비교해서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옵션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대처를 잘한 그 모습에 더 믿음이 갔던 것 같아요. 어쩄든지 자신들의 판단으로 승객에게 불편을 겪게 만들었으니 계속해서 사과를 해오던 ANA 승무원분들의 모습과 그때 그 델타 직원과의 모습이 많이 대조가 되었습니다 - 그리 미안해 하지 않는 태도로 클레임 받던 델타 직원에게 다가온 그녀의 동료가 승객들을 면전에 두고 했던 '이제 너 아무 대답도 하지말고, 이 명함에 쓰인 번호 알려주고, 호텔 바우처주기만 하고 보내' 한 그 장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 지상직 직원이 노쇼한게 아니니까?) 서비스 프로바이더라는 측면에서 보면 흠....

 

여하튼 뭔가 사건 대처 요령을 기대하시고 글을 클릭하셨던 분께는 죄송한 마무리지만 (제목 낚시 성공?!), ANA는 알아서 다 잘해주니까 체력 관리 하시면서 마음을 여유로이 가지시고 대처하시라. 이 말씀 드리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막 줄 설 필요 없으시구요. 간식 꼭 챙기시구요. 언제든 이런일이 발생 할 수 있다고 여유 가지시구요.

 

* 일등석이었기에 좀 더 제너러스하게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델타건도 델타원이였어요. 둘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 이 딜레이덕(?)에 일등석 파우치도 2개, 파자마도 2개 생겼네요. 색깔 겹칠까봐 일부러 다른색으로 준비해주셨다는 말씀에 뜬금 갬동....

*** 예상하셨겠지만 다음날 새로 예약한 연결편도 못 탔습니다. 노쇼............. 분리발권 연결편은 가급적 리펀더블로 예약하세요. UA경우 노쇼해도 크레딧으로 알아서 들어 와 있었습니다 - 전 이걸 모르고 리펀더블이라도 캔슬은 해야하는 줄 알고 비행기 안에서 전전긍긍 했네요.

**** 이 와중에 오늘 아침에 ANA에서 사과의 의미로 현금을 쏴준다고 계좌번호 보내라는 메일이 왔네요. 최소 연결편 비행기값은 굳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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